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에 엄마 병실에서 쓴 글이 날아갔다.
'역시 글은 새벽에 써야 해'라며 달렸던 나의 감성 가득한 글을 이제 좀 이성적으로 정리해서 올리려고 했더니 아무리 눈을 비비고 찾아도 글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불과 몇 시간 전의 글이니 지금 다시 떠올려 쓰는 것도 가능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지금 그 글을 떠올려 다시 쓰려니, 뇌가 쪼그라드는 기분이 들어 영 자판에 손이 안 간다. 새벽의 감성을 햇빛 쨍한 한낮에 두 눈 게슴츠레 뜨고 봐 줄 수는 있을지언정 다시 뇌의 검열을 거쳐 재생하여 쓰는 것만큼은 도저히 할 짓이 아닌가 보다.
그렇다면 어차피 오그라드는 감성의 글을 브런치에 푸는 만행을 저지르느니 이렇게 기억 저편으로 너를 떠나보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래~ 떠나라. 새벽의 감성이여. 너는 비록 유통기한이 두어 시간짜리 감정 덩어리였지만, 네가 떠나는 뒷모습만큼은 가을 저녁놀처럼 아름다울지니 새벽 5시의 그 순간만큼은 분명 내 진심이었고 나만의 명문이었다고 네게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