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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품여자 Apr 26. 2021

1. 터키 이스탄불(6)

1-6. 이스탄불과의 작별

오늘은 아침부터 흐리다. 또 비가 오다 말다를 반복하겠지? 오늘이 이스탄불 여행 마지막이라니 너무 아쉽다. 조식을 일부러 천천히 먹어본다. 터키의 요거트는 정말 맛있었다. 매일매일 한가득씩 먹었다. 사 중 간간히 들리는 익숙한 한국어는 참 반가웠는데 가족이 놀러 왔나 보다.


블루 모스크

호텔 체크아웃하면서 짐을 맡긴 후, 술탄 아흐멧 광장으로 갔다. 흐린 날의 회색빛 블루 모스크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보며 이슬람 문화의 건축물을 감상했다. 우리나라에선 이태원의 이슬람 사원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이슬람 문화권 나라에서 직접 보니 호기심과 생소함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성 소피아 성당과 블루 모스크를 중심으로 조성되어 있는 술탄 아흐멧 광장에 한참을 더 머물렀다. 이 곳 풍경과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모두를 내 머릿속에 담고 싶었다. 나의 첫 유럽 여행지. 지난 일주일이 참 행복했다. 문득 이스탄불 다른 곳도 가봐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냥 난 이곳에 더 머무르기로 했다. 못 가본 다른 곳은 다음번에 또 여행 오게 되면 방문해보리라 다짐하면서.


점심때가 되어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 얼마 전 맛있게 먹었던 소고기 괴프테 집에 갔다. 두 번째라 능숙하게 주문하고 또 접시를 싹싹 비워냈다. 부르게 먹고 나니 커피가 먹고 싶어져 근처 터키식 커피를 먹을 수 있다는 카페를 가기로 했다. 그 사이 비가 많이 오고 바람도 불어 옷이 좀 젖었고 신발에 물이 들어가 양말도 좀 젖었다. 조금 찝찝했지만 숙소에 들렀다 가기에는 또 애매모호한 거리라 그냥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는 천정에 오색빛깔의 휘황찬란한 전구를 달아놓아 뭔가 오묘한 느낌을 주었다. 칵테일을 한잔 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으나 터키식 커피맛이 궁금하여 커피를 주문했다. 커피는 시큼하고 쓴 맛이 불완전한 조화를 이루는 맛이었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맛있다고 느껴졌다. 카페 사장님은 매우 친절하셨다. 한국에서 왔냐고 물으며 편안하게 잘 마시란다.


카페에 앉아 비 오는 이스탄불 거리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니 이 또한 행복하다. 집에서도 비 오는 날 따뜻한 차마시며 창문으로 바람 따라 들어오는 나무 내음을 좋아하는 난 이 시간이 정말 좋았다. 젖어버린 옷과 신발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히잡을 쓰고 걸어가는 터키 여자들은 참 예뻤다. 히잡을 써서 그런 건지 단아하고 청순해 보인다. 행복한 이 시간을 공유하고 싶어 한국에 있는 남자 친구와 연락하며 사진도 보내본다.(남자 친구 이야기는 몰타 이야기에서 자세히 쓸 예정이다.)


오늘 저녁부터 시작되는 터키 지방 투어의 일정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터키 지방을 자유 여행으로 다닐지 투어를 할지 참 많이 고민했었다. 자유 여행과 투어의 장단점이 있기에 고민의 고민을 한 끝에 투어를 선택했다. 돈이 좀 많이 들긴 해도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여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고, 여행 초반이라 혹시 길을 잃거나 약간은 열악하다고 하는 터키 지방 여행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내가 가보고 싶었던 도시 사프란볼루는 포기해야 했다. 투어에서 숙소는 2인 1실로 써야 했는데 나처럼 혼자 오는 여행객이 있어 룸 셰어를 하게 되었다. 룸메이트가 누굴 지도 궁금해졌다.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이렇게 이스탄불의 여행이 끝나다니... 아직 반의 반도 안 둘러본 것 같은데... 오랫동안 머물면서 아주 천천히 구석구석 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 이스탄불은 아름다웠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과 함께 하는 이곳 이스탄불은 볼거리, 먹을거리도 풍부할뿐더러 사람들도 대체적으로 친절했다. 이후 난 유럽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이스탄불 여행을 강력하게 추천했다.


숙소로 돌아가 젖은 옷과 양말을 갈아 신고, 저녁은 간단히 빵을 먹기로 한 후 지방 투어의 집합장소인 시르케지 역으로 향했다. 짐을 들고 돌길을 걸어 트램을 타고 내리는 일이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즐거운 또 다른 여행을 위해 이런 것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역에 도착했다. 내가 제일 먼저 온 것 같았다. 9시가 점점 가까워 올수록 사람들이 점점 모이기 시작했고, 저 멀리 가이드님으로 보이는 분도 보였다. 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터키의 다른 도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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