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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하는 실천가 Mar 20. 2022

내가 글을 잘 쓰고 싶은 이유

  다른 사람들도 흔히 그렇겠지만, 나는 특히나 뭔가에 흥미가 생기면 처음에는 흥이 끓어 넘쳐 과도하게 몰입한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할 때도 그랬고, 브런치에 처음 글을 쓸 때도 그랬다. 그렇게 1년 정도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내 삶을 지배하다가 2년 차 정도가 되면 용암의 뜨거운 열기가 빠져나간 따끈한 온천물처럼 내 심장의 피를 빠르게 순환시키는 정도의 열정을 유지해 준다. 그러다가 3년 차가 되면 미지근한 맹물이 되어 가끔 답답해진 내 목을 축여주는 생수 정도의 역할을 한다.  특히 요즘 브런치의 글쓰기는 맹물을 넘어 찬물이 되려 했다. 최근 두어 달간 글에서 아예 손을 놓은 형편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일과 코로나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치고 가정적으로 힘든 시간들이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그렇게 글은 내 마음의 위로도 활력도 아닌 것이 되어갔다. 그러다 아주 오랜만에 브런치에 알림이 울렸다. 나의 글에 ‘좋아요’와 함께 구독 메시지가 뜬 것이다. 더구나 ‘좋아요’가 달린 그 글은 내 감성이 뜨겁게 너울대던 브런치 1년 차 시절에 쓴 오래전 글이다.  격한 감성으로 한 시간 만에 후딱 쓴 그날 글에 나는 대만족 하였고 나름 반응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무참히도 반응은 거의 없었던, 그래서 누가 알까 봐 조용히 묵혀놓고 싶었던 그런 글이었다.


  그런데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은지 오래된 어느 , 지나가던 누군가가 잊힌  글에 ‘좋아요 달아주며 심지어 구독자가 되어 주었다. 많은 사람이 동의하지 않던 나의 과도한 감성, 그리고 나의 부족한 표현력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구독자의 마음  구석을 움직였던 걸까?


  그러면서 나는 글을 쓰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한때 많은 구독자를 가진 작가를 부러워하고 나의 콘텐츠와 문장력을 고민했지만 결국 문제의 본질은 뻔하지만 진정성이었다. 구독자수가 어떠하든 간에 나와 같은 공명을 느끼는 누군가가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기쁨, 나의 구린 감성과 평범한 문체에도 불구하고 공감해 주는 소수의 (심지어 단 한 명의) 구독자에게서 나는 큰 동력을 얻고 있음을 진심으로 느낀다. 그렇게 내 글이 조금 더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는 순간을 나눈다면 그거로 족하다는 걸 브런치 4년 차에서 느낀다.  그래서 나의 브런치 초기 감성을 공감해 준 이번 구독자만큼은 왠지 오랫동안 내 곁에 꼭 잡아두고 싶은 마음에 앞으로 좀 더 글을 잘 쓰고 싶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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