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의 혼집생활, 내 공간을 떠올려보았다
5개월의 혼집생활, 내 공간을 떠올려보았다.
부동산이 난리인 요즘, 사는 공간은 일상에 어떤 의미일까?
책에서 읽었다
일상을 확 바꾸고 싶다면 세 가지부터 시작해보라고
첫째, 사는 공간
둘째, 만나는 사람들
셋째, 시간의 패턴들
둘째야 계속 보아오던 사람들을 보고 있고
셋째는 심혈을 기울여 늘 최적의 시간표를 짜고 실행에 집중하고 있고
올해 나의 가장 큰 변화는 첫째가 아닐까 싶다
30년 넘게 일평생을 고려대역 주변에서 살아오다가
독립을 하고, 나만의 공간을 꾸미고,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챙기면서 살림살이를 알아가고
그렇게 지내길 혼집 5개월 차
마냥 설래고 재미났던 초창기를 지나
약간은 루즈했던 잔잔한 시기를 지나
가을이라는 새 바람을 맞아
한번쯤 머리식히며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
내 공간이 생기면
술이 한가득 있어서 원하는 술을 어느 때든
실컷 먹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으면 했다
온통 순백색에 컬러포인트는 딱 하나,
그리고 키치한 캐릭터가 곳곳을 수놓는 그런 곳이었으면 했다
잔잔하나마 포인트 조명이 있고, 음악이 있고,
재미를 주는 아이템들이 한두개 있는 그런 장소였으면 했다
그래서 탄생한 지노바
1년 약간 넘는 한시적 주민이긴 하지만
문정동의 나혼자산다 라이프는 기대 이상으로 재밌고
집안일은 생각보다 손에 잘 맞았다는
혼밥 혼카에 이어 혼집까지 혼놀의 끝판왕을 향해가는
문정사람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보기로
@지노바 MOONJUNG
맨 처음 들어와서 하양하양함과 맞은편에 보이는
구겐하임스러운 건물뷰에 바로 마음의 결정을 했다는
공간은 기본적으로 화이트 분백색에 기본 가전들도 하얀색으로
원래부터 가전은 흰색을 좋아해서인지
가지고 있던 가전템들이 다행히 큰 엉크러짐 없이 결이 맞았다
숨길 수 없는 깔맞춤의 본능
이주를 위해 구매한 생활템들은 다 스님색으로 깔을 맞추었다
수건부터 컵, 접시, 그릇 모두모두 스님 깔깔이
이부자리, 커튼, 베개 모두모두 스님색
실패가 없는 스님색
그리고 브랜딩의 핵심, 간판
로고를 직접 디자인 해서 작은 네온사인으로 탄생
이 조그만거 만드는데 나름 수시간이 걸렸다는
다음엔 큰놈으로 도전을
지노바의 빼놓을 수 없는 리쿼 라인업들
입주당시 라인업을 보면 당시에는 진과 빠이주가 한가득
현재는 피트한 싱글몰트와 리큐르가 가득가득한데
시기에 따라 관심 술들이 조금씩 바뀌나보다
혼집 에피소드를 만화에 살짝 담아보기도
신발에도 짝이 있듯이 각 술에 맞는 잔에 먹어야 제맛
러시아, 미국, 중국, 아이슬란드 각지에서
사들인 잔 중에 고르는 소소한 재미
싱글몰트를 내려마실 수 있는 리쿼머신 (공식 이름을 모름)
풍문으로는 호스트가 끼고 빼는 게 귀찮아서 잘 안쓴다고 한다
그날의 느낌을 따라, 먹을 술을 골라 한잔씩 하는 느낌이 재미있다
이사날 먹었던 노동주, 빠뜨론 한샷
술 외 또 하나의 포인트
만화를 좋아하고 캐릭터를 좋아하는 덕후
키치함은 포인트, 곳곳에 있으면 공간이 엉킬까 싶어
한 곳으로 몰아서 키치존으로 구성
레고, 마블 들을 볼 수 있고 최근에는 구석진 곳에 원피스 존을 추가로 꾸밈
그리고 가끔 맞이하는 나그네 손님들
요리는 귀찮아서, 코앞 이마트에서 잔뜩 사다가 만찬..!!
낮술은 조심히 천천히
이런 모양새들로 5개월을 살아 왔고 어느새 가을이 왔다
신기한게 그렇게 돌아다니를 좋아했는데
점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고
책을 많이 보고,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오늘 뭐먹지
내일 뭐먹지
이번주 뭐먹지
뭐 이런 생각도 많다만은
가끔은 일상이 홈캉스라는 낭만에 젖어 혼자 운치에서 허덕이기도
문정동의 지노바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먹고 있다.
- 월요병 없는 어느 휴일, 문정동 커피가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