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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 창의성의 어머니

#의인화 #감정 이입 #공감 #자연주의

‘어! 동물이 말을 하네?’


                                                 

여행 중 민 군의 단짝 친구가 된 도마뱀이 있어요.

 

런던 V&A 뮤지엄 기념품 가게에 들렀을 때 민이가 맘에 쏙 들어 해서 사 준 말랑말랑한 고무 재질 장난감인데요.

 

레스토랑 테이블에 올려 놓고 대화하고, 잠잘 때 머리맡에 놓고 자고, 그렇게 한시도 안 떨어지는 거죠.

 

그래봐야 2~3천원 정도밖에 안 하는 이 작은 장난감이 그렇게나 맘에 들었는지 심지어 이름까지 붙여주고 친구랑 대화하듯 하는 거에요.






‘의인화擬人化·personification.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에 견주어 표현하거나, 마치 사람처럼 생명과 성격을 부여하는 것’을 뜻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이솝 우화』Aesop’s Fables는 의인화된 동물이 등장하는 짤막한 이야기들로 소소한 재미에 더해 교훈적이기까지 한 내용을 전합니다.

 

런던에서 민 군과 함께 본 뮤지컬 <라이온 킹>도 의인화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작품이죠.

 

선과 악의 대결 구도, 도전과 극복의 과정 속에서 자연의 섭리를 따라 성장해 가는 한 주체에 대한 이야기로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로도 여럿 제작됐습니다.

 

이 이야기를 동물이 아니라 사람을 주인공으로 해서 풀어내려 했다면 어땠을까요?

 


의인화 기법을 사용하는 주된 이유는 메시지를 전달함에 있어 친숙함과 재미까지 줄 수 있기 때문이죠.

 

곤충, 물고기를 주인공으로 한 <벅스 라이프>, <니모를 찾아서>, 아예 장난감들이 살아 움직이는 <토이 스토리> 같은 시리즈가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흥행에 성공하고, 동심을 되찾고 싶은 어른들, 일명 ‘어른이’에게까지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2018)같은 영화가 큰 인기를 끈 비결이기도 합니다.




프랑스 남부 도시 아를. 반 고흐 카페 찾아가는 길.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로 프랑스 남부까지. 고흐, 세잔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아를에서부터 샤갈, 마티스가 사랑한 엑상프로방스, 니스까지. 사진은 아를에서 찾은 반 고흐 카페.






고전의 반열에 오른 문학 작품 중에도 의인화 사례가 많습니다.

 

전체주의 사회를 풍자한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의 정치 우화, 『동물농장』(Animal Farm, 1945)이 대표적이죠.

 

이 소설은 20세기 초 스탈린 독재 치하 구소련을 배경으로 권력이 한 명의 독재자에게 집중될 때 벌어질 수 있는 타락과 독재에 이용 당하고 점점 우매해지는 대중의 모습을 그렸는데요.

 


소설에 등장하는 등장 인물, 아니 ‘등장 동물’들을 보면

 

농장주 인간 ‘존즈’는 니콜라스 2세 황제, 늙은 돼지 ‘메이저’ 영감은 마르크스와 레닌, 젊은 수퇘지 ‘나폴레옹’은 스탈린, 나폴레옹에게 축출당하는 ‘스노볼’은 트로츠키, ‘개들’은 비밀경찰, ‘양들’은 우매한 민중…

 

이런 식으로, 실제 인물들과 매칭해 보는 재미까지 줍니다.

 

의인화의 묘미 중 하나는 바로 이처럼 사람이 아닌 것에 ‘인격을 입혀personify’ 사람보다도 친근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옛 꿈의 어느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늙은 메이저가 예언했던 그 동물 공화국, 영국의 모든 푸른 들판에서 인간의 발길을 몰아낸 다음 세워질 그 동물 공화국의 꿈도 그들은 여전히 믿고 있었다. 언젠가 그 공화국의 날은 오리라 - 비록 당장은 아니라 하더라도, 어쩌면 지금 생존해 있는 동물들의 살아생전에 오지 않을지는 몰라도, 그래도 그날은 오고 있었다.”


