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에 돌고래가 돌아왔다고?

by 뮌헨 가얏고


In Venice.
No flights, no cruise ship, no tours.
We thought it’s the best time to visit here.
Hopefully we don’t get sick.


아름다운 운하의 도시, 베니스(베네치아)에서의 3박 4일


2013년 12월에 왔던 베니스는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베니스의 겨울은 물이 범람할 정도로 비가 자주 오는 우기이고, 오후 4시 반이면 해가 지니 하루가 무척 짧게 느껴진다. 뮌헨도 그렇지만 유럽의 밤은 네온사인이 번쩍이지도 않고 사람들로 북적거리지도 않아서 한국처럼 화려하지 않다.


그해 우린 어둑어둑한 오후쯤 베니스에 도착했다. 다음 날 아침에 떠나야 했기에 1박 2일이었어도 머물렀던 시간은 짧았었다. 기억에 남는 거라곤 산마르코 광장에서 보았던 크리스마스 캐럴 합창공연, 이른 아침 호텔 조식을 먹는 곳에서 바라본 안개 낀 베니스의 신비로운 풍경 그리고 베니스의 상징인 곤돌라가 전부였었다. 그렇게 잠깐 머물렀다 갔을 뿐이었는데, 베니스를 다 둘러봤다고 생각했었다. 마치 숙제를 끝낸 것 같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베니스에 다시 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었다.


싫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다시 오고 싶다고 외칠 만큼 인상적인 곳도 아녔다. 그냥 유명한 여행지에 발도장을 콕 찍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고, 우리가 머문 1박 2일간 비가 오지 않았던 것만으로도 감사해했던, 나의 첫 베니스 여행은 그랬었다.


따뜻하고 날씨 좋은 계절의 베니스는 성수기여서 올 엄두조차 내질 못했었다. 몇 년 전 일본 유학생 4명이 베니스에서 한 끼 먹은 식삿값으로 1100유로(한화 약 144만원)를 낸 후 부당한 바가지요금이라며 경찰에 신고한 일이 있었다. 넘쳐나는 관광객들 때문에 환경이 오염되어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베니스 주민들은 데모도 했다.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베니스라 해도 이탈리아 여행에선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또 베니스잖은가!

수많은 여행객들은 아름다운 베니스를 보기 위해 아마도 그 정도쯤은 이미 각오하고 계획을 짤 것이다.


베니스에 돌고래가 나타났다는데 봤어?
잉? 진짜?


세계적인 관광지 베니스의 인구는 약 5만 명인데, 작년까지 매년 관광객 수가 대략 3천만 명이었다고 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유럽은 3월 중순부터 봉쇄에 들어갔었다. 베니스에는 크루즈 운항이 중지되었고, 사람들의 이동이 줄어들면서 수상버스의 운항도 줄어들어 베니스의 물이 맑아졌다고 했다. 심지어 물고기가 헤엄치는 게 보이고, 돌고래가 돌아왔다는 기사가 났었다는데, 난 돌고래를 못봤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건 가짜 뉴스로 베니스가 아닌 이탈리아 서부에 있는 사르데나라는 섬이라고 했다.

관광업이 주요 생업인 유럽의 수많은 나라, 그중에서도 이탈리아는 여름이 가장 성수기인 곳이다. 코로나도 걱정이겠지만, 마냥 폐쇄한다면 이들의 생계 또한 문제가 되기에 방역지침 준수와 함께 6월 중순부터 서서히 개방했다. 게다가 100% 개방도 아닌지라 우리는 지금이 아름다운 베니스를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생각했다.


수상 도시이자, 운하의 도시인 베니스.


베니스는 118개의 섬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보통 우리가 흔히 말하는 베니스는 본섬을 뜻한다. (본섬이라는 명칭은 공식 명칭은 아니라고 함) 본섬은 면적이 작아서 하루 정도면 대충 훑어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유리공예로 유명한 무라노섬,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고 해수욕장이 유명한 리도섬, 우리나라 사람에겐 아이유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유명한 부라노섬, 이렇게 다른 섬들까지 구경하려면 며칠은 머물러야 가능하다. 게다가 거리상으론 크게 멀지 않으나, 베니스의 일반적인 이동 수단인 바포레토(vaporetto, 수상버스)는 속도가 상당히 느려서 이동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우디네에서 132km를 달려 베니스에 도착했다.


베니스 안에는 차가 다니지 않기 때문에 모든 차는 피아잘레 로마(Piazzale Roma)에 주차를 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주차료가 싸진 않다. 며칠간 공용주차장에 주차해두기가 불안해서 호텔에서 운영하는 주차장에다 주차하고 바포레토를 타고 호텔까지 갔다.




기대보다 사람이 많았던 바포레토 안.


'1.5m 거리두기'라는 안내표지가 무색할 정도로 거리두기는 불가능했다. 마스크를 썼지만 쉴 새 없이 떠드는 사람들, 사람 좋아하고 친근감 넘치는 이탈리아인의 성향이 지금 상황에선 불편하게 느껴졌다. 좌석이 있는 실내엔 창문을 모두 열어 통풍되게 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탁 트인 갑판에 서있었다. 나 뿐 아니라 모든 여행객의 마음 속에는 여행의 설렘과 코로나에 대한 두려운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으리라.


여행을 떠나온 건 잘한 행동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여행하는 동안 제발 아무 탈 없길 바라는 마음도 컸다.


게다가 바포레토 속도는 어찌나 느린지 짐만 없었으면 걸어가는 게 훨씬 빨랐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 무렵, 잘못 탔다고 했다. 헐~~ 안돼~~

sticker sticker


바포레토의 앞뒤가 헷갈려서 거꾸로 가는 걸 탔다. 얼른 사람 많은 이 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머피의 법칙이 여기서 등장하는구나. 다시 바꿔 타고 정확한 곳에 잘 내렸지만, 호텔까진 한참 걸어야 했다. 베니스에 묵을 짐만 따로 빼고 나머지 짐은 차에 두고 왔지만, 날씨도 더운데 각자 짐가방을 하나씩 들고 좁은 골목길을 다닌다는 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녔다. 게다가 미로 같은 골목길을 잘 찾아가기 위해 수시로 핸드폰 속 지도를 들여다보면서 가기는 더욱 힘들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베니스를 떠나는 날에는 수상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Water boat 정류장...우리 4식구 (어른 2명과 청소년 1명 어린이 1명) 가격은 30유로였다. 바포레토 (수상버스) 안.
수상택시. 가격은 60유로. 4명 정원에 짐도(캐리어) 4개까지만 허용.. 비싸긴 했지만 시간 절약과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할 수 있다. 그리고 호텔 앞에서 탈 수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베니스 본섬 내의 호텔에 방을 구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성수기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늘 예약이 꽉 차 있을 정도이다. 우리는 이번에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이 맞은 편에 보이는 아주 전망 좋은 호텔로 예약할 수 있었다. 코로나로 관광객이 없어서 이런 행운을 잡을 수 있었다.


4일간 동네 마실 다니듯 돌아다녔다. 골목마다 기웃거리고 다니다 피곤하면 호텔로 돌아와서 쉬었다가 다시 구경하러 나갔다. 설령 베니스를 다시 온다 해도 이런 행운을 잡기가 쉽지 않기에 이번 여행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왼쪽사진) 우리 방에서 보이는 풍경, (오른쪽 사진) 호텔 로비. 이렇게 멋진 공간이지만 이제 사람들은 실내에 앉는걸 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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