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못하는 어른들을 위하여

내가 가장 슬플 때

by 북도슨트 임리나


내가 가장 슬플 때-어떻게 하면 좋을까?


살다 보면 기쁜 일도 많지만 분명히 슬픈 일도 찾아온다. 어쩌면 슬픈 일이 더 많이 찾아오는 것이 인생일지도 모른다. 인생에 빛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은 그 반대의 어두운 순간도 있다는 뜻도 된다는 건 어렸을 때는 몰랐던 것 같다. 늘 찬란한 기쁨의 순간만 쫓던 어리고 젊은 시절이 지나가면 분명히 슬픔은 찾아온다.


사람마다 다른 슬픔이 있기도 하겠지만 ‘인생은 희로애락’이란 말처럼 우리는 모두 슬픔을 맞닥뜨리게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또 그 슬픔이란 어느 때는 인생을 더 이상 살아나갈 수 없다고 느낄 만큼 깊고 긴 슬픔이기도 하다.


“내가 가장 슬플 때”는 웃는 얼굴로 시작한다. 그렇지만 슬퍼하는 모습이면 사람들이 싫어할까 봐 행복한 척하고 있다고 주인공은 말한다.


첫 시작 부분을 보며 ‘그렇지. 우리는 슬퍼도 행복한 척을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바로 울어버리지만 어른은 슬픔을 숨겨야 하는 경우가 많다. 슬프지 않아서 웃는 얼굴을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슬퍼하면 혹시나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억지로 웃는 얼굴을 하는 상황이 많다.


주인공이 슬픈 이유가 그다음 장에 나온다. 아들 에디를 생각할 때가 가장 슬프다고. 사랑했지만 죽고 없어서. 그리고 아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어머니도 세상에 없다고 했다.

아들과 어머니를 잃은 사람.

이 보다 더 슬픈 일이 있을까 싶으면서 그림책이라 다소 가볍거나 우회적인 슬픔이 등장하리라 생각했던 나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작가의 실화라고 하니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얼마나 슬플까? 어떤 슬픔일까? 어떻게 살아갈까?’하는 생각을 하며 읽게 되었다.


엄마를 잃은 아이의 이야기인 ‘무릎 딱지’란 그림책도 떠올랐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를 잃은 아이, 함께 충격을 받은 아버지와 할머니를 보면서 자신의 슬픔을 추스르는 아이. 많은 사람들이 그 그림책을 끝까지 읽지 못하고 울게 된다고 한다.


<내가 가장 슬플 때>나 <무릎 딱지>란 책을 보면 그림책이라 다소 가벼운 슬픔을 얘기한다는 건 오해다.

오히려 그림책이라 더 함축된 슬픔이 묵직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은 슬픔 속에서 허우적거리기도 하고 또 이겨내느라 많은 시도를 한다. 샤워를 하면서 비명을 지르거나 즐거운 일을 하려고 노력하거나 슬픔에 대한 시도 써본다.


그리고 아들 에디와 엄마와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니 ‘생일’이 떠오른다고 한다. ‘생일’처럼 행복한 날이 있을까. 생일을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고 선물과 케이크와 촛불이 있는 그날.


마지막 페이지에는 하나의 촛불이 켜져 있는 책상 앞에서 주인공은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아!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글을 쓰는 것인데!

나 또한 그랬다. 대학원 때 ‘글쓰기 치료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이미 작가로 책을 쓰고 있는 나에게 ‘글쓰기 치료 수업’이 얼마나 효과적일까 의구심도 있었지만 나는 아주 나의 개인적인 얘기를 쓰면서 ‘글쓰기 치료 수업’에 빠져들었다.

사람들은 글을 잘 쓰는 것만 생각하지 ‘의식의 흐름’대로 쓰거나 또 정말 솔직한 자기 얘기를 쓰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한다.


글을 쓰는 방법 중에 인상적이었던 방법은 눈을 감고 글을 쓰는 것이다. 실제로 해보면 정말 신기한 경험이 된다.

나는 키보드로 치는 게 편해서 눈을 감고 자판을 쳤는데 눈을 뜨고 읽어보니 굉장히 신기한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또한 무조건 4일 15분에서 20분 동안 연속해서 글을 써야 하는 작업도 있었는데 중간에 하루라도 거르게 되면 다시 1일부터 시작해야 하는 작업이다.

이런 글쓰기 치료는 단순히 정신적인 치유만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현저히 낮춰주며 그로 인해 면역체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행동을 변화시켜서 학교와 직장 생활에서 더 잘 적응하게 해준다고 한다.


진짜 어른이 된다는 건 더 이상 슬픈 일에 아무렇지도 않게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극복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주인공이 ‘작가’라서 글쓰기로 슬픔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구나에게 글쓰기는 슬픔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보았던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했던 한밤중에 편지 쓰고 아침에 대해 부치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에겐 부치지 못하는 편지를 쓰는 동안 자신이 치유되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다.


오늘부터라도 기회가 된다면 펜을 들고 아무 얘기나 쓰기 시작해보자.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잘 쓰려는 글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그대로 쓰는 글은 슬픔을 극복할 수 있는 진짜 어른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진짜 어른이란 슬픔을 겪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 아니라 그 슬픔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은 사람이 아닐까.


내가장슬플때.jpg

<내가 가장 슬플 때>

글: 마이클 로젠 출판사: 비룡소, 2004

곰을 잡으러 숲을 지나 강을 건너 동굴로 갔다가 막상 곰을 보고는 놀라서 집으로 돌아와 다시 곰을 잡으러 가지 않겠다고 한 ‘곰 사냥을 떠나자’로 유명한 마이클 로젠의 책.

이 책을 읽고 나면 너무 슬퍼서 눈물을 쏟았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나는 마지막에서 작가가 슬픔을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아서인지 희망적으로 보였다.

자식을 잃은 슬픔이 부모를 잃은 슬픔이 쉽게 극복되지 않겠지만 앞으로 살아가려는 의지가 보여서 나는 마음 놓고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