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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허튼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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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까 Sep 06. 2021

돈까스

사흘 전인가 분식집에 갔었잖아. 

이름은 기억이 안 나. 한국에 분식집 체인점이 좀 많아. 

뭐 천국이니 극락이니 하는 그런 곳은 아니었어. 


점심시간이 많이 지난 터라 식당 안에 사람은 거의 없었어.

여자만 딱 두명 있었는데 옷차림이 좀 이상하더군. 

며칠 씻지도 않고 머리도 안 빗고 전반적으로 초췌하고 꼬질꼬질한 모습이었어. 노숙자들인가 했지. 식당에 그런 사람들이 들어온 건 처음 봤어. 


어렵게 돈을 모아서 온 것일 수도 있고 주인이 그냥 대접하는 것이였을 수도 있고. 

두 여자는 서로 친구인지는 모르겠는데 두 테이블에 대각선으로 앉아서 그냥 앞만 응시하고 있더군. 너도 가슴이 조여올 때 그냥 멍하니 앞만 바라보고 있을 때가 있잖아. 바로 그렇게 말이야. 


내가 음식을 주문하자마자 돈까스 두 개가 나왔어

그 두 여자들이 주문했던 음식인가 봐, 일본식으로 길게 잘려져 나온 돈까스였지. 요즘엔 대부분 그렇게 나오잖아. 


그걸 보자마자 뒤에 앉아있던 여자가 말했어. 


옛날에는 돈까스가 이렇게 안 나왔었는데..... 그냥 큰 거를 나이프로 썰어먹게 나왔는데...... 요즘은 젓가락으로 집어먹게 나오네. 이럼 맛이 없는데.....


그러자 그 앞에 앉아있던 여자가 말했어. 


그러게 말이야. 요즘 사람들은 돈까스 맛을 몰라. 돈까스 시켰는데 수프도 안 주고. 그래도 그냥 먹어야지 어떡해. 


그리더니 두 사람은 말 없이 돈까스를 먹기 시작했어. 한번도 대화를 나눈 적이 없던 사람들처럼 말이야. 

두 사람은 친구는 아니었던 것 같애. 그건 그냥 번갈아  넋두리만 하는 거였지, 서로 대화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거든. 


그 사람들 말을 왜 하냐고?


그때 그 보니까 


그 여자들은 현재의 상황이 어떻든 과거의 이야기를 여전히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모양이더라구. 말하자면, 그 사람들도 자기가 이전엔 나름 돈까스를 먹던 여자들이었음을 강조하고 싶었던 거잖아. 

세상에 누가 그런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겠어. 그 사람들이 이전에 스테이크를 먹었던 포르셰를 타고 다녔건, 인생이 꼬질꼬질해진 지금 누가 관심이 갖겠냐고. 


그런데 그 사람들도 누군가에게 이야기는 하고 싶었던 거야. 나도 돈까스 쯤은 먹어본 여자라고....... 

지금의 인생이 어떠하든, 가슴 속에 자리잡은 추억과 경험은 옷차림과는 상관 없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 같애. 


그러니까 말야..... 


우리 같이 추억을 만들어보면 어때? 나중에라도 소중하게 기억될 아름다운 경험 말이야. 적어도 지금이라도 경험을 해야 나중에 어려운 순간이 오면 되새기며 견딜 수 있겠지. 


그래 맞아. 난 돈은 없어. 


너를 그걸로 행복하게 해줄 순 없어....... 

그냥 아름다운 추억만으로는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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