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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하는 실천가 Aug 14. 2019

19세 아들의 독립 선언

#빠와 아들의 대화 1

 아빠; 그래도 매일 공부만 어째 하노.  하루짜리 휴가도 잠깐 다녀와야지?

 들; 괜찮아요. 공부해야죠.


 #아빠와 아들의 대화 2

 아빠;  3이 친구들과 극장 가고 노래방 가고 하루 종일 놀다니.

 아들; 저도 숨 좀 돌려야죠.


 여름방학을 힘들게 보내고 있는 아들과 아빠의 대화가 괴하다.

아빠가 '하루 놀러 가자' 하면 아들은 '공부해야 한다'하, 아들이 친구와 놀려고 하면 아빠는 '공부해라' 한다.

 이 알쏭달쏭한 대 속에서 나는 해답을 찾아냈다.  

   아빠가 생각하는 휴식은 가족과의 이고, 아들이 생각하는 휴식은 친구와의 작은 일탈이다. 아들게 이제 너지를 충전시켜 주는 건 가족보다 친구. (당연하지! 9살이 아니라 19살인데.)


  얼마 전 일명 '횟집 대전'이 있었다.  이날도 아들은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공부했고, 우리는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불러 내어 횟집에 갔다.    식사자리에서 아들은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오늘은 이 정도로 공부하고 친구 집에서 자고 내일 바로 도서관에 가겠다고 했다. 우리 부부는 안된다고 했다.  친구와 잔다는 것은 오늘 밤을 새우겠다는 것이고 다음날 도서관에 간다는 것은 분명 늦은 오후에나 가능한 일이, 너의 공부 리듬이 무너질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평소 이 정도로 말하면 아들은 풀이 죽은 표정을 지어 나의 모성애를 자극해서 내가 아빠를 설득하게 만들거나,  아쉬운 표정으로 포기했다.  하지만 아들은 생전 처음 울면서 화를 냈다. '왜 자기가 힘든 걸 알아주지 않냐'라고.  '열심히 할 때 칭찬도 제대로 안 해주더니 무조건 안된다'라고 하냐고.  순한 아들에게 일격을 당한 우리 부부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우리는 한참의 대화 아들을 진정시키려 했으나 아들은 끄억 거리며 울기만 다. 나는 깨달았다. 내 눈에만 아기일 뿐 아이는 이미 다 커버렸다는 걸. 

  그날 두 부자는 커피숖으로 이동해서 한참의 대화를 나누었고, 아이는 밤늦게 친구 집에 갔다.  


  작년만 해도 대학을 굳이 서울로 안 갈 거라던 아이가 이제는 부산에 있는 대학에는 원서 자체를 넣지 않겠고 한다. 항상 부모 품에서만 살 것 같아 걱정되었던 아이의 변한 모습에 한편 안심이 되기도 하고 한편 아쉽기도 하다. 아이는 부모라는 둥지 벗어나 자기의 세상으로 날아가려고 깃털을 퍼덕 비상을 준비 중이다.

나는 이제 훨훨 날아가는 모습을 바라봐주면 된다. 18년 전 소파를 작은 두 손으로 움켜쥐 얇은 두 다리를 바르르 떨며 스스로 일어서던 아이를 바라보던 그 마음으로.


그 순간 아들에게 문자가 왔다.

 "엄마. 주민센터 가서 내 주민등록증 좀 찾아놔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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