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고은 변호사 Apr 28. 2022

성범죄 피해 대응의 두 번째 걸음, 가중처벌 이해하기②

성범죄 피해자, 그들이 당당한 세상을 바라며

지난 칼럼은 성폭력 범죄의 가중처벌 중 가해자가 성범죄에 이르게 된 과정이 매우 악질적인 경우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가해자가 일반적인 피해자보다 더 두터운 보호를 필요로 하는 피해자에게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경우 가해자의 가중처벌 여부를 피해자의 유형에 따라 세 가지 사례를 통해 확인해보고자 한다.


사례 1. 가해자와 친족 관계에 있는 경우


저는 이혼을 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5년 전부터 어머니가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는데, 저에게도 잘해줘서 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요즘 들어 그 남자가 어머니와 제가 살고 있는 집에서 자고 가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런데 어제 방에서 자고 있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떠 보니 그 남자가 제 속옷을 벗기려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소리를 쳐서 어머니가 깨어났고, 그 남자는 도망을 갔습니다.


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준강제추행의 가해자가 피해자와 4촌 이내의 혈족 또는 인척이거나 피해자와 동거하는 친족이라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고 함) 제5조에 의해 가중처벌된다.


친족에는 사실혼 관계, 즉 법적으로 부부가 아니지만 실제로는 부부생활을 하고 있는 남녀 사이로 인해 형성되는 관계도 포함된다.


사례에서 가해자가 저지른 기본 범죄는 준강간 미수죄이다. 피해자가 잠을 자고 있는 것을 이용하여 간음을 하려 하였으나, 피해자가 저항하여 간음에 이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해자는 피해자의 어머니와 사귀던 사이로, 만약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사실상의 인척 관계가 인정된다면 가중처벌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가해자를 아버지라고 불렀다든지, 평소 가족과 같은 정도의 친밀한 관계였다면 가해자는 가중처벌된다. 따라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


사례 2. 장애인인 경우


저는 왼쪽 눈이 잘 보이지 않고 오른쪽 다리가 불편하지만 시장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며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하루는 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제 뒤에서 왼쪽 엉덩이를 만졌습니다. 제가 몸을 돌려 보았더니 전부터 알고 지내던 생선가게 김씨가 비죽거리며 웃고 있었습니다.


가해자가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준유사강간, 준강제추행, 위계ㆍ위력에 의한 간음 또는 추행을 하면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 의해 가중처벌된다.


피해자가 어느 정도의 장애를 겪고 있어야 장애인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최근 법원은 장애인이란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이라고 설명하였다.


다리가 불편하고 한쪽 눈이 사실상 보이지 않아 지체 장애 3급(현 기준으로는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등록된 피해자는 장애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사례에서 가해자가 저지른 기본 범죄는 강제추행에 해당한다. 기습적으로 피해자의 신체를 만졌기 때문이다. 나아가 피해자가 장애인에 해당한다면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 의해 가중처벌 될 수 있다. 피해자가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거나, 실제로 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면 가해자는 가중처벌 된다. 따라서 피해자의 상태를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


사례 3. 연(年) 나이 19세 미만인 경우


저는 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입니다. 한 교수님에게 질문이 있어 연구실을 찾아갔는데, 교수님이 저에게 첫사랑과 닮았다면서 제 손을 잡았습니다. 저는 싫었지만 교수님에게 싫다는 의사표시를 하게 되면 학교생활이 힘들어질 것 같아서 손을 살짝 뺐습니다. 그랬더니 교수님이 자신과 연인이 되면 학점도 잘 주고 많이 도와주겠지만, 지금 거절하면 학교생활이 힘들어질 것이라며 화를 냈습니다.


가해자가 만 13세 이상 연 19세 미만인 피해자를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준유사강간, 준강제추행, 위계ㆍ위력에 의한 간음, 유사간음, 또는 추행하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에 의해 가중처벌된다.


사례에서 가해자는 위력에 의한 추행 또는 강제추행의 죄를 저질렀다. 피해자는 대학 신입생이라고 하였으니, 연 19세 미만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피해자의 나이를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


이로써 가해자에 대한 법률의 적용을 모두 살펴보았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가해자에 대해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법률 적용에 신중해야 할 것이다. 이제 가해자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다음 칼럼부터는 피해자의 피해 진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보고자 한다.




이 칼럼이 성범죄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피해 사실을 신고하는데 필요한 용기를 심어주고, 나아가 자신들에게 주어진 법적 권리를 통해 피해 회복을 하는데 '힘'이 되길 바란다.



*본 게시글은 필자가 2021. 11. 30. 로톡뉴스 칼럼에 게시한 칼럼의 내용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성범죄 피해 대응의 두 번째 걸음, 가중처벌 이해하기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