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로 막는 것들

내 안의 장애물 찾기

by 햇살나무

생각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내가 싫었다. 내가 말한 내용으로 인해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지는 않을까? 오해하지는 않을까?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도 괜찮아. 나만 그런 게 아니면 된다고 생각했다.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고 있자니 ‘나는 괜찮아!’가 아니었다.


이런 솔직하지 못한 내 모습이 싫다. 아직도 다른 사람들로 인해 마음 아프고 서럽고 억울하고 답답해하는 점이 싫다. 마음의 생각들을 거짓 없이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점이 싫다. 위로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점이 싫고, 애써 속상함을 감추기 위해 외면하려고 하는 점도 싫다.


다른 한편으로는 당당해지고 싶어 노력하는 점이 좋다. 다른 사람의 판단에 의해 영향받지 않고 꼿꼿이 서려고 하는 점이 좋고, 2% 부족한 내가 좋다. 나답게 살기 위해 변화하고 성장하려고 공부하는 점이 좋다.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점이 좋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 하는 점이 좋다.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을 끌어안으려고 노력하는 점이 좋다. 어려운 사람들을 긍휼히 여길 줄 알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손 내밀 줄 아는 내가 좋다. 따뜻한 미소를 가지고 나보다 어린 사람도 존중할 수 있는 내가 참 좋다.

나를 가로막는 어린 시절의 상처


살아오면서 기억나는 섭섭한 장면이 하나 떠오른다. 부모님과 어느 모임에 가고 있는 장면이다. 동생이 셋인데 두 살, 세 살, 여섯 살 터울이다. 분명히 아빠도 계셨을 텐데 엄마가 우리 네 명을 데리고 걷고 있다. 막내 동생을 업고 엄마의 양쪽 손은 동생의 손을 잡고 계셨다.


엄마 손을 잡은 동생 옆으로 나는 그저 따라가고 있다. 엄마의 따뜻한 온기는 전혀 느끼지 못한 채, 아무런 감정도 전해받지 못한 채 엄마가 걸어가니 그저 따라 걸을 뿐이었다. 일곱 살이었던 내 마음은 혼자만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었다. 엄마는 왜 나만 싫어하지?라는 생각도 들었고 서운한 마음이었다.


초등학생 때 엄마는 화장품 판매원을 하셨다. 자전거 뒤에 화장품 가방을 싣고 출근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엄마가 가시고 나면, 집 앞 공터에서 친구들과 땅따먹기, 삽 치기, 딱지치기를 하며 놀았다. 퇴근하고 집에 오신 엄마는 항상 나에게 동생들에 대해 물으셨다. 잘 놀았는지, 어디 다친 데는 없는지 말이다.


나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묻지 않으셨다. 서운했고 외로웠다. 동생들을 질투하기도 했다. 어느 비 오는 날, 우리 집 앞마당에 남동생의 가방을 집어던진 장면이 떠오른다. 가방 속에 있던 학용품들이 널 부러졌다. 왜 그랬는지 생각나지 않지만 많이 화가 나서 씩씩거리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아주 많이 혼났던 기억도 생생하다.


고등학생 때도 엄마는 일을 하셨다. 그때 살던 집은 40평이 넘는 넓은 주택이었다. 큰 방이 3개, 큰 거실에 여닫이문으로 여는 주방이 있는 집이었다. 지금 생각하기에도 큰 집이었다. 엄마는 출근을 하시면서 놀고 나서는 집안 청소를 하라고 하셨다. 나와 동생들에게 방 하나씩 청소를 맡기신 거다. 그런데 동생들은 엄마가 돌아오실 때가 다 되어도 청소를 하지 않았다. 내 담당은 안방이었고 나는 청소를 마쳤다.


퇴근하고 오신 엄마는 언니가 돼서 동생들을 도와주지 않았다고 나무라셨다. 청소해 놓은 안방은 보시지도 않고 칭찬도 없으셨다. 참 억울하고 속상했다. 화가 났지만 아무 말도 못 했다. 꾹 참았던 거다. 방으로 들어가 벽을 보고 누워 한참을 그렇게 소리 없이 울었다.


나의 어린 시절은 속상하고 억울해서 울다가 지쳐 잠든 날이 많았던 것 같다. 아빠가 퇴근하고 들어오시면 잠든 내 등을 토닥여주며 위로해 주셨다. 그랬기에 서럽고 억울한 마음이 아주 조금은 아물어졌다.

내 안의 장애물 찾기


어린 시절 상처받은 내면아이로 인해 일상적인 상황에서 우울감, 불안감, 자존감 저하, 인간관계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도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억울하거나 속상하고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억울함과 분노는 나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그래서 비슷한 상황 속에서 울컥울컥 감정이 올라올 때가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런 나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무엇이 조금이라도 변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지금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바로 이 자리는 아직 치유되지 않은 어린 시절의 상처이다. 내가 성장하고 치유되어야만 하는 나의 자리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나를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을 드러내고 치유해야 또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내 안의 장애물을 찾는 것은 삶에서 어려움을 겪는 원인을 파악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아주 중요하다. 혹시 계속해서 같은 실수를 하거나,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겪는다면 그것이 내 안에 있는 장애물의 일부일 수 있다.


이러한 패턴을 파악하고, 어떤 상황에서 나타나는지 생각해 보자. 때로는 어떤 관계에서 강한 감정을 느낄 때 내 안의 장애물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두려움이나 분노, 우울감 등이 신호일 수도 있다.


미래에 대해 불안하다면, 그것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생각해 보자. 그리고 나처럼 과거의 상처가 내 안에 있는 장애물일 수도 있다. 나의 믿음이나 생각이 나의 발전을 막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자. 이렇게 내 안의 장애물을 찾아내서 치유하고 성장한다면, 나의 단점도 장점도 그대로 받아들이며, 온전히 나로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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