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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허튼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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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까 Sep 06. 2021

口音

"김 선생님이 구음을 정말 잘 부르셨어요."

"아이구야, 그 넘아가 무슨 구음을 잘 부르노. 내한테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럼, 구음은 박 선생님이 정말 최고지" 

"박 쌤. 그럼 구음 좀 들려주세요."

"내가 한번 들려주까.................................

나니니........ 아 에허허으으... 어 아아아아아....... 에흐...으으...... 여 으허으허...... 어으흐으어 흐으어 흐......  어이여 어흐어라 아아아아 에이이여허 어허...... 으으으어..... 아아아........으으어...... 단나.... 에헤이여서 에헤여이 어헤이어 이으어 에헤이 여어 으으어 히이히히 이히히....여어어라....."

"샘 너무 구슬프네요 ㅋㅋ 상여소리 듣는 것 같아요."

"아따 상여소리는 내가 또 한 소리 하지."

"그라지 그라지 장 쌤이 상여소리 한번 해본나. 나도 장쌤이 부르는 상여소리 참말로 좋드래이."

"저 듣고 막 우는 거 아니에요? ㅋㅋ"

"울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책임 못 지지. 헤헤 ........................... 

여어라.. 여어라.... 넋이로세 넋이로세 넋인줄을 몰랐더니 오늘보니 넋이로세 신이로세 신이로세 신인줄을 몰랐더니 오늘 보니 신이로세 넋일랑은 오시거든 넋당삭에 모셔놓고 신일랑은 오시거든 신상에다가 모셔오고 신 넋이 오시거든 화기사단에 모십시다"

"그게 뭔 상여소리고, 넋풀이지"

"음.. 그렇게 눈물이 나오진 않네요 ㅋㅋ."

"아우가 슬픈 일이 없는가 보지."

"제가 슬픈 일이 왜 없어요. 정말 여태까지 하루하루 바위 아래 깔린 것처럼 살았는데요.... 그런데 그 소리 듣고 눈물이 안 나는 걸 보니 아주 엄청나게 힘든 건 아니었나 봐요. 선생님 넋풀이 때문에 스트레스가 확 풀린 기분이에요"

"그러게 우리 아우 덕분에 우리 참 좋은 구경 많이 했다 아이가. 우리 스페인 갔을 때 기억 나나. 아우가 손 써줘가지고 좋은 데 가서 구경도 마이 하고 스페인 사람들 앞에서 소리도 목청껏 하고..... 우리 언제 또 갈 수 있겠나."

"그러게요. 우리 아우가 참 능력이 많아요. 그 능력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있던 게 참으로 아쉬워서 어쩌나 그려."

"삶이 노력만큼 되는 것은 아니더라구요.  정말 비탈길 올라가는 뱀처럼 온몸 비틀어 가며 아둥바둥 살았는데...... 비탈길에 바로 오를 줄 알았어요. 오르고 오르다 보니, 아 내가 이 길을 왜 올랐지 싶은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다리에 힘이 척 불렸어요. 그래서 가지도 오지도 못하고...... 이렇게 거지꼴로 나앉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요, 헤헤."

"말하는 거 보소. 여기서 열심히 안 사람이 있는가배. 같은 처지에 거지꼴은 무슨 거지꼴. 거지나 부자나 북망산천 가는 건 결국에 똑같다 아이가....."

"세상일이 다 그러는거야, 넋인줄을 몰랐다가 갑자기 넋이 된다잖아. 참, 누가 지었는기 가사도 기가 막히다."

"저는 가능하면 신인줄을 몰랐다가 신이 되는 걸로 ㅋㅋㅋㅋ"

"장쌤. 이제 창부타령 한번 불러본나."

"창부타령은 무슨... 알고보니 넋이라는데 무슨 얼어죽을 창부타령......저기 안 보여요? 저게 북망산천이 아닌가 싶구만"

"선생님들.........요즘엔 상여소리를 안 부르나 봐요. 그냥 아무 노래도 안 부르고 시커먼 차만 타고 비탈길 오르는 뱀처럼 앞만 보고 달리죠?"

"건 모르지.. 하도 울어서 노래 부를 힘도 없는지."

"우리 때는 맨날매칠을 울어도 상관 없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왜 그라노."


"선생님들............마침 저 아래 영구차들 지나가고 있어요....... 꼭 딱정벌레들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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