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마르코 광장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인파에 치이는 게 싫어서 여름엔 베니스를 오고 싶지 않았었다.
이번엔 여름이었지만, 코로나 봉쇄가 100% 다 풀리지 않은 상황이라 관광객이 적었다. 사람이 덜 붐비는 베니스가 좋았으나, 막상 한산한 이곳을 보니 큰 감흥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텅 빈 카페나 텅 빈 광장을 보면 휑한 마음이 앞섰고, 무심코 지나쳐 버린 적도 많았다.
호텔 체크인 후 조금 휴식을 취한 뒤 거리로 나왔다. 6월 말의 베니스 햇살은 뜨거웠지만 습하진 않았다. 우디네에서처럼 얇지만 긴 팔 셔츠로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는 게 오히려 시원했다.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시옷과 삼베옷을 입고 나무 그늘에 앉아 계셨던 모습이 생각났다. 우리나라도 그땐 여름이 습하지 않았고, 햇살만 차단하면 더위를 피할 수 있었던 건조한 여름이었나 보다.
유럽 여행을 할 때면 광장(square)을 먼저 찾아보게 된다. 광장 근처에는 주요 관공서가 있고 카페나 레스토랑도 있고 볼거리도 많다. 유럽의 광장(square)은 그 타운에서 정치, 종교, 음악 및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아무런 정보없이 들른 작은 소도시나 마을에서도 광장을 찾아가면 모든 게 해결된다.
아름다운 건물이 바라 보이는 광장의 카페에 앉아 차나 와인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건 유럽 여행의 묘미이다. 광장에서 여유를 부리고 있다 보면, 거리의 악사들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선율로 귀까지 호강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엔 아무도 없이 그냥 휑하니 넓은 광장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
산 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
산 마르코 광장을 얘기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수식어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다. 나폴레옹이 한 말이다. 산 마르코 광장에는 두칼레 궁전과 산 마르코 대성당이 나란히 붙어있다. 두 곳 모두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축물로 베니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명소이다.
ㄷ자형으로 길게 연결된 아케이드의 가운데 건물은 나폴레옹이 1810년에 재건하였다. 건물 이름이 그의 이름에서 따와 알라 나폴레오니카(Ala Napleonica)인 걸 보면, 나폴레옹이 이 광장을 정말 사랑했었나 보다. 현재 여긴 코레르 박물관 (Museo Correr)의 입구로 쓰이고 있다.
시기별로 지어진 연도가 다른 이 아케이드에는 유리창이 아주 많다. 그 이유는 베니스가 바다 위에 세워진 도시이기에 늘 지반 침하에 대한 고민이 따랐다. 그 고민 끝에 건물의 하중을 줄이는 방법으로 유리창을 많이 만들었다고 한다. 유리창마다 설치된 조명 덕에 야경이 참 멋지다.
지난번 겨울에 왔을 때는 해가 짧아서 멋진 야경을 볼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즐기질 못했다. 여름이라 해가 길었고, 코로나 방역지침으로 저녁 9시면 모든 식당이나 바가 문을 닫았다. 굳이 나갈 이유도 없었고, 그냥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는 게 더 좋았었다.
산 마르코 광장이 이렇게 휑할 수가!!
2020년 6월의 산 마르코 광장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란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휑하니 넓기만 했다. 베니스 출신의 풍경화 대가인, 카날레토가 1731년도에 그린 산 마르코 광장의 풍경화보다 더 사람이 없었다. 도시의 중심지인 만큼 언제나 북적였을 산 마르코 광장이 이렇게 한산할 줄이야!
아케이드에는 유명한 카페도 여럿 있다. 1720년에 오픈하여 유럽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카페이고, 베니스 출신의 카사노바가 가장 사랑했다는 카페, 그 유명한 플로리안 카페도 텅텅 비었다. 야외에 빈 테이블만 덩그러니 있어서 그 앞을 지나칠 때는, 거기가 '카페 플로리안'이라는 사실도 깨닫지 못했었다.
산 마크코 광장 앞에는 다른 섬으로 가는 바포레토 선착장이 있어서 베니스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무라노 섬으로 갈 때도 이 선착장을 이용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