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어느 바에 살게된 이야기
온통 따분할 뿐인 일생,
이제는 좀 재밌게 살아야 한다는 외침
사람은 격하게 외로워봐야 비로소
함께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그 좋다는 교수직을 박차고
돌연 미술을 공부하겠다며 일본으로 떠난
김정운 교수의 새로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저자 김정운
김정운 전 교수,
아니 이제 자연인이라고 해야하나
이번에는 여수에 자기만의 공간 '미역창고'(美力創考) 를 만들며
일어났던 이야기와 생각을 담았다
이번에 하는 이야기는 바로 '공간'
남자는 자기만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꼭 남자만이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지만
점점 이 시대의 남자들이 자기만의 공간이 없어지고
그 공간을 찾아 단란한 공간으로 찾아가고
늘상 취한채 집에 오고
그래서 산을 가고, 낚시를 하면서
잠시나마 공간의 자유를 만끽한다는 것
심지어 한국 다수의 대중에게는
차고도 없고, 창고도 없고, 정원도 없다
수백년 전 양반가에서는 사랑방이라는 것이 존재했고
일부 자기만의 서재를 가졌지만
다수에게 통용되는 공간이 아니었다
현대에서 자기만의 공간을 잃어가는 남자들
유일하게 주어지는 자유의 공간은 차량 안,
오직 운전할 때만 주어지는 그 한정된 시간
그래서 운전할 때 그렇게 인생이라도 걸린 마냥
끼어들기에 박해지고, 순하디 순한 양같던 사람도
도로의 투사가 되어 격정적인 드라이버가 되나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남자의 공간'이란
빈 땅을 이야기하는 space 가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이야기가 담긴 자기만의 공간
가득 놓인 책, 책을 늘어놓고 볼 수 있는 책상과 널찍한 의자가 있는 서재
피규어와 만화가 가득해 형형색색 키덜트를 뿜내는 아이같은 공간
직접 셀렉한 미술 작품이 걸려 있는 자기만의 화랑
술이 한가득, 언제든 원하는 술을 한잔 꺼내들 수 있는 작은 바
모두가 누군가의 공간이 될 수 있다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는 자기만의 공간 ‘슈필라움’(SPIELRAUM), ‘놀이(SPIEL)’와 ‘공간(RAUM)’의 합성어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의 주체적 공간’을 뜻한다. 물리적 공간은 물론, 심리적 여유까지 포함하는 슈필라움이 있어야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자존감과 매력을 만들고 품격을 지키며 제한된 삶을 창조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그리고 나의 슈필라움,
공간을 떠올려본다
생각해보면 부모와 한집에서 오래 살면서
그 욕망이 오래전 부터 꿈틀대었던 것 같다
나이 스물이 넘어 이제 어른이 되었답시고
살구색 벽지를 사서 생전 해보지 않은 도배질을 내방에 해보지 않나
결국 오돌토돌 울기에 다 벗겨내고 초록 형광 벽에 칠을 하거나
코발트블루로도 칠을 해보고
한 집에서 살지만, 다른 나만의 공간
온전한 나의 집을 갇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루 아침 독립을 하면서
작지만 느낌 있는 뷰의 집을 하염없이 찾아다녔고
입주 후에 네온으로 만든 집의 사인을 만들어 걸었다
그 순간, 나의 공간은 문정동 어느 곳에 있는
작은 오피스텔 원룸이 아닌
서울 동남쪽 어딘가에 있는
특별한 사람만이 찾아올 수 있는
세상 하나 뿐인 공간이 된 것이다
@지난 문정썰
https://brunch.co.kr/@jinonet/11
일상을 바꿔보고자 한다면
먼저 공간부터 바꾸라는 말
나는 술이 한가득 놓여
나라별로 좋은 술들을 양껏 마실 수 있는
그런 공간을 갖고 싶었고
그렇게 1년을 지내며
그 외딴, 작은 곳에
수많은 지인들을 맞이했다
그리고 더 확장해서 옮겨간 새로운 공간
이번에는 인테리어부터 하나하나 신중하게 꾸며
산업시대와 현대를 잇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내었다
이번에는 더 멀다
서울도 아니다
무려 광명
거실에 그 흔한 티비는 없다
집안 어디에도 시계는 없다
이곳에 오면 온전히 사람과 사람이 마주해
이야기를 나누고, 술을 마시고 취한채로 떠난다
음악과 조명은 맛있는 안주다
그리고 한국은 술에 꼭 음식이 있어야 하지 않나
소소한 음식은 주인장이 마련해준다
셰프는 아니지만 나름 광명시장에서 구한
명란에 기름장을 듬뿍 발라 내어주기도 하고
정성껏 전자레인지와 쿡탑에 포장음식을 데워주기도
(요즘 HMR은 점점 물이 오르고 있다)
세계과자전문점에서 산 나라별 과자를 내기도 한다
배달음식은 이상하게 어울리지 않는다
오다가 시간이 묻어 맛이 날라가는 건지
1회용 포장재가 가득 쌓인 모양새가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건지
해보니 광명시장에서 포장해서 먹는
홍어회무침이나 모듬전이 일품이다
광명시장에 있는 음식을 하나씩 다 먹어볼 때 까지는
이 시도들을 계속 해볼 참이다
김정운 분이 자칭 '화가'라면
나는 자칭 'BAR 지기'랄까
자연인 김정운의 여수 미역창고 보단
아직 부족한 스웩이지만
나름 술로 가득 쌓여있고,
이런저런 버전으로 켤 수 있는 조명
밖에 비치는 도덕산 언덕 자락의 뷰
퇴근 후에는 술한잔에 미식툰을 그리고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작업실이 되고
주말에는 음악에 책을 잔뜩 볼 수 있는
1인 도서관이 된다
여수의 바닷가 작업실에서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면
광명의 지노바에서는 여러 다른 시간들이 혼재한다
지노바은 어떻게 시간을 먹을까
어떻게 진화해 나갈까
어떤 이야기를 그려갈까
남자는, 아니 사람은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