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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진 코치 Jun 01. 2020

차라리 혼자가 편한 사람들

조하리의 창 : 고립형 의사소통


고립형 의사소통


마지막 의사소통의 유형은 ‘자기노출’과 ‘피드백’에 모두 소극적인 ‘고립형 의사소통’이다. 사분면에서는 자신도 모르고 타인도 모르는 ‘미지의 영역 unknown area’이 가장 넓다.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데다가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에 익숙하지 않아서 새로운 관계보다는 기존의 역할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다. ‘조하리의 창’에서 ‘미지영역’은 ‘무의식의 영역’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여기서는 의사소통의 방식에 중점을 두어 이야기 나누려고 한다. 


내 안에 아무도 모르는 나의 모습이 있지만 한 가지 역할만을 고수하면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어느 유명한 배우는 서른이 넘도록 백수로 지내다가 우연한 기회에 오디션을 보게 되었고, 지금은 유명인을 넘어 레전드가 되었다. 그런 그도 십수 년을 가족들 사이에서 천덕꾸러기로 지냈다는 것을 보면 우리에게는 주변사람들은 물론 자기 자신조차 쉽게 알아채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자신이 백조인줄을 몰랐던 미운오리새끼가 떠오르기도 한다. 


‘미지의 영역’을 줄이려면 적절한 자극조건이 필요한데, 이 때 타인과의 관계가 우리에게 새로운 것들을 경험할 기회를 준다. 자신을 지키는 동시에 다른 사람과도 건강하게 연결되려면  관계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익숙한 모습에 머물러있기보다는 관계속에서 직접 표현하고 경험하며 상대의 피드백을 통해 자신을 적극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늘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J는 유독 단둘이, 혹은 서넛이 모인 자리가 어렵다. 회의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입장을 조율할 때와는 달리 사적인 자리에서는 마땅히 할 말을 찾지 못해 허둥대기 일쑤였다. 화상으로 영어 수업을 듣는다는 핑계로 혼자 점심을 먹기 시작한 후부터 점심시간을 버티기가 조금 수월해지기는 했지만,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 맺기에 서툰 것이 그녀에게는 콤플렉스다. 누군가에게 개인적인 생각을 털어놓고, 가끔은 동의할 수 없는 의견에도 성의껏 대꾸해야만 하는 일들이 그녀에게는 그리 만만치가 않다. 
동료들과 사적인 이야기를 나눌 때는 업무 외의 시간까지 감정을 소모해야 하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그녀는 늘 주변 사람들에게 쾌활한 이미지로 통하다 보니 가끔 자신이 가식적인 사람처럼 느껴져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했다. 항상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그녀가 관계에 서투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https://brunch.co.kr/@jinon/61



관계,  무심하거나 두렵거나 

: 거부형 애착과 두려움형 애착


‘기쁨은 나누면 배가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을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도무지 실천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겉으로는 아주 활발해 보이는 사람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타인의 이야기를 수용하는 것에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알고 지내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시시콜콜한 하소연을 털어놓을 친구가 없어서 ‘풍요속의 빈곤’을 겪기도 하고, 겉으로만 행복해 보이는 쇼윈도 부부로 지내다가 돌연 이혼을 선언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이러한 관계문제는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그 중에 한가지 접근방식인 ‘성인애착’에 대하여 이야기 나누려고 한다. 혼자서는 생존능력이 없는 아이는 주 양육자의 정서적 돌봄에 따라 다양한 생존 전략을 갖게되고 이러한 전략을 성인이 되어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에도 그대로 적용시킨다(Bowlby, 1977). 이러한 관점에서는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조차 친밀감을 느끼기 어려운 사람들을 ‘회피형 애착성향’으로 분류한다.                              

구분 

자신의 애착유형을 확인할 수 있는 질문지를 맨 아래 부록으로 삽입하였다. 경험을 토대로 문항에 답하고, 결과에 따라 해석하면 된다. 질문지는 ECR(experiences in close relationships, Brennan et al.(1998)을 번역하였다. 


주변을 돌아보면 사람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쉽게 가까워지기는 하지만 제대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혹은 시작조차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와 같이 타인과 관계를 맺는 형태에 따라 애착유형은 크게 ‘안정형’과 ‘불안정형’으로 나뉜다. ‘불안정형’은 ‘불안’과 ‘회피’를 느끼는 정도에따라 다시 구분된다. 


