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혜진 코치 May 14. 2020

나도 관종인가?

관종의 덕목에 대하여

지난달부터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닉네임을 JIN으로 시작했다가 우여곡절끝에 실명으로 바꿨다. 그런데 다시 JIN으로 돌아가려면 한 달을 더 기다려야 하나보다.


나는 가끔 '소문자 jin'이 아닌 '대문자 JIN'으로 닉네임을 쓰는 것도 부끄러울 때가 있다. 이렇게 소심한 성격으로 남들 앞에 서는 일을 10년 넘게 버티고 있다니 새삼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글을 쓰는 사람, 말이 많은 사람은 대부분 관종이라고 어느 유명한 작가말했는데 문득 이런 의구심이 생겼다. 매일같이 글을 쓰고 10년 넘게 강단에 서는 나는 어느 쪽일까?


나도 관종인가?



그렇다면 내가 타고난 관종이라면 이 일을 계속해도 되고 아니면 애초에 그만둬야 하는 건지 잠시 쓸데없는 고민을 했다.


어느 날은 내 글에 라이킷이 열 개 남짓 달린다. 어떤 글은 스무 개쯤 된다. 내가 진짜 관종이라면 사람들이 오다 가다 눌러주는 '라이킷'쯤은 대수롭게 넘기거나, 아님, '핫! 나에게 반했군!'하며 자화자찬이라도 해야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부끄럽다.


누군가 나에게 요즘 어떤 글을 주로 읽는지 물었는데 그땐 확실히 대답하지 못했지만 이 기회에 솔직히 털어놓는다.


 내 글이.


아쉽게도 내 것은 곱씹으며 다시 읽을만한 문장들은 못된다. 다만, 혹시나 오해를 살 만한 부분은 없는지, 속내를 너무 내놓고 푼수짓을 한 건 아닌지 읽고 또 읽는다. 그러다가 몇 문장은 다시 고쳐쓰거나 슬쩍 다른 문장을 끼워넣기도 한다. 이미 발행한 글을 놓고 자기검열이라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격이지만 이렇게라도 하고나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대부분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강의는 이렇게 고쳐 쓸 기회가 없어서 회고록으로 대신한다. 돌아보면 생생하게 기억나는 장면도 있고 가끔은 생각나는 사람도 있다. 격렬하게 호응하던 교육생이 떠올라 혼자서 히죽거리다가도 갑자기 귀밑까지 빨개지기도한다. 나도 이런 내가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한번씩은 칭찬을 해 주어도 좋을텐데 내 일지는 항상 빨간줄로 빽빽하다. 언젠가부터 나를 의심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여기엔 분명 타고난 소심함이 크게 한 몫 했을테지만, 아무튼 점점 확실해 지는 건, 내가 '뭐든 보란 듯 말하고 행동하는' 관종일 리는 없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그렇다면 '말 하고 글 쓰는' 이 일을 앞으로도 지금처럼 그럴듯하게 해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나도 '그들'처럼 거침없는 관종이 되려면 대체 어떡하면 좋을지 한동안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암만 생각해도 나는 타고난 '관종'과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면서부터는 더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어떻게든 진짜 관종이 되기로  마음먹고 나는 주변에서 타고난 관종으로 불리는 사람들을 쫒아다니기 시작했다. 같이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가끔은 그들이 쓴 에세이를 읽고 강연을 들으면서 나름대로 그들의 '관종다움'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안정적인 밥벌이를 위한 일종의 벤치마킹인 셈이었다. 그 동안 경험했던 에피소드를 여기에 풀어 놓으려면 며칠 밤을 세워도 모자라지만 마침내 '진정한 관종'의 특징을 찾는데 성공했다.


자기확신


진정한 관종은 자기 확신이 있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작가나 저자, 강연자를 만나 보면 말이나 행동에서 단단한 자기 확신이 느껴진다. 자신감이나 자존감과는 분명 다르다. 이것에 관해서는 나중에 꼭 한번 자세히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솔직함


진정한 관종은 솔직하다.

생각하는 것을 당당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과 있으면 속이 뻥 뚤린다. 그런 사람과는 어김없이 또 보고 싶고, 그런 글은 또 읽고 싶다. 아무렴, 매력의 8할은 솔직함이다.



위 두 가지 특징에 관해서는 곧 다시 이야기 할 기회가 있을것 같다.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는 나와 함께하는 내내 관종스러움을 가장하는 경우도 있었고, 알고보니 관심병자 다소 과격하지만 더 적당한 표현을 찾지 못함 라 더는 알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반면, 겉보기에도 거침이 없고 가까이서 들여다 보면 훨씬 더 솔직 담백한 사람들 있었는데, 그들과 함께하는 모든 공간에서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 진심은 말과 행동을 통해 청중과 독자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이들의 솔직함과 담백함에 비하면 스타강사의 화려한 언변은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글재주가 있어서 글을 쓰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지난 달 브런치에 덜컥 합격했다. 항상 일기장에만 쓰다가 브런치에서 '발행하기 업로드도 아니고 '발행' 버튼을 누르려니 여간 떨리는 게 아니었다. 수십번씩 글을 썻다 지웠다 하는동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내 글이 읽을만 한가?'를 한참동안 고민하다가 '과연, 내가 글을 쓸만 한가?'하는 데서 질문이 멈췄다. 그리고는 '관종연구'에서 깨달았던 '자기확신'과 '솔직함'을 떠올렸다. 말 하는 것과 글 쓰는 것이 다르지 않았다. 이것은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나의 진심을 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매일 나누는 대화와 짧은 메모에도 진심이 담기면 글이 되고 시가 된다. 진심이 있는 누구나가 관종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