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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허튼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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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까 Sep 05. 2021

성추행

그 남자는 선술집에 혼자 앉아 있었어요.

네 맞아요,

밖으로 나가면서 내게 성추행을 한 남자요.


간혹 제 쪽을 보고 있던 것 같긴 해요.

아무도 오지 않았고 또 맥주 한잔만 마시고 휙 나가는 걸 보니

누굴 기다리거나 하는 것 같진 않았어요.


그냥 외로운 사람들 있잖아요.


저는 그냥 문가에서 멍하니 바깥만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냥 시끌벅적해져 가는 사람구경을 하고 있었죠.


예? 문가에 서있는게 뭐가 어째서요?


어쨌든 그 남자가 나가면서 저의 엉덩이를 툭 건드리는 걸 느꼈어요.


전 순간 소름이 돋았죠.


단지 사람이 많이 왔다갔다는 복도를 가로막고

문 앞에서 멍하니 서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제 엉덩이를 건드릴 수 있다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당연히 아니고 말고요.  


그 사람은 제 몸에 그렇게 손을 대고도

아무런 사과 없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그냥 시끌벅적한 거리로 뚜벅뚜벅 걸어나갔어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잠시 뒤를 돌아보는 것 같긴 하더군요.


그 남자는 옆으로 긴 가방을 메고 있었고

오른손으로는 그 가방의 앞쪽을 잡고 있었어요.

손이 나가면서 제 엉덩이를 건드렸던 것 같아요.

높이가 그 정도에 있으니까요.


그런데 누가 알아요.


일부러 제 엉덩이를 만지기 위해서 가방끈 길이를 조절하고

절묘하게 그 위치에 손을 얹었을 수도 있잖아요.


그 기회를 항상 노리고 있다가

제가 마침 그 자리에 서있고

사람이 많이 다니는 그 시간에 문으로 나갔을 수도 있어요.


충분히 말이 되는 이야기잖아요.

그는 그럴 만큼 외로워보였거든요.


그 사람을 성추행으로 고소하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되나요.


그 남자의 인적사항은 전혀 몰라요.


그냥 머리를 짧게 깎았고 귀가 좀 컸고

푸른 빛이 도는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어요.


아, 내 엉덩이를 스치고 지나간 가방이 제가 자주 보던 거였어요.

회사 이름 말씀 드려요?


옷은.... 그리 잘 차려입지는 않았어요.

그냥 퇴근을 하고 가볍게 술을 한 잔 하러 온 딱 그런 분위기?

상의는 그림자 때문에 잘 안 보였지만 파란 톤의 남방이었던 것 같고

바지는...음..... 청바지 였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나요.


이 정도면 몽타주를 그려서 전국에 뿌릴 수는 없나요?


얼굴을 더 자세히 묘사하라구요?

어두워서 잘 기억이 안 나요.

제 뚜렷하게 본 것은 전반적인 분위기랑

제 옆을 지나갈 때 보았던 뒷모습 정도예요.


저 종업원들이나 사장한테 물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자주 오는 사람일 수도 있고......


그 사람을 꼭 제 앞에 데려와 주세요.

그의 인생이 파괴된다고 해도 좋아요.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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