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선술집에 혼자 앉아 있었어요.
네 맞아요,
밖으로 나가면서 내게 성추행을 한 남자요.
간혹 제 쪽을 보고 있던 것 같긴 해요.
아무도 오지 않았고 또 맥주 한잔만 마시고 휙 나가는 걸 보니
누굴 기다리거나 하는 것 같진 않았어요.
그냥 외로운 사람들 있잖아요.
저는 그냥 문가에서 멍하니 바깥만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냥 시끌벅적해져 가는 사람구경을 하고 있었죠.
예? 문가에 서있는게 뭐가 어째서요?
어쨌든 그 남자가 나가면서 저의 엉덩이를 툭 건드리는 걸 느꼈어요.
전 순간 소름이 돋았죠.
단지 사람이 많이 왔다갔다는 복도를 가로막고
문 앞에서 멍하니 서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제 엉덩이를 건드릴 수 있다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당연히 아니고 말고요.
그 사람은 제 몸에 그렇게 손을 대고도
아무런 사과 없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그냥 시끌벅적한 거리로 뚜벅뚜벅 걸어나갔어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잠시 뒤를 돌아보는 것 같긴 하더군요.
그 남자는 옆으로 긴 가방을 메고 있었고
오른손으로는 그 가방의 앞쪽을 잡고 있었어요.
손이 나가면서 제 엉덩이를 건드렸던 것 같아요.
높이가 그 정도에 있으니까요.
그런데 누가 알아요.
일부러 제 엉덩이를 만지기 위해서 가방끈 길이를 조절하고
절묘하게 그 위치에 손을 얹었을 수도 있잖아요.
그 기회를 항상 노리고 있다가
제가 마침 그 자리에 서있고
사람이 많이 다니는 그 시간에 문으로 나갔을 수도 있어요.
충분히 말이 되는 이야기잖아요.
그는 그럴 만큼 외로워보였거든요.
그 사람을 성추행으로 고소하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되나요.
그 남자의 인적사항은 전혀 몰라요.
그냥 머리를 짧게 깎았고 귀가 좀 컸고
푸른 빛이 도는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어요.
아, 내 엉덩이를 스치고 지나간 가방이 제가 자주 보던 거였어요.
회사 이름 말씀 드려요?
옷은.... 그리 잘 차려입지는 않았어요.
그냥 퇴근을 하고 가볍게 술을 한 잔 하러 온 딱 그런 분위기?
상의는 그림자 때문에 잘 안 보였지만 파란 톤의 남방이었던 것 같고
바지는...음..... 청바지 였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나요.
이 정도면 몽타주를 그려서 전국에 뿌릴 수는 없나요?
얼굴을 더 자세히 묘사하라구요?
어두워서 잘 기억이 안 나요.
제 뚜렷하게 본 것은 전반적인 분위기랑
제 옆을 지나갈 때 보았던 뒷모습 정도예요.
저 종업원들이나 사장한테 물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자주 오는 사람일 수도 있고......
그 사람을 꼭 제 앞에 데려와 주세요.
그의 인생이 파괴된다고 해도 좋아요.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