- 『동물농장』(조지 오웰, 민음사, 2001)

 




폴 세잔Paul Cézanne의 고향, 프랑스 남부 엑상 프로방스에 있는 ‘세잔의 아틀리에’에서.(왼쪽) 그리고 거리에서 만난 세잔의 동상.


 


 


아이들은 ‘의인화’를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과 처음으로 소통하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엄마, 아빠가 온갖 사물을 의인화해서 표현해 주기도 하고요. 또, 책이나 영상 등 어떤 콘텐츠를 보더라도 개가 두 발로 서서 걷고, 자동차가 말을 하고, 하는 일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여겨지니까요.

 

 

 

그거야 뭐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토끼가 “이런! 이런! 너무 늦겠는걸!”하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서도 앨리스는 그다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나중에 찬찬히 돌이켜 보니 분명 이상한 일이었는데, 그때는 웬일인지 모든 게 자연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토끼가 조끼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쳐다보고 부리나케 뛰어가는 모습을 실제로 보자 앨리스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한 번이라도 조끼를 입은 토끼나 조끼주머니에 시계를 넣고 다니는 토끼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루이스 캐롤, 인디고, 2007)




하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차서까지 계속 그랬다가는 미성숙한 아이 취급을 받기 딱 좋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더 이상 그런 만화 같은 세계에 환호하기를 그만 둬버리죠.

 

상상력과 창의성, 나아가 감정 이입과 공감 능력을 키우려면 어른이 돼서도 이 의인화 놀이를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반려 강아지에게 ‘또또’라는 이름을 붙이고 가족처럼 대하듯, 프린터 같은 자주 쓰는 전자제품에도 ‘알렉스’, ‘철수’ 같은 이름을 붙일 수 있고, 마치 친구 대하듯 할 수 있어요.

 

동물의 행동, 식물의 모습을 흉내내 보는 것 같은 활동도 아이의 의인화, 감정 이입, 공감 능력을 키워주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요즘은 스피커 형태의 인공지능 비서AI assistants도 많이 보편화됐죠?

 

민이네도 애플의 시리부터 구글 홈, 아마존 알렉사에코, 네이버 클로바, 카카오 미니까지 여럿을 갖고 있는데요.

 

이런 ‘인간인 듯, 인간이 아닌’ 기술을 대함에 있어서도 마치 ‘인격체’처럼 대우하도록 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공감, 배려를 경험하도록 해 인성과 사회성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비서에게 뭔가를 요청할 때 고압적으로 막말을 하고, 하대下待 하는 경우와

정중한 부탁의 표현을 붙여 말하는 경우의 차이를 생각해 보세요.

 

실제 아마존은 이 문제를 진지하게 접근해 최근 어린이용 알렉사 에코에 ‘플리즈please’라는 말을 쓰도록 해 긍정적 언어 습관을 돕는 매직 워드magic word 기능까지 포함시켰어요.

 

‘음식점에서 웨이터에게 막 대하는 사람은 피하라’는 말도 있지만 이제는 ‘인공지능 비서에게 폭언하는 사람과는 데이트 하지 마라’고 할 정도입니다. 하물며 기기를 대하는 방식을 보면 사람에게는 어떻게 대할 지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니까요.




아비뇽 - 아를 - 엑상프로방스로 이어진 긴 날을 보내고 하룻밤 머물기 위해 찾은 뿌이므와쏭의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프랑스 남부 뿌이므와쏭Puimoisson이라는 이름의 작은 마을에서 1박. 에어비앤비에서 고른 숙소는 바깥에서 보기엔 조금 허름해 보일지 몰라도 내부 인테리어는 무척 고풍스럽다. 한국인 관광객이 곧잘 방문하는 모양인데, 친절한 여사님이 예뻐해 주셔서 민 군도 마음 놓고 피아노도 치고, 다음 날 멋진 아침 식사까지 환상적이었다. 밤하늘의 별빛을 담아오지 못한 게 아쉬울 뿐.







