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안 그래도 괜찮아.
* 2018년 11월 라트비아 *
내가 키우는 동물이 고양이가 아니라 하마였으면 좋겠다.
하마는 땀을 흘리면 홍당무색이 난다는데, 첫눈이 잔뜩 내린 날 공원에 데리고 산책시키면 눈발이 홍당무 색깔로 물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겨울이 오면 하얀색과 검은색에만 덮여 온통 무채색이 되어버리는 이 바닷가 나라에서 하마 한 마리를 피우면 나무 한그루 자라지 않는 이 추운 계절에도 뭔가 신기한 색깔을 입힐 수 있을 거야.
그러려면 맨날 하마랑 산책하고 땀을 나게 해야 하는데 그러다가 온 동네가 쿵쿵 울려서 사람들이 시끄럽다고 신고를 하면 어떡하지?
아니면 쿵쿵 울리는 소리에 무슨 일인가 나와보고는 보랏빛으로 예쁘게 물든 눈밭을 보며 경탄을 할지도 모르지. 이 나라 사람들이 여름에 먹는 차가운 비트 수프를 얼려서 슬러시를 만들었느냐고 탄성을 지를 거야.
그럼 동네 사람들이 먹이도 주고 놀아도 주고, 하마는 동네 스타가 돼버릴 거야.
그런데 심심하면 자동차 같은 거 엎는 거는 일도 아니라 하니 조심해야지.
우리 고양이는 땀을 흘리지 않아서 진짜 재미가 없다. 차라리 똥이라도 핑크색이었으면.
------------------ 겨울은 본격적으로 시작도 안 했는데, 봄이 언제 오나 몹시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