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해서이기도 했지만 그때는 너무 감격했거든요. 브런치 구독자수가 200명을 넘었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200분 한분 한분 찾아뵙고 술이라도 사 드리고 싶었습니다. (더불어.. 그렇게 읽을 게 없으셨냐고 묻...)
1주일에 한 분 오실까 말까 했던 구독자가 200명이라니!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회사에서 고과 S 받았을 때보다 기분이 더 좋았습니다. (사실은 S를 받은 적이 없어서 기분은 잘 모릅니다)
6월 23일 새벽에 온갖 아재 감성에 자뻑에 젖어 쓴 글. 역시 음주 페북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여러분.
그리고 얼마 뒤, 갑자기 브런치에 이런 알람이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브런치팀입니다. <나의 대기업 취업기>가 7월 26일(금) 플러스친구 메시지를 통해 소개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니 촌놈 취업기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뭘 자꾸 소개를 한다는 건지.. 저도 브런치를 플러스 친구를 해 두고 있었습니다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6일 아침 출근길에 계속 브런치 App에 알람이 뜨더군요. 자꾸 구독자가 막 늘어납니다. 그리고 댓글도 막 달립니다. 지인들이 갑자기 화면 캡처한 카톡을 보내주기 시작합니다. 알고 보니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의 브런치는 무려 28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파워 매체였습니다.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에 Push로 좋은 콘텐츠를 전달하는데 구독률이 매우 높았나 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브런치팀께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저 카카오 주식도 샀어요. 다음번에도 좀..)
이런 Push가 28만명에게 갔다는 거죠 (브런치님 만세)
26일 내내 App 알람은 쉼 없이 울렸고, 제 글인 '나의 대기업 취업기'는 여기저기 퍼 날라지며 대충 10만 명에게 읽혔습니다. 이쯤 되면 실명으로 글 쓰는 게 잘하는 건가 좀 후회도 되는데요... 그리고 제 구독자는 주말 사이 1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브런치에는 1만 명, 2만 명 독자를 가진 슈퍼 작가님들도 많으십니다. 저는 아직 쪼랩 덕후 아재입니다만, 제게 1천 명의 구독자는 엄청난 일입니다. 한분 한분께 감사드리고 싶었는데 글로 대신코자 이 글을 작성 중입니다.
몇 번 페이스북에서 언급했지만, 브런치는 돈이 되는 플랫폼은 아닙니다. 유튜브 구독자 1천 명이 아마 돈은 더 될 겁니다. 그런데도 왜 브런치 구독자수에 자꾸 신경이 쓰일까.. 저도 제가 이해가 잘 가지 않았습니다.
며칠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이랬습니다.
1. 저도 활자중독(덕후)인터라, 글을 읽는 것만큼이나 글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모바일 게임을 하지 않습니다. 싼 핸드폰 요금제를 쓰다 보니 유튜브도 잘 안 봅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는데 지나치게 솔..)
어릴 때부터 책은 많이 봐서 활자중독 증상은 있는 터라, 여러 커뮤니티 눈팅하는 것 좋아하고 신문기사, 블로그 글들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니 한 번쯤 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고 댓글도 달아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2. 사람 냄새가 좋았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사람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금융의 속성입니다. 근거와 원리원칙을 따지고, 숫자가 우선합니다. 업은 사람을 변화시킵니다. 저도 점점 그렇게 변해가더군요.
하루 종일 엑셀로 카드 수익성 분석을 하고 있던 날이었습니다. 그날은 마침 고과가 발표된 날이기도 했습니다.
평가를 확인하는 동료들의 표정을 보고 있으니, 숨이 안 쉬어지더군요. 답답했고, 탈출구가 필요했습니다.
원래 브런치에는 핀테크 관련 글만 썼었는데, 그날 처음 쓴 넋두리 글이 2018.12.4에 썼던 "고과 잘 받으셨나요"입니다. 동료들이 삼삼오오 술 마시러 떠날 때, 혼자 스타벅스에 와서 썼던 기억이 납니다.
아재 감성 가득한 이름의 '컴퍼니 블루스'라는 매거진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벌써 글이 18개가 쌓였네요.
회사라는 조직 자체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기에, 사실 사람 냄새를 찾는 것조차 사치이고 약점입니다. 잘.. 너무 잘 압니다만, 이렇게라도 숨을 쉬고 싶었습니다.
3. 흔적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직장 생활하며 경험하고 느낀 점이 참 많습니다. 제 머릿속에 있지만, 언젠가 저도 잊어버리겠죠. 그중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도 있을 겁니다. 나중에 제가 다시 봐도 재밌을 것도 있을 겁니다. 잊지 않고 싶었습니다. 나중에 치매가 오더라도 브런치 뒤져보며 큭큭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나의 대기업 취업기'에 많은 분들이 적어주신 댓글이 100개를 넘는 것을 보며 이런 졸필이 뭐라고 이렇게 호응을 해 주시나 감사하기도 했고 이상한 무게감에 눌리기도 합니다. 더 재미있게 써야 한다는 개그본능, (일본 드라마스러운) 교훈에 대한 압박까지 등등. 라이킷이나 댓글 수에 여전히 집착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쓰고 싶은 주제를 쭉 써 보려 합니다.
글 주제들이 생각날 때마다 기록해 둡니다. 글로 안 쓴 소재들이 훨씬 많습니다. (제 지인분들은 좀 긴장하셔야...) 요즘 제게는 세상 모든 일이 브런치 소재로 보입니다. 각박한 회사생활에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재미있어할 여러분을 상상하는 것 또한 저의 재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