 

‘감정 이입’과 ‘공감’의 힘


                                                 

강아지와 노는 민 군. 남프랑스 베르동 협곡의 생 크루아 호수.


 

‘감정 이입empathy‘공감sympathy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 사물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지각하는 것, 남의 감정, 의견, 주장을 나도 그렇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나의 너의 자리바꿈, 위치 이동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앞서 살펴 본 ‘의인화’는 그런 관점의 전환, 입장의 변환을 통해 감정 이입과 공감까지 나아가는 징검다리라고 할 수 있죠.

 

어떤 과학자들은 광자光子나 옥수수, 침팬지 등 연구 대상을 볼 때 ‘내가 광자라면’, ‘내가 옥수수라면’, ‘내가 침팬지라면’ 하는 상상을 통해 자신이 직접 광자가 돼 보고, 옥수수가 되고, 또 침팬지처럼 먹고, 자고, 살아보는 과정을 통해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단지 한 발짝 떨어진 ‘관찰자’로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잠시나마 관찰 대상, 즉 알고 싶은 대상이 직접 되어 봄으로써 그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거죠.






시인이나 소설가, 화가, 작곡가… 예술가들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009년 가을, 광화문 교보생명 건물 외벽의 ‘광화문 글판’에 시구가 하나 올려졌습니다.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라는 작품 중 일부.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한 해 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던 많은 이에게 태풍과 벼락에 맞설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가 됐어요.

 

모든 결실에는 치열한 노력과 아픔이 스며들어 있지요. 대추 한 알에도 도전이 있고 시련과 실패가 있고, 또 도전과 성공이 있습니다.



 

고진감래苦盡甘來.


작은 대추나무 열매 하나에 시인은 삶의 희노애락을 녹여 넣었습니다

 


어떻게 저런 시를 쓸 수 있었을까?

 

대부분 ‘나무에 매달린 대추 열매’ 정도로 넘길 대상을 남다른 눈과 마음으로, 애정을 담아 바라본 거죠.

 

그렇게, 남들에게는 그저 그런 작은 대추 한 알이 파란만장한 인생을 사는 사람처럼 여겨지게 됩니다.

 

그리고 ‘대추-사람’이 겪었을 수많은 일들을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공감해 보게 되는 거지요.





감정 이입과 공감의 핵심은

‘내가 직접 그 대상이 되어보는 것’입니다.



영화 용어로 ‘드니로 어프로치De Niro approach’라는 말이 있지요.

 

세계적인 배우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 1943~)가 맡은 배역을 철저히 완벽하게 소화해 내기 위해 자신의 외부적 조건까지 변화시키며 몰입한 데서 따온 말로, 연극의 연기 이론인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와 비슷한 말입니다.

 

최근 한국 배우들 중에도 자신이 맡은 역할을 제대로 연기하기 위해 잠깐이나마 의사, 운동 선수, 심지어 조직폭력배의 삶을 직접 살아보거나 체중을 늘리거나 줄이는 등 치열하게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군요.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에서 아인슈타인은 자신을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광자라고 상상했다. ‘광자’인 그가 보고 느끼는 것을 ‘상상’하고 나서 그는 또 다른 광자의 역할을 맡았고, 첫 번째 광자의 역할에서 경험한 것을 상상하려고 했다.”


- 『생각의 탄생』(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셸 루트번스타인, 에코의서재, 2008)



 

‘내가 저 자전거의 기어라면 어떻게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을까?’

‘내가 플라스틱을 먹고 아파하는 저 바다거북이라면 어떨까?’

‘내가 저 병들고 가난한 아프리카 아이라면 뭘 할 수 있을까?’

‘내가 방금까지 함께 놀다가 다투고 토라져 있는 저 친구라면?’

 

 

 

아이들에게 나와 관계하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일상에서 마주치는 대상을 더 많은 애정을 담아 살펴보고 그 입장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 이해하고 공감해 보려는 태도를 갖게끔 우리 어른들이 잘 이끌어 주면 좋겠습니다.

 

모르죠, 그렇게 자란 아이가 나중에 어떤 재미있고 감동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될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열린책들, 2001)와 같은 창의력 넘치는 소설을 쓰게 될른지.


