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2>를 보고
<인사이드 아웃2>를 보러 가는 기분은 묘했다.
분명 재미있게 봤는데 1편의 기억은 왜 슬픔이 뿐이지?
파란 색에 좌절해서는 항상 바닥으로 녹아내리는 것 같은
캐릭터가 너무 귀엽고 안쓰러웠던 슬픔이.
영화가 시작되자 다른 캐릭터도 기억났다.
아, 기쁨이는 정말 기쁨이처럼 생겼구나 싶으면서 반가웠다.
2편은 13세의 라일리가 주인공이다. 나이에서 눈치 챘을까?
그렇다, 라일리가 이제 막 사춘기에 들어선 것이다.
감정 캐릭터에도 변화가 생겼다.
기쁨이와 슬픔이, 소심이, 까칠이가
라일리의 성장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이거 뭐지? 시작하자마자 해피엔딩 분위기?'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사춘기 감정들이 등장했다.
바로 불안이와 따분이, 부럽이, 당황이!
사춘기 감정은 다른 감정들을 밀어붙이며 컨트롤타워를 장악하고
기쁨이와 슬픔이, 소심이, 까칠이, 버럭이를 쫓아낸다.
큰일났다, 라일리가 저 부정적 감정들의 지배를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맹활약중인 감정은 불안이.
불안이는 앞으로의 모든 실패 상황을 대비하고 싶다.
실패 상황에 대한 대비가 지나쳐서
거의 앞날에 대한 저주와 헷갈릴 지경이다.
영화는 재미있다.
특히 사춘기의 라일리를 그리면서 보여주는
불안이의 불안하기 짝이 없는 컨트롤 타워 운전은
가끔씩 불안에 떨며 이성이 마비되는 우리들의 모습 같기도 하다.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 애쓰던 기쁨이가
자기도 지치고 힘들어 눈물 흘리는 장면이 짠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기뻤다가 슬펐다가
버럭했다가 소심해지거나 까칠해지고
또 사춘기가 아니래도 불안해하고
부러워하고 당황해하고 따분해하는 우리.
이 모든 감정들이 하나같이 소중하다는,
어쩌면 뻔한 얘기를 재미있게 만들어 내는 솜씨에 감탄한다.
여기에는 적절한 캐릭터의 탄생이 큰 몫을 했다.
불안이는 정말 불안한 영혼의 캐릭터화였고
부럽이가 조금 미흡했지만 따분이 설정도 재미있고
2편에서는 당황이가 너무너무 귀여워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그런데 2편 보고난 뒤 빙봉이를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아서
1편 보고도 빙봉이 기억못하는 나는 당황스럽지 뭔가.
(심지어 빙봉이가 기쁨이가 자는 방에 있었다고 기뻐하는 사람들까지 ^^)
내 감정의 컨트롤 타워에서 너무 많은 기억을
저 멀리로 보낸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