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랑 그림자 마시러 갈래요? “

by 뮌헨 가얏고


점심은 건너뛰고 오후에 간단한 스낵으로 요기


트레메치아 (tramezzino, 샌드위치)는 식초의 시큼한 맛이 강한 이탈리아식 삼각형 샌드위치이다.

김초밥처럼 음식의 변질을 막기 위해 식초를 넣는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리고 다른 지역의 트레메치아도 식초 맛이 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난 이번 베니스 여행 때 처음 먹어봤다.

다양한 종류의 트레메치아


시큼한 맛이 강해서 첫 한 입을 베어 물었을 때는 거부감이 살짝 생겼지만, 금방 익숙해져서 그 맛에 오히려 식욕이 돋았다. 속의 내용물은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참치가 들어간 게 제일 맛있었다. 베니스 트레메치아의 특징은 속을 풍부하게 채워 넣는 거라고 한다. 아침을 푸짐하게 먹어서 점심은 트레메치아 한 조각이면 충분했다.


왼쪽 사진은 우리가 사온 참치 맛 트레메치아, 오른쪽 사진은 포카치아(Focaccia)이다.
Andémo béver un'ombra
(그림자 마시러 가자)


아침, 저녁만 먹겠다고 다짐하는데 식구들이 점심을 먹으니 자꾸 무너진다. 난 아침을 많이 먹어서 배가 안 고픈데, 아이들은 먹고 돌아서면 배고플 나이라 삼시 세끼를 다 챙겨 먹어야 했다. 이럴 때 가장 좋은 곳이 바카로(Bacaro 혹은 Bacari)였다. 바카로(바카리)는 이탈리안식 선술집이다.



바카로라는 이름은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바쿠스(Bacchus)라는 포도주 신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여기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시체티(cicchetti, 베니스 사투리로는 cicheti)라는 한 입 사이즈의 스낵을 판다.



스페인에 타파스(Tapas)가 있다면, 베니스엔 시체티(ciccheti)가 있는 셈이다. 그리고 빠트릴 수 없는 한 잔의 로컬 화이트 와인, 베니스 사람들은 옴브라 드 빈 (Un' ombra de vin, 와인의 그림자)이라고 부른다. 고대 와인 판매자가 와인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산 마르코 종탑 그늘에 멋진 판매대를 설치하고 와인을 한 잔씩 팔면서 유래된 말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생선튀김도 있고 반으로 자를 삶은 계란, 정어리, 엔초비 같은 해산물, 올리브나 치즈 등 다양하다.


난 매콤한 살라미와 말린 토마토( sun-dried tomato)가 올려진 시체티 '옴브라 드 빈'을 선택했다.

빵이 바게트처럼 생겨서 딱딱할 거 같았는데, 생각보다 부드러워서 먹기 편했다. 바카로는 베니스에 머무는 동안 매일 점심이나 간식을 먹었던 곳이다.




지금도 베니스 사람들은 안데모 베버 옴브라(Andémo béver un'ombra, 그림자를 마시러 가자)라는 말을 사용한다는데, 베니스 현지인을 만난 적이 없어서 직접 들어보진 못했다.


다음에 베니스를 찾아가면 누군가가 나에게 "안데모 베버 옴브라 (와인 한 잔 마시러 가자)"라는 친목의 메시지를 던져줬으면 좋겠다. 아니면 내가 한 번 외쳐볼 기회라도 생겼으면 좋겠다.





keyword
이전 10화베니스에서 우아한 아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