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구하는 실천가 Sep 04. 2021

을숙도 앞바다에서

청량의 바위산 사이마다 솟아 오른 소나무 바람을 맞으며

강은 그렇게 시작되었더랬다.

거친 바위와 돌을 돌고 돌아

제법 세찬 흐름으로 내달리던 때도 있었더랬다.


구비 구비 천삼백리를 넘어올 동안

자잘한 영욕과 사연이 없었겠냐만

철새로 붐비는 남해의 붉은 노을을 마주하고는

그 모든 것이 다 용서될 뻔하였다.


나의 시작이자 나의 끝인 바다에 다다르는 순간

거품 품은 물 한 줄기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그날 아침

바람을 따라 하류의 물결은 제법 빨랐다.

거품도 바람의 결대로 세 줄기, 네 줄기 나누어졌다.


드디어 나는 바다를 마주하였고 비로소 쉬게 되었다.

하지만 거품 줄기도 나를 따라 멈추었다.

거품은 물 위를 부유하며 커다란 덩어리를 만들었다.


먹먹한 바다와의 만남은 결국 거품함께였다.

그래서 강은 용서할 수 없었다.

강의 힘이 다할 때 안아준 바다에게 남겨준 것이

짙고 하얀 덩어리일 줄이야.


바다의 입구를 지키던 물새는 자맥질하다 말고 뭔가를 물었다 뱉었다.

순간 강은 말없는 포효로 바다를 움켜쥐었다.


그래도 바다는 대양의 품을 지닌지라

강의 가슴을 말없이 쓸어주었다.


그리고 짙은 먹색 잔잔함으로 대양의 용트림을 조용히 시작하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러링이 답은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