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 동기 #외적 보상 #인센티브 #자기주도 #목표 설정 #피드백
많은 학부모들의 걱정거리입니다.
아무리 해도 마음처럼 안 되니, 용돈과 같은 ‘당근’을 활용하기도 하죠.
그런데, 책을 읽는 대가, 수학 문제를 푸는 대가로 금전적 보상을 주는 것이 과연 좋은 접근일까요? 보상이 정말 성과로 이어질까요? 오히려 역효과를 내지는 않을까요?
많은 학자들이 이 문제를 연구해 왔습니다. 성과급 등 인센티브 제도를 고려할 때 기업들이 고민하는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는 대가로 아이들에게 용돈을 약속하면 설사 처음에는 돈을 받기 위해 책을 읽을 지 몰라도, 점차 책 읽기 본연의 즐거움을 알고 거기 재미를 붙여 나중에는 용돈 없이도 책 읽는 습관이 들 거야…’
부모님이 바라는 건 아마 이런 그림일 겁니다. 그런데 그런 결과는 잘 나오지 않아요. 돈을 얻기 위해 책을 읽는 잘못된 버릇과 태도만 만들어주게 될 공산이 크죠.
꾀를 부리는 아이들은 어떻게 할까요? 점점 더 얇고, 빨리 읽어 치우기 좋은 책을 고르게 됩니다. 아이의 관심은 더 이상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아니라 1,000원이라는 금전적 보상이니까요. 나중에는 1,000원으로는 성에 차지 않습니다. 한 권에 2,000원으로 올려달라고 합니다. 독서가 아닌 다른 일에 대해서도 이제 아이가 먼저 ‘이거 하면 뭐 해 줄 건데?’ 하고 부모에게 협상과 딜을 시도하게 됩니다.
-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 1953~), 하버드대학교 정치철학과 교수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 2010),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와이즈베리, 2012) 저자
앞서 ‘촛불 문제’에서도 잠시 소개한 바 있는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드라이브』(청림출판, 2012)에서 이렇게 단언했습니다.
‘당근-채찍’ 요법과 같은 외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는 자발적으로 가질 수 있는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를 훼손하고, 얕은 편법의 유혹에 빠지게 만드는 것은 물론 창의성까지 말살하는 치명적 결함을 갖고 있다는 거지요.
산업혁명 이래 지난 세기에 이르기까지 보상을 추구하고 처벌은 피하고자 하는 욕구가 목표 달성의 강력한 동기였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래는 다릅니다.
창의적, 혁신적인 사람들을 움직이는drive 힘, 그건 바로 남들은 ‘쓸데없다’ 할지 모르지만 내게 의미가 있고, 내게 즐거움을 주는 무언가를 스스로 찾아 밀고 나가는 내적 동기, 자발적 동기입니다.
쉽게 말해, 미래에 필요한 창의적 인재를 움직이는 건 ‘돈 더 줄 테니 더 많이 일하라’는 보상의 말이 아닙니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보상을 줄이겠다’는 엄포도 아니죠.
‘당신이 좋아하는 게 뭐죠? 마음대로 한 번 펼쳐 보세요!’
이렇게 자율성을 부여할 때 비로소 드라이브가 걸린다는 겁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흔히 하는 이 말도 결국 자발적 동기 부여의 중요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어떻게 아이가 스스로 동기를 찾도록 할 수 있을까요?
- 신병철 중간계캠퍼스 대표, 마케팅・심리학 전문가
용돈이라는 달콤한 보상으로 유혹하는 것으로는 아이가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줄 수 없습니다.
책을 한 권 읽든, 피아노 곡을 연습하든, 줄넘기를 하든 어떤 일을 할 때면 왜 이걸 하는지 스스로 생각해 보고, 거기서 의미를 찾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도와줘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게 피드백입니다. 특히 ‘칭찬’만큼 좋은 피드백이 없죠.
앞서, 미리 조건을 걸어 금전적인 보상을 약속하는 것, 즉 ‘예고된 대가’는 좋지 않다고 했지요?
칭찬도 마찬가지로 미리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그걸 성취했을 때라야만 칭찬해 주는 것보다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칭찬해 주는 것이 비결이라고 해요.
칭찬에 있어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능력, 성과, 결과에 대한 칭찬보다는, 노력, 태도, 과정에 대한 칭찬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겁니다.
“와, 너 정말 똑똑한데? 천재 아냐???”
이런 식으로 칭찬하면 아이는 자만하고 안주하게 될 테니까요.
문제를 틀리지 않고 정답을 잘 맞춘 것을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해결해 가고자 애쓰는 모습과 태도를 칭찬해 주는 것이 좋다는 말이지요.
그 다음으로 필요한 과정은 아이가 당장의 성취에 만족하고 안주하기보다 조금 더 높은 단계에 도전하고 나아가게끔 돕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그렇게 목표를 세울 때도 부모가 바라는 바에 따라 유도하거나 대신 정해 주는 식이 아니라 스스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돕는 겁니다.
이번에 이만큼 했으니 다음에는 얼만큼 해 보면 좋을지 부모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아이가 스스로 조금 더 높은 목표를 정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스스로 세우게 하고요.
또, 계획을 실행하도록 돕고, 결과를 함께 진단해 봅니다. 그렇게 수시로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돕는 게 부모의 할 일입니다.
스스로 재미를 느껴 즐기게 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하면서 작은 성공의 성취감, 긍정적인 경험이 계속해서 쌓여가게 하는 것, 이게 바로 자기주도적 학습, 자기주도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올바른 길이라는 것이죠.
사실 일터에서 사람을 통제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바로 돈으로 차별하는 것입니다.
‘저 사람은 이번에 더 잘 했으니까 이만큼 더 주는 거다. 당신도 잘 하면 얼마 더 줄 테니 열심히 한 번 해 봐라…’
이런 말을 듣는 입장에서는 얼마나 자괴감이 클까요?
우리 아이를 어려서부터 돈에 통제되는 불쌍한 존재로 만들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목적을 찾고, 자발적 동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줘야 하겠습니다.
- 다니엘 핑크의 TED 강연 ‘The puzzle of motivation’ 중에서
유튜브 동영상: [M/V] 인우 - 토끼와 거북이 (나래이션 /김희철, 윤태진, 슬리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