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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하는 실천가 Apr 05. 2020

함께 자고 싶지만 따로 자는 것이 더 좋아

   나는 얼마 전까지 결혼하면 함께 잠들고 함께 눈뜨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심지어 서로 심하게 싸우는 것과 같은 일이 있어도 무조건 잠은 같이 자야 한다고 믿었다.


  결혼초에는 둘이 한 침대에서 자는 것이 좁고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남편이 해주는 팔베개에 기댄 채 알콩달콩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좋기도 했다.  그 로맨틱한 공간이 점차 거추장스럽게 느껴진 것은 그 팔베개를 하지 않을 즈음이던 10여 년 전부터였을까, 아니면 각자 유튜브의 세계에 빠져 서로 반대방향으로 돌아누워 휴대폰을 보다 잠들던 작년부터였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각자 말을 못 했을 뿐 각방을 꿈꿔왔을지도 모른다.  예전부터 남편은 나의 코 고는 소리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투덜대듯 하였고, '그럼 따로 잘까?' 하는 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건 아니다'라는 남편의 발 빠른 대응으로 잠시 뾰족던 나의 눈도 둥글어지며 우리의 동침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곤 하였다.  


  하지만 결혼 20주년이 되는 올해에 이르러 우리는 결국 따로 자게 되었다. 그렇게 부부 애정의 표지판 같았던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자야 한다'는 불문율을 깨뜨린 시발점은 엄마 문제였다.  엄마의 치매가 심해지면서 한밤중에도 나를 찾거나 집안을  돌아다니통에 그렇지 않아도 예민한 남편은 잠을 못 자 수시로 나를 깨웠다.  그렇게 한밤중에 엄마가 방에서 나오는 순간 식구들이 깨기 전에 얼른 엄마를 챙기고자 나는 거실에서 자기 시작다. 그렇게 며칠간 거실에서 자게 되면서 나는 수면부족 현상을 겪었고 딱딱한  바닥으로 인해 몸 구석구석이 쑤시면서 결국 다시 방으로 들어게 되었는데 그 방은 우리 부부의 침실이 아닌 아들의 방이었다.  이미 혼자 편하게 널브러져 자자유로움을 알게 된 나는 더 이상 좁은 침대에서 남편과 함께 자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아들과 함께 자는 것에는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아들  잠을 자는 환경대해 예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음악을 틀어놓고 자든, 코를 골든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아들 침대 아래에 요를 깔고 엎드려 책을 읽, 뒹굴며 휴대폰을 보 큰 대자로 편안히 잔다.


 남편은 소리와 빛이 사라진 흑의 라야 잠을 잘 잘 수 있다. 작은 움직임과 미세한 시계 초침 소리도 신경 쓰여한다. 본인도 두 팔과 다리를 일자로 한채 반듯하게 누워서 소리 하나 내지 않고 고요히 잠을 잔다.  내가 화장실 가려고 일어나기라도 하면 바로 잠에서 다.   잠을 자다 새벽에 잠이 깨버리면 나는 숨을 죽인 채 그대로 가만히 누워 있어야 한다. 내가 몸을 뒤척이다가 남편의 잠을 깨워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렇게 우리 부부의 수면 패턴은 너무나 달랐기 때문에 '부부는 함께 자야 한다'는 불문율 속에 갇혀 우리는 말하지 못하는 고민으로 끙끙 앓아왔다.  그  엄마를 챙겨야 한다는 이유로 나는 거실로 나왔고 깨달았다.  따로 자는 것이 얼마나 몸과 마음을 자유롭게 하는.

  소리와 움직임에 민감한 남편 때문에 내가 그동안 최대한 몸을 웅크린 채 잔 것이 얼마나 불편한 것이었는지.  


  남편은 이제 홀로 부부 침실에서 암막커튼으로 빛을 완전 차단한 채 편안하고 엄숙하게 잠을 잔다. 아무의 방해도 없이 고요하고 거룩하게.


 한 침대에서 함께 자는 것으로 부부의 사랑은 영원할 것이라 믿었던 는 사실 한 침대에서의 행복이라는 껍데기의 위안갇혀 서로의 자유를 속박했는지 모른다. 서로의 삶의 패턴에 따라 다양한 삶의 방법과 행복의 모습이 존재할 것인데 말이다.  로를 배려한다는 마음이 어떨 때는 서로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금도 여전히 우리는 한 침대에서 속닥거리기도 하고 고개 돌려 각자 휴대폰을 본다.  하지만  시간이 다가오면   '자러 갈게' 외친다. 그러면 남편은 '여기서 자도 된다'며 잡는 척을 한다. 그래도 각자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 나는 냉정히 아들 방으로 향한다.  그리고 최대한 팔다리를 큰 대자로 펼친 채, 코 고는 소리와 음악 소리가 뒤섞인 방에서 오른쪽 왼쪽 번갈아 돌아누워가며 편안하게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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