젯밥에 제사는 뒷전

2 스타 미슐랭 레스토랑 in 우디네

by 뮌헨 가얏고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도시, 우디네(Udine).


슬로베니아와 국경이 접해 있는 우디네는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던 역사 깊은 곳으로 교역과 공업의 중심지이다. 중세시대에는 베네치아 공화국의 점령을 받아서 지금도 베네치아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이곳은 세계 대전 에는 오스트리아와 독일에 점령되기도 했다.

전형적인 베네치아의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


우리가 우디네에 도착했을 땐 시에스타 시간이라 거리에는 사람이 없었다.


시에스타(Siesta)는 낮잠 자는 시간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남부 등 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점심을 먹은 후에 낮잠을 잔다. 이 시간은 태양이 가장 뜨거울 때이고 모든 상점과 식당이 문을 닫는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마치 황망한 폐허 도시를 거니는 기분이라 큰 흥미도 없다.


여름철의 유럽은 해가 길다. 어떤 지역은 밤 11시쯤 석양이 지는 경우도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우리도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시에스타가 끝나면 우디네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코로나 방역지침으로 호텔 내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하고, 곳곳에는 손소독제가 비치되어있었다. 시에스타 후 시내까지 걸어갔다. 시내에는 의외로 사람이 많은 편이라 살짝 긴장되었다. 그래도 번호표를 뽑아서 한 명씩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아이스크림 가게 등 거리두기 방역지침은 잘 시행되고 있었다.


Gelato shop(젤라토) , ‘물리적 거리두기’의 방침에 따라 번호표를 뽑아서 한 명씩 가게 안에 들어갈 수가 있다.


휴식을 위해 하룻밤 머물렀다가는 도시라 큰 기대없이 온 곳인데 생각보다 아름다운 도시였다. 우디네 구시가지의 언덕 위에 있는 성 카스텔로과 로마네스크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두오모 성당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둘러봤다. 우아한 베네치아 양식의 건축물들도 대충 둘러본 후에 아름다운 자유의 광장에 있는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았다. 귀로는 집시 아저씨의 아코디언 연주 소리를 감상하고, 눈으로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건물을 감상하면서 즐기는 와인 한 잔, 이건 내가 여행 중에 가장 사랑하는 순간이다.



제사보다는 젯밥이라고 우디네 관광보다는 저녁 먹을 2스타 미슐랭 식당에 대한 기대가 더 컸었다. 이곳은 보통 6개월 전에 예약해야 하는 곳인데, 코로나로 인해 며칠 전에도 예약이 가능했다. 방역지침으로 인원 제한이 있어서 넓은 홀엔 우리밖에 없었다. 이 또한 우리가 얻은 행운의 찬스 중 하나였다.


식전 주로 샴페인 한 잔을 시켰을 뿐인데 각종 카나페 세트를 인원수에 맞춰서 준다. 이것도 지금이라 받을 수 있었던 특별 서비스였던 거 같다.


식사 시간이 길어서 지루할 때,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우리 자리를 정원이랑 연결된 곳으로 정해주었다고 했다. 모든 서비스가 우리만을 위해 존재하는 거 같았다. 3~4개월을 휴업하다 오픈한 영향으로 더 세심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코로나로 인해 취소된 딸아이의 미들스쿨 졸업식을 대신한 졸업 축하 겸 우리의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는 식사자리였다. 첫날은 이렇게 입이 더 행복한 날이었다.


음식을 덮은 상태로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드는 것. 동시에 뚜껑을 열어서 환호성을 부르게 만드는 건 미슐랭 식당의 특별한 볼거리이기도 하다
뭘 먹었는지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진 않지만, 하나같이 다 맛있었던 음식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여행 복장... 이탈리아의 여름은 햇살이 뜨겁긴 하나 습하지가 않아서 오히려 이렇게 얇은 겉옷으로 햇살을 차단하는 게 덜 뜨겁고 좋다


keyword
이전 01화코로나 19가 가져온 좌절이 행운의 찬스로 바뀐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