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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Aug 21. 2023

생애 첫 전셋집을 구했다

이 시국 전세 이사

  드디어 이사를 했습니다. 대학원을 마치고 수도권에 올라와 집을 구하던 때가 기억나네요. 분명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는데, 살인적인 집값 앞에 그 노력이 모두 무의미해진 느낌이었습니다. 한 달 식비보다 훨씬 많은 돈을 써도 기숙사보다 열악한 환경에 머무르는 게 힘들었습니다. 여러 개의 방이나 넓은 공간을 바란 것도, 편리한 가구나 주변 환경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아무리 치우고 가꾸어도 나아지지 않는 주거환경은 알게 모르게 일상의 의욕을 바닥 내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겠다는 마음속 절규를 내뱉던 몇 달 전이 오늘의 이사를 결심한 순간이었습니다.


  전세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청년버팀목전세대출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전세사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웬만하면 월세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싶었지만, 현재 지역에서는 거의 2배 가까운 월세를 지불해야만 가능했습니다. 전세 대출이 굉장히 낮은 이율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매물을 찾을 수만 있다면 전세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집을 알아보러 돌아다녔었죠.


  그러나 집을 구하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고 실제로 계약 직전까지 갔지만, 전세대출과 보증보험을 포함한 계약 진행 시 임대인이 해외에 있어 서류 처리가 다소 까다로웠습니다. 은행을 5번 넘게 왔다 갔다 하고 중개사와 수차례 통화했으나 결국 너무 번거롭다는 임대인의 이유로 계약이 무산됐습니다. 이 과정이 한 달 넘게 끌렸다 보니 지치더라고요. 당시 회사 업무도 버거운 일들이 많았어서 진 빠지는 시기를 보냈었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이미 결심한 일을 무를 수는 없었습니다. 얼마 후 두 집을 소개받았고 이전과 달리 계약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물론 금액이 다른 두 집 사이에서 선택의 고민은 있었죠. 그런데 전세가율을 확인해 보니 금액이 낮은 집이 오히려 더 높고 금액이 높은 집이 되려 더 낮았습니다. 전세 금액이 다소 부담되어도 최대한 문제가 없을만한 집을 고르자는 판단 하에 집을 선택했습니다. 이후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계약 진행 전 전세보증보험을 비롯한 몇 가지 특약사항을 넣었습니다. 모든 문제를 방지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의 법적 안전장치와 임대인의 의중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던 나름의 최선이었습니다. 다행히 과정과 계약에 큰 문제는 없었고 그렇게 오늘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아직 보증보험 관련한 자잘한 일처리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굵직한 일들은 모두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참 뜻깊은 하루입니다. 큰 금액이 오가는 첫 부동산 거래를 오롯이 혼자 발품 팔아 잘 마무리했다는 사실이 뿌듯합니다. 사회구성원으로서 부동산과 대출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마주한 경험도 좋았고요. 무엇보다 이제 보다 넓고 깨끗해진 공간에서 새로운 규칙을 부여하며 일상을 꾸려나갈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삶이 한 단계 나아진 순간을 마주하니 앞으로의 일상이 더욱 설레고 기대되네요. 이제는 머무를 공간에 마음을 쏟을 수 있겠구나, 보다 편히 쉬며 더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들이 밀려오는 벅찬 하루입니다.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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