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한다. 아이야.

by 연구하는 실천가

아이야.

너도 알다시피, 너는 일찍 태어나 1kg 조금 넘는 아주 작은 아이였다.

손가락으로 세기도 벅찬 각종 병명을 돌아가며 진단받고, 갓난아기때 수술 시작으로 6살까지 끊임없이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 아이였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말더듬 증세가 갑자기 나타나 중학교 졸업때까지 가게에서 물건 주문하는 것조차도 엄청난 임무가 되어버린 아이였단다. 낱말 하나도 뿜어 내듯 말하느라 숨을 몇 번이고 몰아쉬곤 했던 네가 고등학교에 들어가 토론 동아리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나는 한 편 기쁘면서도 걱정스러웠단다. 너는 그렇게 문제를 피하기보다 부딛쳐 해결하는 아이였지. 조금씩 말더듬이 완화되어 가는 모습이 기뻤지만 그것 조차 네게 또 다른 부담이 될까 짐짓 모른척 하며 조용히 가슴을 쓸어내렸단다. 이제 사람들은 네가 말을 더듬는다는 사실을 잘 모를 정도가 되었지만, 말을 시작할 때 한 번씩 주춤거린다는 것을 눈치 빠른 몇몇은 느끼겠지.


그런 네가 며칠 전 토론대회 학교 대표로 나간다고 했을 때 나는 두려웠다. 여러 가지 신체적 핸디캡에도 항상 아무렇지 않은 듯 생활하는 네가 항상 두려웠던 것처럼. 어린 나이에 병원에서 주사를 수시로 맞을 때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던 네가 두려웠던 것처럼. 힘들면 제발 힘들다고 말해라고 해도 괜찮다고 하는 네가 두려웠던 것처럼.


그런 네가 토론대회 전날인 어젯밤, "청심환 먹고 갈까?"라고 말했을 때 나는 또 두려웠지만, 무심하게 말할 수 밖에 없었어.

"없는데, 사올까?"

너는 항상 그렇듯이, "아냐. 괜찮아. 그냥 말해봤어."라고 말하고는, 평소라면 나의 따가운 눈초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파에 누워서 휴대폰을 볼 네가, 책상에 자정 넘은 시간까지 꼼짝 않고 앉아서 토론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고 너의 말할 수 없는 떨림이 내게 전해 왔어. 어젯밤 네 심장의 격동을 말하듯이 새벽까지 천둥 번개는 하늘을 흔들었고, 너의 마음도 흔들렸겠지. 오늘은 알람이 울려도 항상 일어나지 못하던 네가 알람이 들리는 순간, 자지 않은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더니 컴컴한 거실 소파에 우두커니 앉아 있더구나.

"이렇게 일찍 일어날 이유가 없었으면 더 자지 그랬니." 하며 안타까워 하는 나에게

"그냥. 잠이 안 와." 라고 너는 말했어.


하늘은 아직도 조금씩 으르렁대고 있었고, 빗줄기의 속도가 줄었지만 비는 만만치 않았어.

학교까지 태워주겠다는 내 말에, 평소라면 그러겠다고 했을 네가 괜찮다고 하였어.

차라리 차가운 바깥바람이 너의 긴장을 더 편안하게 해 줄 수 있기 때문일까?

나는 '잘 해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어.

너의 가슴에 작은 돌 하나 얹는 것도 두려웠으니까.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어.

"잘 갔다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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