‘불안-몰입형’은 상대방이 자신을 떠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상대에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애착이 제대로 형성된 아이는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우더라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혼자서도 잘 논다. 반면, 엄마가 돌아오지 않을까봐 불안한 아이는 혼자있는 시간을 제대로 견디지 못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쉽게 외로움을 느끼며 상대가 떠나지 못하도록 붙잡아두기 위해 남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어른이 된다. 주변의 반응에 민감하여 상대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잘 살피고 분위기 전환을 쉽게 알아채지만 다른 사람의 행동을 예민하게 해석하는 만성적인 과민반응으로 이어지기도 쉽다.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상대방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 짓고 집착하는 것이 ‘불안-몰입’ 애착 유형의 가장 큰 특징중의 하나다. 앞서 이야기 나눈 ‘신중형 의사소통’에서도 이런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사회심리학자 빌스완 Bill swann의 ‘자기검증이론 self varification’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신념이 검증될 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면 다른 사람들도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대할 때 마음이 편하다. 상대방이 있는 그대로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자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칭찬이나 위로도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어린시절 ‘불안정한 애착관계’가 형성된 경우 자신은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들은 상대가 자신에게 무심할 때마다 마치 자신의 착각이 증명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거봐, 내 이럴줄 알았지, 이렇게 예민한 나를 좋아할리가 있겠어?’ 

‘아무렴, 역시 그렇지. 나는 비난받아 마땅해.’ 


사람들간의 관계 변화에 민감하고 반응성이 높은 이들에게 관계를 시작하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지만 건강한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기는 만만치가 않다. 오히려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칭찬보다는 비난받는 상황에서 안정감을 느끼면서 불합리한 관계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커리어우먼이 항상 남편의 화풀이 대상이 되면서도 ‘내 남편은 나를 끔찍이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며 꾸준히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비슷한 경우다. 어쩌다 한번의 호의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만큼 섬세한 ‘불안-몰입형’의 사람들은 상대방의 사소한 행동에도 쉽게 감동한다. 그리고 그들은 불행하게도 이 예측할 수 없는 사소한 감동에 중독되고 만다. 알려진 것처럼 중독은 제어와 예측이 불가능할 때 가장 강력하게 나타난다. 


불안정한 애착유형 중에는 반대로 오히려 상대방에게 무심한 듯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회피형’애착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도 내키지 않고,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기대는 것도 부담스럽다. 이들은 안타깝게도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부터 헤어짐을 각오한다. 나중에 자신이 상처받거나 실망할 것이 두려워서 처음부터 상대방과 거리를 두는 것이다. ‘회피형’은 관계에서 불안을 느끼는 정도에 따라 다시 둘로 나뉘는데, 타인으로부터 간섭을 피하며 독립성을 추구하는 ‘거부형’과 타인에게 버림받을 것을 두려워하는 ‘두려움형’으로 구분된다.

‘거부-회피형’ 애착유형에게는 무엇보다 관계의 균형이 중요하다. 자신이 세운 기준 이상으로 관계가 깊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때문에 누군가 먼저 이야기를 건네오는 것이 늘 반갑지만은 않다. 이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애초에 타인과 깊이 교류하지 않는 독립적인 삶에 익숙하다. 그래서 삶에서 항상 공허함을 느끼면서도 깊은 관계를 맺으려는 노력에는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두려움-회피형’ 은 ‘불안형’과 ‘회피형’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지만 정작 누군가에게 마음을 터놓는 것에는 서툴러서 깊은 관계로 연결되지 못한다. 자신이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친밀감을 표현하며 다가오는 상대방을 믿지 못한다. 상대방과 가까워지고 싶지만 동시에 상처 받을까봐 두려워서 이제 막 친밀해 지려는 순간에 갑자기 안전한 관계로 도망쳐 버리기도 한다. 버림받느니 버리겠다고 마음먹는 것이다.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은 관계를 발전 시키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거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수용하는데 특별히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만성적으로 외로움을 타는 사람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을 우연이나 실수로 생각하기 때문에(young,1982)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수용하고  솔직하게 반응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에도 마찬가지 어려움을 겪는다.


사람들은 관계가 깊어지면 서로 감정을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개입하게 된다. 그러나 ‘회피형’ 관계 맺기에 익숙한 사람들은 누군가 다가오는 것이 귀찮거나 혹은 두려워서 좀처럼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지 못한다. 타인과 관계를 맺으려는 욕구는 인간의 본성임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맺고 싶은 마음을 스스로 억압하는 셈이다. 겉보기에는 상대방에게 무심한 듯 보이지만, 속마음은 상처받지 않으려고 완전무장하고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들은 가족이나 연인처럼 친밀한 관계에서조차 습관적으로 거리를 둔다는 점이다. 관계를 위한 노력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회피형 애착’ 성향의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을 쉽게 지치게 만든다. 그래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을 때조차 이들은 외롭고 공허하다. 


서툰 관계 맺기로 상처 입은 사람들은 다시 누군가와 관계로 이어지는 것이 두렵다. 거절 당하고 싶지 않아서 처음부터 누군가와 거리를 두거나, 반대로 상대방이 자신을 떠날까 봐 지나치게 집착하기도 한다. 이렇게 일부러 멀어지거나 억지로 붙잡아 두려면 관계에 힘이 들어간다. 조금씩 힘을 빼면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드러낼 용기가 생기기 시작한다. 자신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가를 분명히 알 때, 우리는 누군가와 관계를 시작하는 용기를 갖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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