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신세계 구축의 꿈에서 공중분해까지
*본 글은 2019년에 쓰였고, 이후 일부 내용을 현재에 맞게 수정하였습니다.
유튜브를 보다가 tvN D 라는 것이 보였다.
음? tvN 옆에 붙은 D 가 뭐지??
구독자가 51만명?
기존 tvN 프로그램의 일부를 유튜브에 맞게 짧게 재구성한 클립들의 페이지로 보였다. 공급하는 콘텐츠로 코빅의 미소지나부터 장동민의 빙딱까지 추억의 캐릭터들과 명장면이 소환되기도 하고, tvN 프로그램에서 핫한 게스트가 출연했던 영상 클립 등 Digital의 D로 콘텐츠 큐레이션 저장소같은 곳으로 보였다.
(updated) 2022년 현재는 tvN D STUDIO라는 이름으로 190만 구독자 채널로 훌쩍 커졌고, 지금은 tvN의 DNA를 가지고 다양한 주제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성격이 진화하였다.
tvN을 나온지도 벌써 5년, 몸 담았던 시간도 꽤 오래 전
그 사이 라이프스타일 채널 StoryOn에서 변형한 O tvN, 남성 채널 XTM에서 변형한 X tvN에 이어 tvN의 통합 디지털 브랜드 tvN D 의 탄생까지 보게 되었다.
CJ 공식 블로그 채널 CJ에서는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었다.
<스튜디오 온스타일>과 <tvN 흥베이커리>의 통합! ‘tvN D’의 탄생!
CJ ENM의 디지털 브랜드가 하나로 통합되었다. tvN의 디지털 스튜디오 ‘흥베이커리’와 온스타일의 디지털 스튜디오 ‘스튜디오 온스타일’이 하나로 합쳐져 ‘tvN D’라는 브랜드로 새롭게 시작하는 것. D는 Digital의 약자로 tvN의 서브 디지털 브랜드로서 온에어 채널이 캐치하지 못하는 모바일 동영상 소비 중심의 밀레니얼 세대를 취향 저격할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CJ에 몸담았던 6년 반, 그중 tvN에 있었던 4년 간 <응답하라>와 <꽃보다> 시리즈로 떠오르며
콘텐츠 트렌드 리더 브랜드로 자리 잡아가는 시기 운이 좋게 몸을 담았었는데, tvN의 디지털을 떠올려보자니 예전의 기억이 떠올라 한 이야기를 담아본다.
**먼저 이것은 조심스레 꺼내 드는 실패 사례이다.**
회사 안에서 어떤 프로젝트가 잘 되고 나면 모두의 프로젝트가 되면서 서로 좋은 훈훈한 그림이 되지만 반대로 잘 안된 프로젝트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건 철저히 내가 못 해서 안 된거에요. 라고 밝히고 시작해본다.
2014년, 모바일앱이 뜨면서 이곳저곳 저브랜드 이브랜드 모두 저마다의 모바일앱을 론칭하고 열심히 마케팅에 집중하던 시기였다. 지금이야 유튜브나 틱톡, 인스타그램 다양한 플랫폼이 존재하지만 당시에는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저마다의 모바일앱을 만들어 키우는 것이 대세였던 시기였고 이에 발맞춰 tvN도 야심 차게 모바일앱을 론칭하였다.
이름하여 tvNgo
나름 go냥이라는 캐릭터도 만들고 tvN의 클립영상과 편성표, 이벤트 등을 모아 만든 편의성을 가진 어플이었다. 당시 정책상 Live를 담을 수 없었기에 시장에서 아쉬운 반응을 얻기도 했었다. (jTBC 앱은 Live가 있었기에)
tvNgo 브랜드를 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시간이 지나며 여러 가지 옷을 입는다.
추억의 DMB로 모바일 라이브를 볼 수 있었던 1세대
모바일 앱으로 론칭해 간편하게 즐길 수 있었던 2세대
본격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면서 디지털 스튜디오 브랜드를 지향한 3세대
2세대로 시작해 3세대로 넘어가는 시점까지 함께 하며 모바일에 tvN의 기지를 구축하겠다는 사명감을 안고
몇 가지 프로젝트를 야심 차게 기획했고, 크게 3가지 갈래로 나누어본다.
- 1 -
먼저 tvN 대표 예능 중 하나인 코미디빅리그의 모바일 버전
코미디빽리그
코미디빅리그보다 더 날이 서고, 더 쎈 코빅을 모바일에 선보이면 어떨까 하며 시작하게 되었다. 별도의 제작팀까지 꾸려지며 상금을 건 투표배틀 시스템까지 내걸고, 코빅의 출연진들과 함께 tvgo의 첫 번째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게 되었다.
코빅 대기실에 (지금 보면 단촐한) 세트도 마련하기도 하고, 그렇게 만든 몇 개 에피소드는 조회수도 많이 나오고 반응이 뜨거웠지만 기대만큼의 빛을 보지 못하고 아쉽게 마무리되었다.
- 2 -
그리고 그 당시 주목받던 모바일 크리에이터. 지금이야 유튜브가 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했지만 당시에는 아프리카와 페북이 양분하고 있었고 그 시장의 핫한 크리에이터들을 모사어 한판 붙여보면 어떨까..? 하는 기획에서 시작하였다.
이름하야 go TV
go TV
콘텐츠 타이틀은 tvNgo 의 이름을 따서 지은 직관적인 이름.
같은 회사 내 MCN 사업부였던 DIA TV와의 합작으로 만들게 되었다.
프로그램의 취지를 직관적으로 담아보자면 크리에이터들의 천하제일 무술대회, 더 킹오프 파이터즈 이런 느낌이랄까.
그 당시 함께 해준 대표적인 크리에이터 분들은 누가 있었을까?
