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고 8시 40분쯤 성 소피아 성당 입구에 도착했다. 9시에 오픈이지만 이미 20명 이상이 줄을 서 있다. 표을 사서(30리라) 안으로 들어갔다.
성 소피아 성당 내부
투어 때 들었던 내용들을 떠올리며 천천히 둘러보았다. 두 번째 봐도 여전히 새롭고, 경이로웠다. 내 머릿속에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 보고 또 보았다.(개인적으로 유럽에서 가장 좋았던 성당이었다.) 성당 천장에 있는 금색은 모두 진짜 금이라고 했는데 창으로 들어오는 빛 때문에 더욱 반짝였다. 높이도 어마어마했는데 6세기에 사람들이 어떻게 이걸 완성했는지 그저 대단하게 느껴졌다. 당시의 모든 인력, 물자를 동원해서 만들었겠지. 지금까지 이 건물이 현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웠다.
1시간 30분 정도 관람을 한 후, 숙소로 돌아와 조금 쉬었다. 점심때가 다가와 조금씩 배가 고파져서 투어 때 먹었던 고등어 케밥을 또 먹으러 가보기로 했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아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교통카드 충전을 하고(투어 때 충전하는 곳을 알아놨었다.) 트램을 탄 후 카라쿄이 역에서 내렸다. 가다 보니 가이드님이 추천하셨던 홍합밥을 파는 아저씨가 보여 일단 멈췄다.
얼마냐고 묻는 내게 1리라에 2개라고 손가락으로 알려주셨다. 2개를 달라고 하니 직접 까주시고 레몬즙을 뿌려 내게 건네셨다.
"와아~ 맛있다."
터키 아저씨 앞에서 한국어로 감탄사를 마구 내뱉었다. 홍합에 양념을 약간 해서 밥과 함께 볶은 것 같았는데 진짜 최고였다. 2개를 더 추가해서 먹었는데 고등어 케밥을 먹을 예정이라 자제했다. 다 먹으니 홍합 껍데기도 받아주시고, 휴지도 주셨다. 아저씨의 친절함이 나를 미소 짓게 했다.
투어 첫날 먹었던 고등어 케밥과 석류+오렌지 착즙주스를 사서 테이블에 앉았다.(주스가 너무 맛있어서 숙소에 가서 먹으려고 가져간 텀블러에 한잔 더 사서 넣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천국이 따로 없다. 멀리 술레이만 사원이 보이고, 각종 유람선, 페리 그리고 하늘을 나는 갈매기, 짙은 파랑의 바다까지... 내가 유럽에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 주었다. 고등어 케밥은 두 번째 먹으니 더 맛있다. 비린내도 안 나고 무엇보다 소스 맛이 일품이다. 반짝이는 햇살 속에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맛있는 것을 먹는 기분은 정말 끝내줬다. 가지고 간 선글라스도 한껏 추켜올리며 나름의 호사를 신나게 누렸다. 이 순간이 참 감사했다. 다 먹고 돌아가는 길엔 홍합밥을 2개 더 사 먹었다.
주변을 한참 돌아다닌 후, 시르케지 역으로 가기 위해 트램을 탔다. 이제 트램 타는 건 익숙해졌는데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가이드님 말이 생각나 가방을 한번 더 손으로 감쌌다. 시르케지 역은 내일부터 5박 6일 동안 있을 터키 지방 투어 집합장소이다. 내일 밤 9시 집합인 데다 혹시 길을 잃을까 봐 미리 확인해두려고 찾았다. 난 평소 미리미리 준비하고 계획하고 실행해야 마음이 편안한 성격인데, 발길 닿는 데로 다니는 자유 여행을 하며 계획대로 되지 않고, 길을 잃더라도 그 나름의 가치가 있음을 이탈리아 피렌체를 여행하며 깨달았다. 마치 인생이 계획처럼 흘러가지 않아도 그 속에서 배우는 게 있는 것처럼.
시르케지 역에 도착해 집합 장소를 확인한 후 오리엔트 레스토랑에 가서 카푸치노를 한잔 먹었다. 터키 와서 먹었던 커피 중 가장 맛있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저녁거리로 먹을 빵을 사고(노점에서 쌓아놓고 파는 빵이었는데 맛있다.) 돈두르마 레몬맛을 사서 먹었는데 이번엔 진짜 맛있었다. 평소 새콤달콤한 샤베트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데 딱 좋아하는 레몬맛이었다.
오늘은 숙소에서 짐을 정리해야 하기에 마음이 바빠졌다. 내일 저녁부터 있을 투어를 위해 오전에 호텔 체크 아웃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내일은 어디를 가볼 건지도 생각해봐야 했다. 여행을 하면서 느낀 거지만 캐리어에 짐을 싸고 풀고 하는 일이 생각보다 번거롭고 힘들었다. 그래서 이후 한 도시를 여행할 때 최소 3박 이상은 같은 숙소에 머물도록 애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