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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하는 실천가 Aug 02. 2018

 [관용, 연대]의 사회를 위한 차별을 찬성한다

남의 차별에 찬성하고, 나의 차별에는 분노해 왔던 우리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작가 오찬호 출판 개마고원 발매 2013.12.05



2주마다 들르는 도서관에서 이날은 정말 읽을 책이 없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읽을 수 있는 통속적인 소설이 당기는 요즘이기도 했다.

그런데, 강서 브라이트 도서관은 정말 책이 많지 않다. ㅠㅠ

집에는 빨리 가야 하고, 그래서, 그냥 주워들었다.

이렇게 걸려든 책은 보통 성공하는 편이다.

기대하고 읽는 책 보다.

이 책도 그런 면에서 성공적이다. 사회학자인 저자가 쉽고도 명쾌하게, 사례를 적절히 들면서 쓴

몇 시간 만에 독파할 만큼 읽기 좋게 쓰였다.

이 책은 나 스스로 합리적이며,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흔들어 놓은 의미 있는 책이었다.

나 또한 정규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오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왔기에,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나의 기득권을 배타적으로 인정받기를 바랐다.

지금도 그런 면이 내 마음속에 상존한다.


특히, 대학 간 서열 의식은 공개적으로 노출시키지는 않지만, 우리의 내면에 깔려있는 의식을 잘 집어내었다.  나는 사실 이 학교에 다니기에는 다소 아까운 면이 있다는 표현....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많은 의미들, 열등감과 우월감은 역시 같은 감정이었다. 내가 우월하다는 느낌은 결국 나의 열등감이 낳은 산물이다. 내가 명품에 집착한다면 그것 또한 나의 물질적 결핍을 가리기 위한 열등감인 것이고.

사회가 그렇게 공고히 만들어 놓은 것에 내가 따로 떨어져 객관적이고 합당하게 존재할 만큼 능력자가 아니므로, 나 또한 많은 열등감의 늪에서 나의 영역을 배타적으로 지키기 위해 우월적 근거들을 끊임없이 쌓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의식 속에서....

그래서 지금도 뭔가를 하려고 하는 습성... 이것도 어릴 때부터 나를 눌러온 열등감의 또 다른 부작용인 듯하다.

하지만, 이제 의식하자. 모른 척해 왔던 나의 열등감을.  


이 책의 첫 부분에서 한 학생이 저자에게 '비정규직인 승무원이 정규직으로 바꾸려는 노력은 무임승차라고 하는 부분'에서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면이 있다는 걸 깨달으며 스스로 모순에 빠지는 사실이 난감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과 구분되고 차별화되어야만 내가 안심할 수 있는 사회 구조의 문제를 우리가 의식하고 가야 할 것이다. 나도 이 걸 앞장서 깨부술 용기는 없지만 말이다. 적어도 당연하지 않은 것이란 의식은 있어야 한다.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라도 기억하며 모순을 바꾸려는 의지를 순간순간 되새기면서 말이다. 김제동의 말처럼, " 웃으면서, 즐기면서, 그렇지만 기억하면서 계속 가지고 간다면 "

세상을 뒤집지 않아도, 세상을 바르게 이끌어 가는 방향을 놓치지는 않을 거다.

따뜻한 휴머니즘을 꿈꾸며 말이다.   



나 또한 크게 의식하지 못하였으나 차별을 받아왔을 것이다. 학창 시절, 가난한 집안 형편과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젊은 시절엔 작은 키와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 안경 쓴 여자이므로, 얼마 전까지는 마티즈를 모는 경차 운전자로서. 조금씩 불이익이 있었다. 이젠 외모로 평가를 덜 받을 만큼 나이도 들었고(그래도 받고 있겠지만.), 남이 알아챌 만큼 그렇게 가난하지 않고 할 말도 의뭉스럽게 슬쩍 할 줄 알고, 중형차를 모는 직업인이므로, 나는 이제 사회적 차별에서 자유로워졌을까?  

   이 책은 능력과 경쟁이 공정한 평등이라는 것과 능력과 경쟁에서 이기지 못한 자들이 받는 차별은 당연하다는 전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경쟁을 통과하지 못한 이들에게 두번째 기회를 주는 것이 차별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것을 차별이라면 이 차별은 필요한 차별이므로 그 차별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누군가를 밟고 올라간 자에게 주어지는서열과 성공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평등한 경쟁이라는 점에서 부러움과 존중을 받아야 하는 트로피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성공의 열매를 얻지 못한 사람들도 기회의 사다리로 언제든 사회적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 왜냐면 그들이 실패한 이유가 나태함이 아니라 기회의 부족, 환경이나 운의 문제일수도 있으므로...

 우리 나라의 교육과 사회의 모든 문제는 바로 이러한 경쟁과 성공 신화에서 계속 살아남아야 하고 그것은 노력과 열정으로 무조건 획득할 수 있다는 단순 명확한 논리에서 비롯되고 있다. 따라서, 성공한 자도 실패한 자도 모두 진정한 행복이 아닌 우월감과 열등감이라는 잘못된 감정 속에 자신을 내던질 수 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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