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니 Apr 24. 2020

라마단과 함께 시작된 코로나 자가 격리 해제


오늘부터 라마단이 시작되었다.

라마단이란 무슬림들에게는 1년 중에 가장 신성한 달 이며,

해가 뜨는 일출부터 해가지는 일몰까지 철저히 '금식'하는 때를 의마한다.

음식은 당연하고 물도 마시지 않으며 담배를 피우는 것 역시 금지된다.

그렇게 해가 떠있는 동안은 금식, 금욕의 생활을 하다가 해가 지면 기도를 통해 식사를 시작 한다.

그 첫 식사를 '이프타'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단순히 식사를 하는 행위가 아니라 가족, 친구, 또 같은 이슬람교도들끼리 함께 음식을 즐기며 고통을 나누는 의미 있는 시간을 의미한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면 3일간의 이드(Eid-al-Fitr)를 보내고, 함께 식사와 선물을 나누는 축제의 시간을 가진다.


내가 처음 두바이에 왔을 때 나에게 라마단은 그저 귀찮고 성가신 일이었다.

해가 떠있는 동안은 비무슬림들도 공공장소에서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실 수 없으며 껌도 씹을 수 없다.

처음엔 익숙지 않아 실수를 한적도 몇 번있었다.

게다가 카페, 레스토랑, 상점들의 운영 시간도 그들의 식사 시간에 맞게 조정되기 때문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6번째 라마단을 맞이하는 요즘은 조금 다르다.

상점들은 오후쯤 문을 열지만 밤늦게 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편리하고, 교통 체증이 평소보다 덜해서 운전 스트레스도 적어진다.

해가 떠있는 시간 동안 밖에서 음료나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도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어차피 더운 시기라 바깥에서 뭘 먹을 일도 없다.

게다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지는 라마단 특별 세일은 정말.. 사랑이다.


그런 외적인 이유도 있지만 요즘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게 됐달까?

그래서 종교적인 것을 다 빼고라도 라마단이라는 문화를 존중할 수 있게 되었다.

원래도 나누는 걸 좋아하는 아랍인들이지만 라마단 때는 더 하다.

승객들은 비행을 하는 중에도 이프타 시간이 되면 승무원인 우리들 한테 까지도 다가와 데이츠(대추야자; 중동 사람들이 즐겨먹는 간식)를 건네며 그 시간을 함께 나누고 싶어 한다.

비행을 하다 보면 함께 일하는 동료 크루들이 금식을 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는 비무슬림인 다른 크루들이 그 한 동료를 위해 모두 숨어서 물을 마시고 숨어서 음식을 먹는다.

그럼 또 그런 모습을 본 무슬림 크루가 '그러지 마 얘들아! 나 괜찮아. 편하게 먹어.' 이런다(ㅠㅠ...).


그만큼 라마단은 무슬림이든 아니든 이슬람 문화권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절기다.




어제까지의 두바이 상황은 이랬다.


-24시간 통행금지

-외출 시 무조건 마스크와 장갑 착용

-피치 못할 경우에만 3일에 한 번씩 외출 가능(슈퍼, 약국만)하며 온라인으로 사전에 허가 신청해야 함

-Emergency가 아닌 병원 진료 역시 금지(재활치료, 피부과 등)

-필수 직군 이외에 재택근무


집 앞 슈퍼마켓에는 수시로 경찰차가 대기했고 그들은 그 앞을 지나가는 자동차의 번호판을 끊임없이 스캔했으며 보행자들의 허가증 역시 확인했다.

처음 24시간 통행금지를 발표했을 때는 앞이 캄캄했었다.

온몸에 힘이 쭉쭉 빠지고 도대체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았다(약 30분가량).


하지만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지 않은가.

그런 타이트한 자가 격리 생활에도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기존의 발표대로라면 지난주 토요일에 통행금지 조치가 풀렸어야 했는데 두바이는 1주일 연장을 선언했다.

그땐 나름 충격 없이 뉴스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어제.

라마단이 시작되기 직전의 날.

낮부터 희망적인 기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쇼핑몰이 다시 오픈했을 '경우'의 가이드라인

-두바이 메트로 곧 재운행

-라마단 모임은 10명 이하로 제한할 것


등의 격리 해제를 암시하는 것들이었다.

혹시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 때쯤, "BREAKING NEWS(속보)"가 떴다.


'COVID-19: Dubai eases restrictions from April 24'


두바이가 새로 발표한 지침은


-통금은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로 변경

-호텔, 쇼핑몰, 상점, 레스토랑, 살롱 오픈(하지만 방문객이 수용 능력에 30%가 되게 제한, 뷔페와 시샤는 여전히 금지)

-외출 시 무조건 마스크 착용(위반 시 벌금)

-야외 운동은 1-2시간 이하로 권고(4명 이하)

-메트로, 버스, 택시 이외의 대중교통은 여전히 금지

-모스크 등의 종교 모임은 여전히 금지

-모임은 10명 이내로 제한




숨통이 트이는 발표였다.

두바이 지인들과 튼 여러 단톡 방에서 같은 뉴스를 공유하며 기쁨을 나눴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이라도 모여 파티를 하겠다는 게 아니다.

이제 해 질 때쯤 밖에 나가 프레쉬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것도 그렇고,

외출할 때 미리 허가증을 신청하고 출발지와 목적지 외출 시간대를 보고 하지 않아도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는 것.

30분 떨어진 한인마트에 가다가 경찰에 붙잡혀 이런저런 변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

그것 만으로도 기쁨에 입꼬리가 올라가는 밤이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누렸던 것들은 잃어버렸던 한 달이었다.

한국의 3월이 그랬다면 두바이는 4월이 그랬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앞으로의 세계는 COVID-19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나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이다.

격리됬었던 시간 동안이 코로나 이후 세계에 적응하는 일이 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살다 살다.. 집 앞 슈퍼 조차 마음대로 가지 못하는 상황을 겪어보았다.

게다가 그것들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까지 했던 시간을 보냈다.


바라기는, 통제가 해제되고 조금의 자유가 생긴 우리가 방종으로 모든 걸 망쳐 버리지 않기를.

그저 무사히 이 시간이 지나가고 다시 바쁘고 시끄럽고 붐비고 성가셨던 두바이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금욕의 시간 라마단을 잘 견뎌내고 행복한 '이드'를 맞이하길 바란다.


Ramadan Kareem.




이전 07화 소모적인 일상, 느려진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