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을 좀 더 효과적으로 둘러보기 위해 이스탄불 투어를 이틀 신청했다. 한국에서부터 엄청난 검색을 통해 투어사를 선정하고 미리 선입금을 했었다. 아침 조식을 먹고 8시 30분에 호텔 로비로 갔다. 지금 묵고 있는 호텔 앞에서부터 투어가 시작된다. 유난히도 맑은 날 투어 인원이 하나둘 모였고 가이드님이 오셨다. 3월은 여행 비수기라 투어 인원이 나 포함 5명이었다. 부부, 사장님과 직원, 그리고 나. 가이드님은 아주 야무지고 미소가 예쁜 분이었는데 어찌나 설명을 잘하는지 귀에 쏙쏙 들어왔다. 수신기를 끼고 가이드님을 따라 첫 번째 장소인 성 소피아 성당으로 향했다.
가이드님이 성 소피아 성당 앞에서 독사진을 찍어주셨는데 혼자여행을 하니 독사진 찍을 기회가 없어 많이 아쉽던 차라 매우 좋았다.(외국인에게 사진을 부탁하기에는 유럽에 소매치기가 많다는 소문을 들어 부탁하기가 조심스러웠다.) 우리는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으며 내부로 들어갔다.
성 소피아 성당 내부
"우와~ 이야~ 멋지다" 곳곳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6세기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때 지어진 성 소피아 성당은 1500여 년 동안 수많은 지진과 전쟁에도 무너지지 않고 버텨온 건물이다. 지진에 대비하여가벼운 화산재로 건물을 지었는데, 소금의 양을 달리하여 삼투압현상으로 벽돌과 벽돌 사이가 붙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로마시대 크리스트교를 배경으로 지어진 이 성당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 속에 건립되었다. 십자군 전쟁이 벌어졌을 때는 곳곳의 금장식들이 약탈당했다. 이슬람 국가인 오스만 제국으로 넘어갔을 때는 크리스트교의 흔적을 지우고 내부를 이슬람 성전으로 사용하였다. 그래서인지 성 소피아 성당 내부는 크리스트교와 이슬람 문화가 혼재된 오묘한 향기를 머금고 있었다. 특히 이곳의 모자이크 벽화를 보며 그 세심함과 아름다움에 반해 유럽 여행 내내 모자이크화를 찾아다니게 되었다.
다음 코스는 블루모스크. 내부는 신발을 벗고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고 들어갔다. 이슬람 예배당의 분위기가 확 느껴졌다.이스탄불에서는 하루 5번 예배 시간을 알리는 아잔 소리가 울리는데 이건 이곳에 머무는 동안 내 달콤한 새벽잠의 알람이 되었다.
블루모스크 내부
다음으로 전차 경기장을 둘러보고 점심식사를 한 후 예라바탄 지하 저수지를 둘러보았다. 식수를 보관했는데 혹시 독이 있을까 하여 물고기를 살게 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 후 트램을 타고 시내로 이동하였다. 트램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는데 가이드님이 소매치기가 많으니 조심하라는 당부를 여러 번 하셨다. 시내에선 도보로 갈라타 탑과 갈라타 다리를 걸으며 이스탄불의 분위기를 물씬 느꼈다. 이집션 바자르(시장)에서는 시식용 로쿰을 여러 번 얻어먹으며 구경했는데 너무 달아 가지고 간 물을 연거푸 먹었다.
가이드님은 해박한 지식만큼이나 뜨거운 열정을 지니고 계셨다. 자신의 일과 터키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게 느껴졌다. 내가 지불한 금액보다 훨씬 큰 것을 받은 것 같아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투어가 마무리되고 저녁시간이 되었다. 원래 저녁은 각자 먹고 야경투어 원하는 사람들은 다시 모이게 되어 있었는데 가이드님 포함 모든 인원이 같이 저녁 먹기를 희망해서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그래서 가이드님이 추천하시는 고등어 케밥과 오렌지+석류 주스를 먹으러 갔다.
고등어 케밥은 주문과 동시에 조리에 들어갔는데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오렌지+석류 착즙주스(어제 먹었던 석류주스보다 맛있다.)이건 4리라였는데 가이드님이 성 소피아 성당 인근에서 파는 석류 주스가 엄청 비싼 거라고 하셨다. 어제 석류주스 아저씨가 매우 선심 쓰듯 돈이 부족한 나에게 자애로운 미소를 보이셨는데 많이 남는 장사라 마음의 여유가 있으셨나 보다.
골든혼(강과 바다가 만나는)을 배경으로 6명이서 함께 수다 떨며 먹는 저녁식사. 고등어 케밥은 한국인의 입맛에 딱이었고 새콤달콤한 주스는 케밥과 최고의 조화를 이루며 내 입을 행복하게 해 주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삶의 모습들을 공유하며 웃고, 공감하고 격려해주는 그 시간들이 참 즐거웠다.
야경투어도 함께 갔다. 시내에서 좁은 길로 오르고 또 올라 야경이 한눈에 보이는 카페로 들어갔다. 날씨가 쌀쌀하여 가이드님이 추천해주시는 따뜻한 차를 시켜봤다. 살렙이라 불리는 차였는데 우유와 홍차를 섞어 논 것 같은 비주얼에 계핏가루가 뿌려져 있었다. 한입 먹는 순간 따뜻한 기운이 온몸에 퍼지며 기분 좋은 나른함이 몰려왔다.
카페에서 보이는 야경은 대략 이런 모습이었는데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처음 만났지만 친절한 가이드님과 함께한 투어 동행들이 있어 행복했고 또 행복했다. 첫 유럽 여행 장소인 터키 이스탄불에서 처음 받아 본 가이드 투어가 처음부터 끝까지 좋아 이날의 기억이 아직까지도 또렸하고 즐겁게 남아있다.(실제로 긴 유럽여행 중에 만난 최고의 가이드님과 투어 멤버였던 것 같다.)
모든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알찬 하루를 보낸 만큼 피곤이 몰려왔다. 하지만 오늘 하루가 너무나 기쁘고 감사했기에 찍어놓은 사진들을 복기한 후 가족들에게도 보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