화장품

아이를 키우며 버려야할 것들 BBvsAB

by 북도슨트 임리나


이 글을 쓰려고 제목을 정할 때 고민을 했다.

화장으로 할 것인가, 화장품으로 할 것인가, 화장대로 할 것인가.

그게 그거 같지만 미묘하게 다르다.

화장품은 있는데 화장은 못하는 것인가.

화장대는 있는데 화장품은 없는 것인가.

물론 세 가지가 다 아이가 생기면 멀어지는 것들이지만

화장품이 없어서 화장을 못하고 그러다 보면 화장대가 무용지물이 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랬다.

아이를 안고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해야하니 아이의 몸이나 얼굴에 화장품이 묻을까봐 화장을 할 수가 없었다.

아이와 외출하지 않고 나 혼자 외출할 때나 화장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화장을 한 상태에서는 아이를 안을 때 주의해야만 했다.

외출에서 돌아와서도 화장부터 지우고 아이를 안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생기기 전에 차곡차곡 사서 쟁여두고 모아두었던 화장품은 점점 무용지물이 되어 갔다 ㅠㅠ


그리고 아이가 좀 크니까 아이가 화장품에 엄청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내가 로션이라도 하나 바르려고 하면 꼭 옆에 와서 자기도 발라야 직성이 풀렸다.

이럴 때 모든 엄마들이 부딪히는 고민은

비싼 에센스와 나이트 크림 등등을 아이 손에 쥐어줄 것인가!!!

그래서 그럴 땐 비교적 싼 로션들을 건네주지만 아이는 엄마가 바르는 것을 달라고 떼를 부리기도 한다.

(남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그닥 아이가 화장품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던데

어쨌든 우리 아이는 관심이 무지 많다.)


특히 아이가 관심 갖는 건 립스틱이었는데 내가 바르고 있으면 '빠빠'라고 하며 자기도 달라고 난리였다.

립스틱을 다 바르고 위 아래 입술이 부딪히는 소리를 따서 아이는 '빠빠'라고 불렀다.

내가 아끼는 틴트는 하나만 남고 나머지는 아이의 손에서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다.ㅠ

다행히 얼마 남지 않은 거라며 위안을 하고 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몰래 화장을 하면 괜찮지 않을까 였다.

그런데 아이는 내가 화장을 하는 걸 보지 못하더라도 입술 색깔이 바뀐 것은 귀신같이 알고


화장을 한 내 얼굴을 보고


'엄마, 빠빠'

풀어서 얘기하면 '엄마 빠빠 발랐구나. 나도 줘.'


그러면 기어코 립스틱을 하나 받아쥐고는 자기 입술에 잔뜩 그리고 나서야 히죽 웃는다.


물론 비싸고 중요한 화장품은 따로 모아서 숨겨놓고는 있다.

그런데 그런 건 정말 또 귀신같이 찾아낸다는 것.


나도 어렸을 때 엄마의 화장대를 틈틈히 뒤적거리던 걸 생각하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지 싶으면서도

BB시절 외출하기 전에 한 시간씩 화장을 하던 그 여유로움이 사라진 것이 아쉽기만 하다.


참, 아이를 맡기고 외출할 때는 화장하고 옷을 입을 한 시간 전부터 맡겨야만 제대로 된 상태로 외출할 수 있다는 것.

그것도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몰랐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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