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
우리가 베니스에 도착한 첫날(6월 28일)보다 매일 조금씩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느낌이었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이탈리아인이었지만, 이탈리아도 본격적인 휴가기간으로 접어들어가는지, 매일 조금씩 더 붐비고 있었다. 뮌헨이 속해 있는 바이에른주는 이탈리아와 가까워서 이탈리아로 휴가를 오는 사람이 많다. 다행히 우리 아이들의 학교는 독일 학교보다 방학을 일찍 시작했기에 그때까진 독일인들이 많진 않았다.
7월 1일부터는 베니스도 박물관을 포함해 전체 오픈을 한다고 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출발하는 비행편도 개통된다고도 했다. 매일 조금씩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하니 살짝 긴장되기 시작했지만, 우린 7월 1일에 베니스를 떠나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코로나 속의 여행.
호텔 안에서는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곳곳에 손소독제가 비치되어 있었다. 이 호텔은 좀 더 서비스에 신경을 쓰는지 체크인을 할 때 1회용 마스크, 손 소독이 가능한 물티슈 그리고 1회용 장갑까지 나눠줬다.
실내 공간 내에는 거리두기가 필요한 만큼 면적에 따라 인원 제한가 있어서 직원들의 수를 많이 줄인 거 같았다. 그렇다 보니 서비스를 제때제때 받을 수가 없어서 많이 불편했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butler(집사) 서비스로 차별화를 두고 있는 호텔이다. 보통은 각 층마다 담당 버틀러가 있었는데, 이번엔 한 번 부르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객실 안에 비치되어 있던 커피잔이나 유리컵은 모두 없애고 필요할 때 종이컵으로 가져다주어서 많이 불편했다.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는 아침 조식 시간
아침 식사 시간은 예약제로 바뀌어 인원 제한을 하고 있었다.
조식 뷔페 대신에 무제한 a-la-cart 메뉴로 바뀌었는데, 난 이 방식이 더 마음에 들었다. 메뉴판에서 내가 원하는 음식을 얼마든지 주문할 수가 있었다. 주문받은 후에 요리해서 가져다주니 신선한 음식을 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지만 직원 수도 줄어든 데다가 아직은 이런 새로운 시스템에 익숙하지가 않아서인지 실수가 있었다. 내가 주문한 음식이 아주 늦게 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난 개의치 않았다. 왜냐하면 아침을 먹는 장소의 풍경은 황홀하도록 아름다워서 기다리는 내내 행복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새로운 시스템의 장점을 하나 더 추가하자면, 뷔페가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과식을 하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베니스를 온다고 하면 사람들은 어떤 기대를 하고 올까?
베니스에서는 어떤 추억을 안고 돌아갈까?
이번 여행에서 내가 안고 온 잊지 못할 추억은 아침 식사 때와 저녁식사 후 커피를 마실 때마다 늘 내 눈앞에 있었던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의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della Salute)
이 아름다운 성당은 1630년 흑사병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자, 흑사병을 물러가게 해 주면 새로운 성당을 지어 봉헌하겠다고 기도를 하였다. 흑사병이 멈추자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은 성당이다. 살루테 (salute, 건강과 구원을 의미)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도 그 이유이다.
베네치아 건축가 발다사레 룽게나(Baldassarre Longhena), 그 당시 무명이었던 그는 1년간 있었던 공모전에 뽑혀서 이 성당을 짓게 되었다. 그 당시 흑사병으로 경제 손실이 상당히 큰 상황이었기에, 성당을 짓기 위해 드는 막대한 공사비를 충당하는 건 큰 과제였었다. 그가 낸 아이디어는 벽돌로 쌓아 올리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고민거리는 바다 위에 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115만 개의 떡갈나무와 낙엽송으로 된 말뚝을 촘촘히 박은 후에 짓는다는 게 그의 아이디어였다. 건축 양식은 그 당시 유행이었던 바로크 양식이었다. 건축양식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해도 이 성당을 보면 우아한 색상과 화려한 외관에서 르네상스 시대를 연상하게 된다.
50년 만에 완공된 성당
룽게나는 1682년 성당 봉헌 예배를 마치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 성당을 지은 후에, 그는 바로크 건축의 가장 위대한 대가 중 한 사람이 되었다.
성당 안에는 티치아노(Tiziano Vecellio)의 ‘카인과 아벨’과 틴토레토(Tintoretto)의 ‘가나의 혼인’과 '카인과 아벨' 등 여러 작품이 있다. 우리가 갔을 땐 성당이 닫혀있었다. 원래 개방 시간이 09:00~12:00, 15:00~17:30인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오후 2시경이었다. 개방시간이 아니어서 문을 닫은 건지 코로나 때문에 닫힌 건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성당 안과 예술 작품은 볼 수 없었지만, 사람이 없는 계단에 앉아 아름다운 대운하를 여유롭게 바라보며 아픈 다리도 풀어주었다.
흑사병 종지 기념으로 지어진 성당의 계단 위
약 390년 전엔 흑사병으로 인해 베니스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했었고 경제적 손실과 더불어 베니스 시민을 공포와 절망에 빠지게 했었다. 지금은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 19는 결국 코로나 팬데믹으로 규정되었다. 수많은 사망자가 나왔고 많은 곳이 봉쇄조치에 들어가면서, 슈퍼마켓의 물건들이 다 동이 났고 일자리를 잃는 등 경제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혔다. 코로나 19는 많은 이들의 희망을 앗아갔고 절망감을 안겨주었다.
오랫동안 쉬었던 가야금을 다시 시작하면서 나에게도 많은 계획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 공연 계획들이 하나둘씩 취소되었다. 이런 상황은 나에게만 닥친 문제는 아니기에 취소되는 안타까움보다 다시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커져서 더 힘들었다.
간신히 생긴 용기와 자신감을 놓치지 않고 잘 붙들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과 더불어 '곧 끝나겠지', '할 수 있어'라는 희망적인 생각도 되살아났다.
이 눈물 나게 아름다운 풍경이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참으로 평화로운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