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노섬은 여전히 닫혀있었다.

by 뮌헨 가얏고
무라노섬의 본격적인 오픈은 7월 1일부터였다.


한국에서는 지금(2020년 12월 말)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할 것이냐는 문제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다. 유럽에서는 이미 지난봄(2020년 3월 중순경)에 1차 봉쇄가 실행됐었고, 독일은 11월부터 다시 시작된 봉쇄가 12월 16일부터는 더욱 더 강화되어, 2차 봉쇄로 들어간 상태이다.


작년 3월 중순부터 약 3개월간에 이뤄진 봉쇄는 6월부터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고, 6월 15일부터 유럽 내에서는 자유롭게 이동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둘러보는 일정으로 한 달간의 여행을 떠났다. 여전히 코로나로 인한 방역지침과 더불어 긴장감과 설렘이 공존하는 가운데 우리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예약하기 힘들다는, 베니스 본섬에 있는 호텔을 우리는 성수기 요금도 아닌, 평소 가격으로 예약했다. 평소 가격도 절대로 싸지 않은 호텔이었다. 호텔 측의 작은 실수와 배려로 3단계나 방이 업그레이드되는 행운을 얻기도 했었다. 코로나 이전엔 이 호텔 숙박객의 60%가 미국인이었다고 했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1위인 미국은 심각한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완전히 봉쇄됐다. 베니스 관광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미국 관광객이 없으니 베니스 붐비지 않았고, 그 덕에 우리는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었던 거다. 우리에겐 코로나의 절망이 행운의 찬스로 바뀐 여행이 됐다.




베니스에 머무는 3박 4일 동안, 유리 공예로 유명한 무라노섬(Murano)이나 베니스 국제 영화제가 개최(9월)되고 아름다운 해변이 있어 휴양지로도 유명한 리도섬(Lido di Venezia)에 가볼까 했었다. 그러나 잠깐 해변에 머무는 건 크게 흥미롭지 않아서 무라노섬만 가기로 했다. 아이유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알려진 부라노섬(Burano)을 한국에선 많이 찾는다는 건 이번에 여행을 갔다 온 후에 알게 됐다. 난 아이유 뮤직 비디오를 본 적이 없고, 부라노섬에 대해서도 그 당시엔 잘 몰랐기 때문에, 우리의 목록 속에 부라노섬은 아예 포함되어있지 않았었다.


6월 29일, 베니스 도착한 지 2일째 되는 날, 무라노섬에 갔다.

1295년 베네치아 정부는 화재 예방과 더불어 유리 제작 기술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본섬의 모든 유리 공장을 강제로 이곳에 옮겼다. 감금된 유리 공예 장인들은 거의 노예처럼 생활하며 유리 공예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최고의 유리 생산지'라는 무라노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현재에도 5 천여 명에 가까운 주민 대부분이 유리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다.


산 미켈레 인 이솔라( San Michele in Isola, San Michele di Murano)


1000년 가까이 이어온 그 명성, 유리 공예로 유명한 무라노섬이 7월 1일부터 전체 오픈이 된다는 건, 바포카포(수상버스) 표를 끊으면서 알게 됐다.


박물관 구경은 못 해도 그냥 섬이라도 한 바퀴 돌아보자며 갔었는데, 도착해서는 식사할 곳조차 마땅히 없었다. 햇살은 뜨겁고 베니스에서는 없었던 시에스타가 여기엔 있는 건지, 선착장에 내렸을 땐 문이 열려 있었던 몇몇 카페랑 레스토랑조차 점심 먹으러 찾았을 땐 문이 닫혀 있었다.


무라노에도 섬이 7개나 있고 11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으며 차량 출입이 통제된 것은 베니스 본섬이랑 같았지만, 분위기는 매우 달랐다. 섬 전체가 적막 그 자체였다.


베니스에서 머무는 동안, 사람이 덜 붐벼서 편안한 여행을 했었지만, 너무 적막하여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점도 있었다.


코로나 이전엔 발 디딜 틈도 없는 유명 관광지에 가면 제대로 구경도 못할 때도 많았다. 그땐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진이라도 한 장 찍고 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때로는 사람들이 몰려있으면 덩달아 발길을 멈추고 기웃거리며 사진을 찍기도 했었고 몰려있는 인파에 지레 겁먹고 발길을 돌린 적도 있었다.


이번 여행에선 박물관이 모두 폐쇄된 상황이라 구경도 못 했으니 다음엔 꼭 박물관을 둘러볼 것이다. 행여나 코로나 감염이 될까 불안해서 들어가지 않은 성당들과 두칼레궁전도 다음엔 꼭 방문해 보고 싶다. 활기찬 무라노섬의 모습도 보고 싶다. 3박 4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마치 무대 위의 남자 배우 웃음소리처럼 울림도 참 좋았다. 그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리는 좁은 운하 근처를 거닐 땐 섬뜩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우스꽝스러워서 덩달아 웃기도 했다. 처음 한 명의 웃음소리가 도미노처럼 번지더니 단체로 합창하듯 웃어대다가 울어대기도 했다.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지? 어디에 야외 공연이라도 있는 걸까? 아니면 어느 연극배우 지망생이 연습을 하는 걸까? 호기심에 소리를 따라가 보니 그 소리는 연극배우의 소리가 아닌 갈매기들의 소리였다.


베니스에 사는 갈매기들은 우는 소리도 마치 오페라 배우 같단 생각을 하며 괜한 호기심에 귀를 기울였던 나를 웃게 했다.


경찰서와 경찰 보트
발 빠른 베니스 장인들, 베니스 깃발 마스크가 이미 등장해 있었다. 기념품과 위생을 동시에.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에 앉아있던 갈매기. 웃음소리를 녹화하려고 했었는데 실패했다.
홍수를 대비해서 호텔 1층 로비에 있는 엘리베이터 앞에는 저렇게 물을 막을 수 있는 방패 막이 같은게 있었다. 오른 쪽 사진은 리알토 다리 근처에 물이 범람한 곳이다.


keyword
이전 07화코로나 속 베니스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