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에서 우아한 아침을...

by 뮌헨 가얏고


여행에서 보는 즐거움만큼이나 큰 게 먹는 즐거움이다. 한 번 갔다 온 여행지를 다시 가고 싶을 때는 대부분 그때 먹었던 맛난 음식이 생각나서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 걸 보면 우리 가족이 먹는 거에 좀 더 치중하는 편이다.


특별한 볼거리가 없는 작은 마을이라도, 우연히 찾은 식당에서 기가 막힌 음식을 맛본다면, 그 음식이 먹고 싶어서 다시 찾았던 적도 있었다. 이럴 땐 마치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은 느낌이다. 이렇듯 기억에 남는 여행은 꼭 유명한 관광지를 구경해서만은 아니다. 그곳에서 만난 친절한 사람, 그때 맛본 맛난 음식 그리고 함께 간 일행과의 소중한 추억이 더해지면, 좋은 추억이 되어 그 여행지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을 보며
시작하는
우아한 아침 식사

우리가 머문 3박 4일 동안 아침은 호텔에서 해결했다.

무료 조식 제공은 식사비 절감과 다양한 음식을 양껏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과식하기 일쑤이고 식사 시간 때문에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더군다나 코로나 방역지침으로 식당 내 인원 제한이 있어 식사 시간을 미리 예약하니 아침마다 바빴다.


일단 휴가 중이니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니 충분한 시간을 갖되 너무 늦게는 잡지 말자. 아침을 차라리 푸짐하게 먹고 점심은 간단하게 먹는 건 어떨까? 등등 나름 신중하게 시간 따져보며 예약했다.


호텔 내에서는 마스크를 꼭 써야 했다. 레스토랑에서도 좌석에 앉아있을 때를 제외하곤 마스크 착용을 반드시 해야 했다. 이건 뮌헨과 같았다.

여기서 아침엔 식사를, 오후엔 티타임을, 저녁엔 와인 한 잔을.


뒷배경이 사람을 만들어 준다고 했던가? ㅎㅎㅎ 매일매일 아름다운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을 배경 삼아 식사를 하고 있으니 나도 덩달아 우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집 나간 우아함이, 내게 있기나 했을지도 모르는 우아함이 나를 찾아온 것만 같았다. 이런 호사가 또 어딨으랴!


카페 플로리안과 커피값이 같았는데 여기선 에스프레소 한 잔을 시켜도 저렇게 홈메이드 쿠키 한 봉지를 줬다. 코로나 서비스인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머문 호텔은 칵테일 블러디 메리를 처음 개발한 호텔이다. 그래서인지 아침 메뉴에 블러디 메리도 눈에 띄었다. 코로나 방역지침으로 뷔페 대신 직접 주문하는 방식이었지만, 주류가 포함되어있어서 정말 좋았다.


유럽에서는 보통 선데이 브런치로 스파클링 와인이 제공되는 경우가 있다. 아침에 제공되는 주류 닥에 휴가 느낌이 더 났다. 이탈리아의 스파클링 와인은 프로세코라 부르고, 프랑스의 샴페인(Champagne, 상파뉴) 지역에서 나는 스파클링 와인에만 샴페인이라 부를 수 있다.



메뉴에 프로세코도 있었고 샴페인도 있었다. 우선 샴페인 한 잔을 시작으로 카푸치노도 한 잔 시켰다.


카푸치노는 이탈리아에서는 오전에만 주문을 받는 경우가 많다. 베니스처럼 세계적인 관광지에는 예외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오전 11시 이전에 마시는 커피이다.


음식은 매일 다양하게 맛을 봤다. 음식은 메인 요리(주로 훈제 연어, 계란이나 시리얼이냐), 사이드 메뉴(시금치, 버섯, 과일), 음료와 디저트. 이렇게 각자 먹고 싶은데로 주문할 수도 있었고, 에그 베네딕트 등등 이미 조합이 되어있는 음식 들 중에서 선택할 수도 있었다.


써니 사이드 업( sunny side up. 노른자를 터트리지 않은, 일명 계란 프라이)의 계란 요리를 좋아하고, 아이들은 스크램블 에그 혹은 오믈렛, 남편은 poached egg(수란)을 좋아한다. 여행 중엔 야채를 충분히 먹을 수 없기에 비타민 C 보충을 위해 베리류가 담긴 과일접시와 균형있는 영양 섭취를 위해 사이드 메뉴로 시금치(sauteed spinach)도 시켰다.

수란이 올려진 베네딕트도 내가 좋아하는 메뉴

이탈리아 여행 시 꼭 맛봐야 하는 건 생과일 오렌지 주스이다. 보통 메뉴판엔 없었지만, 물어보니 있다고 해서 생과일 오렌지 주스도 매일 마셨다. 난 주스 종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탈리아에서 마시는 생과일 오렌지 주스는 정말 맛있다.

빵 바구니, 아침에 구운 신선한 빵을 맛보다 보면 내 위가 더 컸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아침이긴 하지만, 이 호텔의 상징 칵테일인 블리디 메리를 빠트릴 수는 없었다. 이럴 땐 이 정도의 알콜 섭취를 감당할 수 있는 내 주량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아침 식사 시간이 꽤 걸려서 여유롭게 먹고 마실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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