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이가 아닌 감각
요즘 들어 부쩍 초록이 좋아졌습니다
쨍하기만 하던 자기주장을 내려놓고 회색도 좋아졌습니다
이전에는 무언가를 선택할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독특한 물건들과 옷들이 모여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괴상해졌죠
특히 옷은 평상시에 입고 나갈 옷이 없었습니다
어딘가를 갈 때도 가장 유명한 곳, 예쁜 곳을 찾아갔습니다
주목받는 기쁨이 인정욕구를 채워주고 있었나 봅니다
지금은 마냥 편안한 게 좋습니다
하늘색 연두색 갈색 회색 검은색 흰색
무엇하나 거슬리지 않는
마침내 저 자신이 자연이 된 것 같은 느낌
가을을 좋아합니다
선선한 바람이 무르익은 낙엽들을 땅으로 내려주고
푸르기만 하던 잎들을 말려주고 휴식을 준비할 수 있게
잘 익은 열매를 내려놓게 해주는 계절
쉬운 게 좋다는 말이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렵기만 하던 돈 버는 행위는 여전히 쉽지는 않습니다
인간관계 역시 나의 노력으로는 연인도, 친구도 쉽지 않습니다
쟁취하고자 하던 나의 나날들
오히려 그 순간들은 나는 최선을 다한 열정적인 날들이었습니다만
힘을 다 빼고 흘려보낸 지금 나는 마침내 편안해진 기분이 듭니다
자연을 바라보며 바람의 소리를 듣고
떨어지는 빗소리에 취해 차를 내려 마시는 요즘은
여전히 사람을 다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그 사람이 왜 그랬어야만 했는지
우리는 왜 그때가 마침표여야 좋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나는 우리를 바라곤 합니다
하지만 꼭 내 옆에 너를 맞춰 넣어서 가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는 나의 모양대로 너는 너의 모양대로
그게 내가 우리에게 반한 모습이기에
내가 나로
네가 너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