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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트루 Jan 19. 2018

오래된 관계가 주는 기쁨

화려한 비단이 아니라 풀 먹인 무명옷감 같은 언니와 나 사이   



내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언니가 우리 집에 다녀갔다.

집꾸미기가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 

한참 취준생으로 부단히도 한남대학교 도서관을 들낙거릴때 가 있었다.


그 당시 언니는 본인의 생업 이였던 유치원 교사를 벗어나 바리스타로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었다. 

내가 다니던 도서관과 5분 거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30대 초반이었지만 동안이었고 워낙 미인상에 친절하기도 하여 테이크아웃 전문점이었던
그 커피숍은 돌아보면 언니 덕을 많이 봤던 것 같다. 


거기서 우리는 서로 다른 꿈을 이야기했었다. 

언니는 커피를 열심히 배워 언니만의 아기자기한 커피숍을 가지고 싶어 했고 

나는 꼭 취뽀에 성공해서 PR 일을 하고 싶었다. 

뭘 하고자 하는 열정과 생각이 잘 맞았기 때문인 것 같다. 


5살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몇 번씩이나 만났다. 

 지나고 보니 참 가깝게 지냈던 것 같다. 

피를 나눈 자매 사이가 아니었음에도 언니는 참 다정다감했다.
무엇보다 참 재밌고 친절했다. 


식탁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시간이 흘러 나는 서울로 취직을 했고 언니는 그 사이좋은 남자를 만나 서울 역삼동으로 시집을 왔다.

사회 초년생으로 한참 힘들 때 언니의 신혼집에서 언니가 차려준 밥상을 먹고 힘을 내기도 했었고 

내 연애사를 미주알고주알 늘어놓기도 했었다. 


함께 동대문 시장에서 밤새 쇼핑을 하며 

정말 즐거웠었다.  

그리고 나이 차이가 무색할 만큼 나를 존중해주는 언니가 나는 항상 고마웠다. 


그리고 또 세월이 흘러 언니는 어느새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나도 그렇게 세월 속에 지워지나 싶었던 

첫사랑을 다시 만나 결혼을 했다. 
각기 사는 동네도 다르고 언니는 아이 둘 키우느라 나는 나대로 내 일들을 하느라 

예전처럼 우리는 자주 얼굴을 마주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한 번씩 연락이 돼서 통화를 하거나 얼굴을 마주하면 그렇게 편하고 좋을 수 없다. 





내가 나일 수 있는 사람이
살면서 몇이나 될까. 


나를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민낯으로 재지 않고 얘기할 수 있다는 것.

화려한 비단이 아니라 빳빳이 풀을 먹인 무명옷감 같은 그런 관계가 아닐까..






언니가 다녀간 자리 온 집안 가득, 

훈훈함이 가득하다.

그저 같은 공간인데 어떤 사람이 머물고 가느냐에 따라 집안의 공기와 온도가 달라진다. 

내 마음에 고마움이 한가득 피어난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쭉 그렇게 건강하게만 우리 잘 지내자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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