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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Jan 16. 2023

성공하기에는 약한 사람

체력도 재능이다

  새해를 맞아 정말 오랜만에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거의 15년 만에 간 여행이라 기대를 참 많이 했는데, 제가 아파버리고 말았어요. 여행 전날 다소 무리하게 스케줄을 소화한 탓이었는지 목감기에 걸려 여행이 한창 진행될 무렵에 앓아누워버렸습니다. 여행 내내 걱정해 주고 챙겨준 가족들에게 미안하면서도 고마웠어요. 다행히 몸은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되어 가장 아픈 시기는 넘길 수 있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다녀온 여행은 다소 아쉽게 끝났지만요.


  매년 한 두 번씩 이렇게 크게 아픈 걸 보면 제 몸이 참 예민하고 약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젊을 때는 돌도 씹어먹고 며칠 밤을 새도 끄떡없다고들 하는데 저는 단 한 번도 그래본 적이 없거든요. 조금이라도 잘못 먹으면 탈이 났고, 밤을 새우는 것은 물론 늦게라도 자는 날 다음에는 피로가 극심하게 몰려왔습니다. 이번에도 여행 전 스케줄이 무리였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렇게까지의 강행군은 또 아니었거든요. 문득 그동안 제 몸을 과대평가해서 학대해오고 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제가 운동을 꾸준히 해왔더라도 애초에 부실한 체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이런 제 모습을 잘 아시는 어머니께서는 늘 무리하지 말라는 말씀을 덧붙이십니다. 욕심이 많아하고 싶은 게 넘쳤던 대학교 때도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제 모습을 보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자주 보이셨었죠. 아쉽기도 억울하기도 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제 단점입니다. 누구나 무리하면 탈이 나는 게 당연하다지만 저는 그 정도가 많이 약한 사람인 거죠. 그러면 여기에 맞게 살면 됩니다. 체력이 넘쳐 하루에 제 몇 배를 해낼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기는 하지만, 저는 제 방식대로 해나가면 되니까요. 


  문제는 이러면 보편적인 사회적 성공과는 거리가 꽤나 멀어진다는 겁니다. 압도적인 재능이 있다면 다소 체력이 약해도 효율이 좋으니 괜찮겠지만,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체력을 노력으로 환산하여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무언가를 잘 해낼 수 있을 테니까요. 저는 욕심이 많아서 사회적인 성공에도 관심이 많은데, 그러기는 쉽지 않은 조건을 부여받아버렸어요. 여기에 많은 것들을 꽤나 조급해하는 저의 단점까지 겹쳐지면 환장의 시너지가 일어납니다. 몸은 따라주지 않는데 욕심과 조급함이 더해지면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커지며 스스로를 괴롭히죠. 그렇다고 성공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데 참 난감합니다. 아픈 와중에도 성공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나름의 답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체력도 재능의 영역이라는 생각과, 이번처럼 크게 아프지 않도록 조금 더 신경 써서 제 몸을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인가를 위해 체력으로 밀어붙여 해낼 수는 없는 사람이니 다른 방식과 빠르기로 해내기 위해 꽤나 깊게 고민해 봐야겠다는 숙제도 생겼고요. 나름의 답을 찾으면 좋겠지만 어쩌면 답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유독 강하게 드네요. 성공하고 싶다면 몸도 마음도 강인해야 할 텐데 말이죠. 저는 성공하기에는 너무 약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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