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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Aug 14. 2023

팀장님이 떠나신다고 한다

또 다른 헤어짐

  다니고 있는 회사에는 총 3개의 팀이 있습니다. 그중 저희 팀은 사실상 팀장님과 저, 두 명으로 이루어진 팀이었어요. 어찌 보면 팀이라고 보기 어려운 숫자였죠. 그런 팀에서 팀장님이 회사를 떠나신다는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꽤 긴 기간을 고민하신 것으로 알아요. 분명 합류하신 초창기부터 회사와 팀이 추구하는 스타일이 팀장님의 그것과는 충돌하는 부분이 많았으니까요. 오랜 기간 팀장님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기에 끝내 다짐하신 결정을 붙잡을 수는 없었습니다. 얼마나 힘들어하셨는지, 얼마나 고민하셨는지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보았으니까요.


  조직은 팀원을 어디까지 품어야 할까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말이 있듯 조직에 맞지 않으면 팀원이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대기업과 같은 큰 조직이 그러는 건 이해가 가더라도, 지금과 같이 작은 조직에서도 이래야 한다는 건 받아들이기 꽤나 어려웠습니다. 사람이 적기 때문에 조직이 충분히 품을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동시에 작은 조직이기에 스타일이 맞지 않는 사람들의 역량을 끌어내고 기다릴 수 있는 리소스가 극히 한정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준비해 왔고 이렇게 이해하고자 애씀에도 마주한 이별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작은 무력감과 아쉬움이 몰려왔습니다. 회사 안에서의 만남은 설레지만 헤어짐은 무겁기만 하네요.


  이제 겨우 2년 차인 직장인인데 참 여러 사이클을 압축적으로 많이 겪고 있습니다. 제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조직이 변화하며 자리 잡아나가는 과정이, 사람들과 만나 익숙해지고 헤어지는 과정이 그러하네요. 그래도 앞으로의 일이 크게 걱정되지는 않습니다. 인원이 적어 힘들긴 하겠지만 팀은 끝내 어떻게든 굴러갈 거예요. 팀장님도 마찬가지실 겁니다. 또다시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셔야겠지만 끝내 어떻게든 살아가실 거예요. 그래서 아플 정도로 힘들진 않아도 한 번쯤은 뒤돌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떠나지 않고 남아있을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건 지금의 생각과 감정을 발판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밖에 없으니까요.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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