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열심히 안 살기로 했다

by 연구하는 실천가


방학이 시작된 지 이주일이 되어간다. 이제는 정말 뭔가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나를 강하게 압박한다. 항상 그랬듯이 방학 계획을 세웠다. 이번에는 정말 가볍게. 오전 글쓰기, 독서, 연수. 오후 운동, 청소. 업무.

예전 방학과 비교하면 정말 간단하다. 이걸 며칠전 하루동안 실천했다. 근데 왜 이것도 버겁지?

무엇보다 몸이 예전만 못하다. 계속되는 두통과 피로가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알 수 없는 무력감도 가시지 않는다. 남들이 말하는 갱년기인지, 그동안의 과업무로 찾아온 번아웃인지 모르겠다.


그러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면 큰일 나는 걸까? 흘러가는 시간을 꼭 계획의 틀에 묶어서 사용해야 하는 걸까? 그래서 그냥 내 몸이 하고 싶은 대로 시간을 내버려 두기로 했다. 지금 책을 읽고 싶으면 읽는 거지. 지금 휴대폰을 보고 싶으면 보는 거지. 지금 잠이 오면 자는 거지. 뭐 그런 거지.

그렇게 계획 없이 3일을 보냈다. 누워서 휴대폰을 보다가 잠이 오면 잤다. 늦은 아침밥을 먹었다.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읽었다. 다시 휴대폰을 좀 보았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책상에 가서 글을 썼다. 배가 고프면 또 뭔가를 먹었다. 늦은 오후 해야 할 일을 한, 두 개 정도 했다. (장을 보거나 청소를 하거나 산책을 가거나 업무를 봤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수십 년의 주문에서 풀려난 것 같은 나는 지금 평화롭고 좋지만 여전히 조금은 불안하다.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금단현상에 입술이 조금 마르고, 손 끝이 가끔 갈 곳 몰라 꼼작거린다.

아, 뭔가 시작한 것은 있다. 거의 처음 해보는 피부마사지.(결혼 전 잠깐 해본 적은 있다.)

내가 의식주 외에 돈을 써 본 것이 무엇이었을까? 영화 관람, 여행 정도. 오롯이 나를 위해 불필요한 소비를 감행한 것이 참 오랜만이다. 내 기준에서 거금을 들여 끊은 피부마사지를 나는 며칠 전 처음으로 갔다. 첫날의 당황스러움. 난 그저 얼굴 마사지를 받고자 했을 뿐인데 헐벗은 나의 상체를 누군가의 손에 내맡기게 될 줄은 몰랐다. 따뜻한 온열 침대에 누워 수십 년 동안 삶의 무게 속에서 딱딱해진 내 몸이 비로소 촉촉이 풀리는 쾌감을 느끼며 나는 속으로 외쳤다.

" 아, 이거구나. 돈의 가치가 발하는 기쁨이. 나는 그동안 먹고살기 위해 돈을 벌었지만, 정말 먹고살기만 한 거였구나. 돈은 버는 것일 뿐 아니라 쓰는 도구이기도 한 거였어."

그 순간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서 자유로워진 나의 몸과 정신을 비로소 찾은 기분이 들었다.

모든 직장이 그렇지만, 특히 학교란 곳은 꼭 필요한 일만 딱 맞게 하는 것과 일을 찾아 하는 것의 갭 차이가 엄청나다. 적당히 여유 있게 살 것인가, 내 욕심만큼 해낼 것인가에 따라 일의 강도가 극과 극이다. 그동안 나는 너무 나만의 이상에 가까운 욕심을 내면서 나 스스로 생채기를 낸 적도 많았다. 올해는 여유의 삶과 일의 관계에서 균형을 찾으려 한다. 이제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있지만 삶의 태도가 조금 변한 것도 있다. 치열한 삶을 살아오다 보니 어느 순간 나 스스로 헤어 나오지 못한 측면도 느껴진다. 이제 나의 삶을 나의 일로부터 조금씩 풀어주며 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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