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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품여자 May 28. 2021

2. 몰타 코미노 섬 블루라군

2-9. 비키니 수영복아 어서 와

난생처음 비키니 수영복을 입을 기회가 왔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만한 몸매는 아니라 한국에서는 전혀 입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도 날 알아보지 못하는 외국에서는 입을 용기가 날 것 같아 비키니 수영복을 준비해 갔었다.


동생 두 명과 함께 아침 일찍 코미노 섬에 가는 버스를 탔다. 1시간여쯤 달렸을까. 선착장에 내려 배를 타고 코미노 섬으로 들어갔다. 코미노 섬 블루라군은 이미 유명 관광지였다. 물 색깔이 정말 청아했다. 이곳 해수욕을 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크루즈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아보려는 사람들이 이미 많았다.



우리는 물놀이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해변 한쪽에 돗자리를 펴고 앉았다. 그리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이곳에 온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있어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다를 향해 달렸고 이내 맑은 물빛 속으로 들어갔다.(수줍음 많은 대만인 동생은 끝내 수영복을 입지 않았다.)



'아~ 시원.'


뜨거운 태양을 피해 바다에 몸을 담그니 시원함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해진다. 사실 난 수영을 할 줄 몰라 얕은 물에서 물장구를 치는 게 다였는데 그래도 좋았다. 튜브가 있었다면 물 위에 둥둥 떠서 책이라도 읽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셋이서 한참을 놀다 자리로 돌아와 수건으로 몸을 닦고 돗자리에 반쯤 누워 일광욕을 즐겼다.



미리 사서 가져간 샌드위치를 주스와 함께 먹으며 바다를 바라보는 맛은 참으로 달콤했다. 샌드위치가 더 맛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 곳 분위기가 좋아서 봐주기로 했다. 우리는 실컷 일광욕을 즐긴 후 돌아가는 배 시간을 기다리며 섬을 한 바퀴 휙 둘러보았다.



맑은 하늘과 살랑거리는 바람이 나의 기분을 더 좋게 한다. 지구 상에 이런 곳이 있다니... 섬을 전세내고 싶어질 정도다. 함께 온 동생들도 배려심 많은 참 좋은 사람이라 오늘의 나들이가 더 즐거웠다.


배를 타고 섬을 나가 숙소로 가는 버스를 탔다. 한참 물놀이를 한 후라 피곤했는지 버스 안에서 우리는 계속 잤다.  멍한 눈으로 겨우 숙소 근처에 내렸다. 점심을 대충 때웠으니 저녁은 좀 고급스럽게 먹어보자며 메뉴를 탐색했다. 우리의 선택은 피자와 파스타. 익숙한 카페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했다.



드디어 나온 음식들. 비주얼이 매우 훌륭했다. 허기가 진 터라 모두 다 맛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피로가 싹 풀리는 것 같다. 즐거운 하루를 수다를 통해 다시 한번 복기하며 하호호 웃음 지으니 마음속에 행복이 꽉 들어찼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의 즐거움. 내 인생에서 늘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로 돌아와 씻고 하루를 정리하고 있는데 사진 한 장이 휴대폰에 도착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사진 찍기에 여념 없는 내 뒷모습. 섬에 막 도착해서 물놀이를 즐기기 직전 찍은 사진이었다. 이 사진 속의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일지는 나만 아는 것이라 내 뒷모습만 보고도 슬며시 웃음이 났다. 오늘 입어 본 내 생애 첫 비키니 수영복을 언제쯤 다시 입어볼 수 있을까? 그날이 오기는 할까? 꿈같이 감사한 오늘 하루가 또 그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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