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J는 친구들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무시한다고 느끼고 아이들에게 욕설과 폭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5분도 지나지 않아 사과를 받아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상대방은 방금 그렇게 험한 꼴을 당하고 나서 그 사과를 받을 마음이 없다. 그러면 사과를 받아줄 때까지 다시 화를 내고 폭력을 행사한다. 그렇게 자신의 존재가 부정되는 느낌을 받으면 화를 내고 아이들은 피하고 또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고....
J의 행동 패턴을 바꾸기 위해 병원 치료도 받고 있지만 아직은 쉽지 않다.
사람은 자신의 행동 패턴을 바꾸기 쉽지 않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라는 드라마가 있다. 거기에 주인공과 어릴 때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있던, 현재는 잘 나가는 음악감독이 있다. 그녀는 어른이 되어서 현재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 주인공을 만나서도 그 시절의 라이벌 의식을 느끼며 견제하는 행동 패턴을 보인다. 그러다가 주인공으로부터 '당신이 멋있고 부럽다'는 진심 어린 말을 듣고는 열등감이라는 담을 허물고 자신의 패턴을 바꿀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주인공을 도와주는 캐릭터로 바뀌게 된다.
드라마 속의 악인이 반성하고 선인으로 바뀌는 장면을 보면 그 뜬금없음에 손발이 오그라들 때가 있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조금 수긍이 되었다. 어린 시절 항상 일등만을 바라는 엄마로 인해 바이올린 켜는 것이 고통스럽기만 한 아이가 어릴 때 오디션에서 자신을 이겼던 아이(주인공)가 음악을 포기한 채로 어른이 되어 갑자기 나타났는데도, 여전히 자신의 위치와 존재감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아이가 자신을 향해 멋있고 부럽다는 말을 하고 음악을 좋아하지 않고 열심히만 하려는 자신이 두렵다는 말에,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게 된다. 그래서 자신의 잘못된 행동 패턴을 깰 수 있게 된다.
결국 오랜 전에 만들어진 자신의 패턴이 돌아가는 방식을 깨려면 숨겨진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 그저 패턴이 그리는 현상만을 보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는 방법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드라마 속 음악감독은 다음과 같은 패턴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일등이어야 한다] →[나보다 바이올린을 잘 하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나서 참을 수 없다] → [바이올린 켜는 것이 힘들고 두렵다]
여기서 숨겨진 출발점인 [나는 일등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나는 일등이 아니어도 된다]로 바뀌면 그다음 패턴인 [나보다 바이올린을 잘 하는 사람을 봐도 불편하지 않다] 그래서 [바이올린이 부담스럽지 않고 재미있어진다]로 나아갈 수 있다.
나는 J의 패턴 운영체계의 숨겨진 1단계를 알지 못한다.
[?] → [친구들이 내 말을 무시한다] → [친구를 용서할 수 없다]
실제 상황은 드라마처럼 단순한 패턴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패턴의 첫 출발점을 알 수 있다면 J는 좀 더 행복한 아이로 살아갈 길을 찾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