의사나 변호사가 된다 하더라도 환자나 의뢰인과 같은 고객의 입장이 되어 보는 공감 능력이 결여돼 있다면단지 ‘차가운 기술자’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자연이 창의성을 키워준다?

 


베르동Verdon 협곡 안 산으로 둘러싸인 생 크루아Sainte-Croix 호수 전경.




‘프랑스의 알프스’, ‘프랑스의 그랜드 캐년’이라는 베르동 협곡Gorges du Verdon을 여행 방문지에 포함했을 때 거기까지도 꼭 창의성을 고려해 택한 것은 아니었어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오르게 될 운터스베르그Untersberg도 마찬가지고요.


그저, 그 주변에서는 꼭 한 번 둘러볼 만한 좋은 곳이라는 추천을 많이 접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막상 베르동 협곡에 와 보니 ‘대자연 어머니’Mother Nature가 느껴질 멋진 경치도 좋았지만

자연과 창의성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났습니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학교 교실과 다람쥐가 노닐고 새들이 지저귀는 숲 속, 둘 중 어디가 창의성을 더 북돋는 장소일까?

 

‘자연친화적 환경이나 호연지기의 경험, 자연과의 교감이 창의성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런 질문들이었죠.

 

 

 

다리 위에서 찍은 베르동 협곡의 모습.

 

남프랑스 베르동 협곡에서 오리배... 아빠가 고생이 많다... 응?



 

예전에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에 소개된 미국 캔자스 대학 인지 심리, 임상 심리 연구팀의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하나 있는데요.

 

사람은 실내에서만 있을 때에 비해 자연 속에서, 야외 활동을 하고 났을 때 창의력 수준이 훨씬 높아진다는 주장이었어요.

 

연구를 이끈 루스 앤 애츨리Ruth Ann Atchley 교수는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핸드폰을 끄고, 인터넷과 디지털을 멀리한 채 자연 속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몸과 머리에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난다는 점을 밝혔지요.

 

특히 낮에는 하이킹이나 래프팅을 하고, 밤에는 불가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때로는 술도 한 잔 하고, 노래도 부르고…

 

그렇게 현대 문명과 단절된 채 자연에서 3~4일을 보낸 사람들의 창의성이 이전보다 50% 이상 향상된다는 점을 실험을 통해 밝혀냈습니다.

 

나이를 불문하고 말이죠.


 

 

“자연 속에서 우리는 잠시나마 마음과 정신을 쉬게 하고, 위협에 대한 대응 태세도 늦추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욱 창의적이 되고, 상상력은 더 풍부해 지고, 문제 해결 능력도 커져 다른 이들과 보다 생산적인 방식으로 협력하는 행복한 사람,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 루스 앤 애츨리, 미국 인지 심리학자

 

 

 

같은 외신 보도에는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창의력 말고도 이해력, 사고력, 문제 해결력, 비판적 사고 등 지식을 획득하고 사용하는 기본적인 인지 능력에도 도움을 준다는 또다른 연구 결과도 함께 소개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10대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더니 바쁜 도심의 거리를 걸은 아이들에 비해 수목원을 산책한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훨씬 행복한 상태에 있었을 뿐 아니라 단기 기억력 테스트에서도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는 거죠.






최근 서울, 수도권의 도시 근교에까지 ‘숲 유치원’이 많이 생겨나고 인기를 끌고 있지요.

 

물론, 자연친화적인 유치원이라고 해서 모두 다 일반 유치원보다 좋은 것만은 아니겠지만요.

