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텅 빈 베니스

산 마르코 대성당과 두칼레 궁전

by 뮌헨 가얏고
압도적인 웅장함과 화려함을 뽐내는
산 마르코 바실리카



산 마르코 성당(Basilica di San Marco, 산 마르코 대성당)


산 마르코 광장을 가로질러 보이는 산 마르코 대성당. 사람이 없어서 뻥 뚫려 있으니 한눈에 모두 들어와서 좋긴 했다. 사진 찍기도 편해서 마치 나 혼자 전세 낸 것처럼 좋으면서도, 코로나 때문에 여행도 못 하고 갑갑해 하고 있을 사람들에겐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로마네스크 양식과 비잔틴 양식의 조화가 아름다운 대성당이다. 곳곳에 금박을 이용한 모자이크 덕에 ‘황금의 성당’이라 불릴 정도로 겉모습이 화려했다. 그러나 여러 곳에서부터 약탈해 온 조각들이 성당 곳곳을 장식하고 있다. 동방 원정 중에 약탈해온 것들로 건물을 짓다 보니, 외관 기둥의 색상과 모양이 제각각인데, 그것이 이 성당의 특징이 되었다.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 Doge's Palace)


지중해 무역을 독점할 정도로 해양 강국의 면모를 보여주며,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냈던 베네치아 공화국 시대에 지도자(도제, Doge)들이 살았던 성이다. 베니스를 대표하는 화가 티치아노, 틴토레토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며, 산 마르코 대성당 옆에 있다.


그동안 안 보였던 사람들이 여기에 다 몰려있는 듯했다. 인기있는 명승지임을 증명이나 하듯 긴 줄로 서있는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우리도 들어갈까?’
‘아니..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이미 우린 수많은 성당을 봤잖아?'
'거기랑 여기가 같아?'
'로마 바티칸 갈 거잖아.... 그냥 통과 ‘


그땐 여행 초기여서 그랬던가? 실내엔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방역지침을 지킨다 해도 사람들과 접촉하여 줄을 길게 늘어서 있는 게 편치 않았다. 저래도 되는 걸까? 성당 안에 통풍은 되는 건가? 그땐 코로나에 감염될까 봐 상당히 긴장했었다.


왼쪽 사진; 두칼레 궁전 입구, 오른쪽 사진: 산 마르코 대성당 가운데 문 위의 팀파눔(Tympanum, 출입문 위, 아치형에 둘러싸인 공간

두칼레 궁전 입구 위에 보면, 프란체스코 포스카리(베니스가 가장 번영했던 시절의 총독)가 날개 달린 사자상(베네치아의 상징)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4마리의 청동 마상은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1204년에 약탈해 온 것인데 1797년 나폴레옹이 파리로 가져간 것을 1815년에 다시 돌려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동상의 훼손을 우려해서 박물관에 보관 중이고 저건 복제품이라고 한다.


우리는 대성당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이곳을 입장하려면 복장 규제가 까다롭다. 반바지, 민소매나 슬리퍼 착용은 금지되고 있고 가방은 무료 보관소에 맡겨둬야 한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여기뿐 아니라 어느 지역이건 성당이나 사원에는 늘 복장 규제가 있다.


모든 여행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글을 쓰는 지금은 들어가 볼 걸하는 후회가 남는다.


여행하다 보면 늘 어떤 갈등 속에 빠지게 된다. 빡빡한 일정을 짜서 남들이 구경하는 곳은 모두 봐야 후회가 없을 거 같다는 마음과 그렇게 쉴 새없이 다녔다간 휴가 후에 또 휴가를 가야겠다! 쉬어 쉬어하는 마음. 이 두 마음은 여행하는 동안, 계속 내 안에서 다투고 있다.


긴 여행 중에는, 특히 컨디션에 따라, 어떨 땐 각종 핑곗거리를 대면서 통과 통과를 외치는 경우도 있다. 그 당시엔 별 미련이 없었는데, 나중에 후회가 될 때도 있고,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흐뭇해할 때도 있다.


베니스를 다시 가야 할 핑겟거리가 생겼다.

산 마르코 대성당(Basilica di San Marco)
광장에 있는 시계탑. 시계탑 제작(1499년)후 유사품을 못만들게 하기 위해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눈을 멀게 했다는 전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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