먼저 재기 발랄한 보이스 크리에이터, 유준호
tvN 콘텐츠를 다양한 더빙으로 만나보는 '누가누가 더빙신'을 선보였다.
(지금은 100만 유튜버가 되셔 나날이 성장중이심)
페북 100만 팔로워의 1세대 크리에이터, 쿠쿠크루 와 함께한 일상 버라이어티 '난리띵까당'
등등
코미디빽리그 처럼 마찬가지로 배틀 구도로 펼쳐졌고, 탈락자를 새로운 크리에이터가 채우고 매주 대결을 펼치며 그렇게 두어달의 시간을 함께 했다.
야심 차게 시작했던 이 프로젝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각 크리에이터 계정에서는 반응이 뜨거웠지만, 그 버즈가 모바일앱 유입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맹점이었다.
- 3 -
그렇게 두 개의 오리지널 콘텐츠 외에도 기존 인기 프로그램의 비하인드나 백사이드 콘텐츠들도 제공을 했다.
SNL를 무삭제 혹은 비공개판으로 만나볼 수 있는 좀 쎈 SNL
코빅의 NG컷, 비하인드 영상을 볼 수 있는 날로 보는 코빅
그리고 앱툰,
앱에서 볼 수 있는 툰이라는 이름으로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와 제휴하거나 직접 웹툰작가와 계약하여 tvN 프로그램의 스핀오프툰을 제작했다.
그런데 네이버나 카카오페이지 처럼 소속된 웹툰 작가가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중간중간 콘텐츠 제공에 텀이 발생하게 되었고 가짓수를 채우기 위해 일부는 직접 그리기도 하였다는 비하인드.
(그 당시 나름 꽤 재미요소가 많았던 막그림 같았는데 다시 보니 참....휘우..)
오리지널 노컷 소스를 모으기 위해 백스테이지 찾아다니며 영상 모으고, 직접 툰까지 그려내고 지금 생각해보면 열정이 가득했는데, 그 당시 누구는 이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업무시간에 그림이나 그리고 앉아있네 (ㅠㅠ)
이렇게 저렇게 앱 서비스를 운영해오기를 2년, 결과적으로 어떻게 되었을까?
여러 비즈니스 한계에 직면했고 결국 내부적으로 tvNgo앱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이 되어 최종적으로 내 손으로 직접 어플 삭제 실행을 하며, exit 버튼을 누르며 고요히 마무리하였다.
이 브랜드로 앱 서비스를 운영하며 만들었던 결과물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60만 다운로드와 두 개의 오리지널,
여러 개의 앱툰 시리즈오 비하인드 콘텐츠들
당시 마음 쓰린 프로젝트였지만 나름 이런저런 실험들도 하고 공들였던 시간들, 지금 꺼내서 생각해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프로젝트는 망했지만)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면, 이 프로젝트가 잘 된 부분은 역량이 부족했던 프로젝트 리더(본인)의 몫이 가장 크고, 나보다 더 스마트하고 선구적인 분이 잘 맡아하셨다면 tvN 디지털 1세대의 역사가 좀 더 탄탄해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당시에 그 실패가 이후 커리어를 쌓아나가는데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한 부분인 것 같다.
일하다가 실패했던 대표적인 사례가 있나요?
면접이나 인터뷰에서 듣게 되는 대표적인 질문인데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이 프로젝트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실패의 기억만 가지고 있다면 안 될 노릇. 그 프로젝트의 실패 요인들을 돌이켜보면 다음과 같았다.
1. 모바일 콘텐츠는 세고 자극적이면 된다?
>>
모바일이라고 단순히 자극적인 게 먹히는 게 아니고 오히려 논란의 리스크가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자극 아니라 재미다.
2. 디지털에서 유명한 크리에이터를 모으면 버즈가 모인다?
>>
크리에이터 팬들은 그들의 페이지에서 콘텐츠를 소구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크리에이터의 구독자 숫자 이상으로 브랜드와 콜라보를 할 때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지 그 합과 fit이 중요하다.
3. 기존 강한 콘텐츠 브랜드를 활용하면 쉽게 갈 수 있다?
>>
플랫폼은 저마다의 특징과 문법이 있어, 그 컨텍스트에 맞지 않으면 오히려 기존 브랜드에 해가 될 수 있다. 차라리 새로운 브랜드가 낫다.
서비스 종료 이후, 7년이 시간이 흐르며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tvN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 사이 시간이 지나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 드라마왕국, 콘텐츠 트렌드 리더의 타이틀을 넘어 최근에는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와 디지털 브랜드로의 확장 또한 순항 중이다.
미디어 시장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그동안 모바일 콘텐츠가 다양하게 생겨났고, 카카오나 쿠팡 같은 비 미디어 기업이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고, 샌드박스는 유튜브에 메타코미디라는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를 선보였고, 극장이 지고 OTT가 떠올랐고 또 영화보다 드라마 산업이 더 각광을 받으며 여러 변화의 시간들을 지나왔다.
실수는 발견의 시작이다.
- 제임스 조이스
실수를 부끄러워 말라,
실수를 부끄러워하면 실수가 죄악이 된다.
- 공자
일을 하다모녀 실수와 실패 사이에서 많이들 왔다 갔다 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를 몇 년간 마음속 깊숙이 담고 있었지만, 이제는 꺼내 들고 마주해서 뭐가 부족했었는지를 들여다본다. 이전의 실패와 경험을 밑거름 삼아 마케팅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콘텐츠를 만들 때 좀 더 단단해지도록.
수년 뒤에, 또다시 '실패한 썰'을 써 내려가지 않도록. 그때는 '성공한 썰'을 세상에 꺼내들 수 있게.
*커리어리에서도 매주 마케팅과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