 

도시 속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아이들이 이따금씩 ‘자연 학습’이라는 이름으로 밖으로 나서는 것도 정서적 이유와 함께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이 배경이 된 게 아닐까…

 

요즘은 캠핑이나 자전거 타기 같은 자연 속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주말이나 연휴를 이용해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 가까운 산과 계곡을 찾고, 바다를 찾고, 또 캠핑을 가고 하는 것이 꼭 창의성 때문은 아니겠습니다만, 화목한 가정이나 기분 전환은 물론 창의성에도 도움을 준다니 더 자주 도시를 벗어나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중금속 미세먼지와 황사비로 마음껏 바깥에서 뛰어놀게 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에게 이따금씩 맨발로 흙을 밟아보게 하고, 숲 속의 나무 향기, 풀 내음에 흠뻑 취하게도 하고,

새의 날갯짓이며 귀뚜라미 소리며 신비로운 반딧불이의 빛을 보고 감탄할 기회를 주는 것.

 

그런 시간이 정서적인 건강함과 함께 인지적인 능력, 창의성에도 도움을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굳이 해외가 아니어도, 대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느끼고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요.

 

주말에 가까운 산과 계곡을 찾는다거나, 동해안, 서해안, 남해안으로 바다를 보러 간다거나…

 

하다못해 집 근처 나무와 꽃, 민들레 홀씨, 풀숲의 메뚜기, 개미, 달팽이도 자연이니까요.


 

 

“자연은 행복감을 주고 긴장을 해소시키기 위해 우리의 머릿속을 신경생물학적 토대가 되는 미학적인 자극과 소리, 냄새로 가득 채운다.”


- 클레멘스 아르베이(Clemens G. Arvay, 1980~), 생물학자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이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과학자로 자라게 된 데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역할이 컸다고 합니다.

 

호기심 많던 어린 다윈을 데리고 틈틈이 화원을 찾아 식물을 관찰하고 키우는 법을 알려주고, 아들이 아무리 엉뚱한 질문을 해도 참을성을 갖고 궁금증을 해결해 주고자 노력했다죠.

 

 

 

‘자연 외 스승은 없다’고 했던 루소, ‘야생 속에 살고 싶다’고 했던 고갱, 두 사람에게 자연은 예술의 영감이 솟는 원천이었다. 루소에게 자연은 상상의 공간, 고갱에게는 삶(생활)의 공간이었다... 루소는 프랑스 땅을 떠나지 않은 채 <꿈>을 그렸고, 고갱은 프랑스를 떠나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대작을 남겼다. 루소는 현실 밖의 세계를 담았고, 고갱은 인식 밖의 세상을 그림 속으로 끌어들였다. 삶의 무게와 목표는 달랐지만, 두 화가 그림에는 단순함, 순수함, 강한 대비, 원시성 등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 『아트 비하인드』(변종필, arte, 2017)




솔선수범.

 

다른 모든 교육의 영역이 그렇듯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자연의 고마움을 아는 아이로 자라게 하는 자연친화적 교육에 있어서도 부모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아이는 부모를 그대로 따라 배우니까요.

 

가족처럼 지내는 강아지, 고양이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며 아이도 동물을 대하는 법을 고스란히 따라 배웁니다.


숲을 산책하며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소중하게 여기고 향기를 맡아보고 하는 아빠를 보고 아이가 똑같이 배웁니다.

 

나뭇잎, 조약돌에서 비슷한 모양의 다른 무언가를 떠올려 내는 엄마의 모습을 따라 아이의 상상력도 발동합니다.

 

캠핑을 가서 밤하늘의 별을 세고 풀벌레 소리에 귀 기울이고, 개울물에서 올갱이를 찾고, 배춧잎 뒤 작은 애벌레를 발견하고 하는 일들이 다 자연 속에서, 자연을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이 자라게 하는 방법이지 않을까요?

                                                




동화 같은 마을, ‘무스띠에 쌩뜨 마리Moustiers-Sainte-Marie’의 뒷골목과 뒷 산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민 군.

뿌이므와쏭 숙소에서 나와 베르동 협곡으로 가는 길에 잠시 들른 동화 같은 마을 무스띠에 쌩뜨 마리Moustiers-Sainte-Marie. 프로방스 알프스 꼬트 다쥐르Provence-Alpes-Côte d’Azur 지역 해발 600m 이상의 높은 곳에 위치해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할 정도로 예쁜 곳이다. 높은 바위산이 반으로 갈라진 틈에 들어선 듯 작지만 평화로운 이 마을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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