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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품여자 Apr 20. 2021

1. 터키 이스탄불(1)

1-1. 숨 막히는 황홀한 여행의 시작

여행 시작 당일. 인천공항에서 배웅해 주던 가족과 인사한 후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마냥 좋을 것만 같았는데 이제 낯선 곳에서 혼자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온몸을 감쌌다. 두려움에 순간적으로 울컥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으며 원 없이 여행을 즐겨보기로 했다.

인천 공항에서 터키 이스탄불까지는 모스크바를 경유해서 갔다. 경유하고 대기하는 시간까지 합쳐서 총 18시간이나 걸렸다. 낮 비행기라 잠도 많이 안 오고 비행기 일반석이라 좁아서 정말 육체적으로 힘들고 진이 많이 빠졌다. 하지만 경유하면서 봤던 아름다운 모스크바의 야경이 지친 나의 몸과 마음에 작은 위로를 주었다. 여행 계획에 모스크바가 있기 때문에 그때 또 이 광경을 보기로 하고 이스탄불로 향했다.


이스탄불에 도착하면서부터 긴장이 되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정이 훌쩍 넘어 도착했는데 예약해 둔 숙소를 혼자 찾아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첫 여행지라 수없이 가는 길을 검색하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했지만 긴장과 두려움이 몰려들었다. 입국심사를 거치고 짐을 찾아 픽업 차량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 가는 그 길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공항에서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픽업 차량을 호텔에 예약해두어서 그 차만 잘 타면 되는데 괜히 실수해서 다른 차를 타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었다. 다행히도 호텔 픽업 차량을 잘 타고 공항에서 구시가지로 들어왔다. 돌길과 트램길을 보니 드디어 유럽에 왔다는 실감이 들었다.


 새벽 2시. 무사히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고 씻고 다음날부터 다닐 곳을 검색했다. 장기 여행이라 비용 때문에 데이터 로밍을 해가지 않아 와이파이가 되는 숙소에서 모든 검색을 해야만 했다. 난 길눈이 밝은 편이라 종이 지도를 보며 충분히 갈 수 있다 생각했지만 세세한 길은 미리 구글 지도를 검색해서 캡처해 놓고 길이 헷갈릴 때마다 보기로 했다. 그렇게 설레는 첫날밤이 지나고 있었다.



아침엔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었다. 외국에서의 혼밥이라니. 한국에서는 못하던 것을 외국와서 하니 아주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았다. 음식은 유러피언처럼 좋아하는 빵, 스크램블,  과일 몇 개를 집어오고 커피도 가져왔다. 한국에 있는 가족과 톡을 하며 외국에서 여유롭게 조식을 먹고 있으니 세상을 다 가진 것 마냥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첫 여행의 장소는 성  소피아 성당. 도보로 5분 남짓 걸린다. 성 소피아 성당은 어떤 느낌일까? 걸어가는 그 길이 마냥 설레고 좋았다. 드디어 도착한 그곳. 성 소피아 성당이 웅장하게 서 있었다.

성 소피아 성당


'우와~아~!!!!'

 

온몸에는 전율이 입에서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건물을 한참 바라보았다. 책에서만 봤던 성 소피아 성당은 명성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약 1500여 년이 된 건물을 보고 있노라니 내가 마치 그 시대에 있는 것만 같았다.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빛바랜 붉은빛 건물은 새파란 하늘과 잘 어우러져 빛을 발하고 있었다. 햇살을 받으며 한참을 그곳에 서 있으며 생각했다.

'이래서 다들 유럽여행을 오는 거구나'

난 국내 여행을 다니며 역사의 현장을 답사하는 것이 참 의미 있고 재미있다는 경험을 많이 했다. 그런 내게 유럽은 또 다른 새로운 시간들을 선물해 주는 것 같아 참 감사했다. 이스탄불 도보 여행은 다음날 가이드 투어가 예약되어 있었기 때문에 성소피아 내부는 내일 들어가 보는 걸로 하고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블루 모스크


성 소피아 성당 맞은편에는 블루모스크(이슬람 사원)가 있었는데 그 자태가 사뭇 웅장했다. 수많은 관광객들을 압도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성 소피아 성당의 외관이 훨씬 더 좋았다.

성 소피아 성당과 블루모스크 일대는 술탄 아흐멧 광장과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었는데 관광객이 정말 많았다. 나는 다들 사 먹고 있는 석류 착즙 주스를 한잔 마시기로 했다. 6리라였는데 아무리 동전을 뒤져봐도 5.51리라 밖에 없어서 난감한 표정을 지으니 그냥 그것만 내고 먹으라고 한다. 터키 사람들은 한국인에게 우호적이라고 들었는데 직접 겪으니 훨씬 친절했다. 석류 주스 맛은 단연 일품이었다.

그 일대를 한참 돌아다니니 약간 춥고 배고파서 마트에서 빵, 요거트, 물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빵을 한입 베어 물었는데 맛있다. 뭔가 칼칼한 게 먹고 싶어 한국에서 가져온 고추장을 살짝 빵에 발라 먹었는데 속만 쓰릴뿐 너무 맛이 없어서 빵만 먹었다.(잼이라도 사 올걸 후회했다.) 난 어제 새벽에 도착해 잠을 얼마 못 자 너무 피곤해서 잠시 눈을 붙인 후 밖으로 또 나갔다. 이리저리 거리를 다니며 유럽에 온 것을 온몸으로 만끽했다. 정말 행복했다.



배가 고파 저녁으로 찜해 둔 식당으로 갔다. 나름 맛집이라 사람이 많았다. 소고기 괴프테, 볶음밥, 샐러드를 주문했는데 종업원이 나를 보며 정말 다 먹을 수 있겠냐고 하길래 물론이라고 대답하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점심을 대충 때워서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다 맛있어 보여 남기더라도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괴프테는 진짜 천상의 맛이었다. 부드럽고 간도 적당했으며 고추 장아찌와의 궁합도 잘 맞았다. 볶음밥도 샐러드도 너무 맛있었다. 난 그것을 거의 다 먹었는데 배가 너무 불러 맛있게 보였던 식전 빵을 못 먹었다.(이후 또 가서 식전 빵을 먹었더랬지) 매우 만족스러워서 이 집은 이스탄불 여행을 하려던 사람들에게 매번 추천해주었다.


주위를 더 둘러보고 싶었으나 어둑어둑해져 숙소로 돌아갔다. 나는 혼자 장기 여행하기에 나름의 안전수칙을 정해 놓았다. 밤이 되면 꼭 숙소로 돌아가기, 야경 투어는 동행이 을 때만 다니기, 소매치기의 표적이 될만한 것들 잘 지키기(휴대폰, 현금 등), 이유 없이 친절을 베푸는 사람 한번 더 의심해보기, 몸이 아프면 약 먹고 쉬기(일정 아깝다고 욕심부리며 다니지 않기) 등 '안전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여행'이 슬로건이었기에 내가 정한 기본수칙들은 잘 지키며 풍성하고 자유로운 여행이 되도록 신경을 썼다.


숙소로 돌아와 하루의 정산을 했는데 석류주스 살 때 없었던 동전 1리라가 어디에선가 튀어나왔다.(앗! 석류 주스 아저씨 미안해요. 고의는 아니었어요^^;;) 정산 후 내일의 투어를 위해 얼른 씻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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