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의 사소한 것들이 소중해진다

by 김지훈

"아들, 소주잔 들고 사진 찍어야지!"

"아니, 아빠 우리가 무슨 소주잔 홍보 대사야?"

"잔 들고 짠!을 해야 느낌 있지."

"그런가? 내 SNS에 아빠 만나면 소주잔 부딪히는 사진밖에 없어. 이 사진들 봐봐."

"보기 좋기만 하고만."

"근데, 사람들이 나보다 아빠가 더 잘 생겼대."

"그럼 우리 아들보다는 아빠가 더 잘 생겼지."

요즘 아버지와 데이트를 하고, 첫술을 따를 떼면 '아빠랑 사진 먼저 찍어야지'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나는 똥손이라 사진을 정말 못 찍는데, 아버지랑 찍은 사진들을 둘러보면 기분 좋아하는 아버지의 표정이 눈에 들어오고,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아빠와 데이트

아버지는 김포 구레 역 부근에 사는데 내 집과는 정말 끝과 끝이다. 집에서 지하철로 왕복 4시간은 되는 거리라 아버지에게 가려면 마음먹고 가야 된다. 그래서 강의가 아버지 집과 1시간 거리 이내에 끝나면, 나는 바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한다.

"아빠, 끝났어?"

"아빠, 10분 있으면 일 끝나. 왜?"

"나 영등포 구청인데, 5시 반쯤 구레 역 도착할 것 같아."

"아들, 강의 끝나고 안 피곤해?"

"괜찮아. 저녁 사주러 넘어갈게."

그렇게 구레 역에 도착해 1번 출구로 나가면, 아버지는 내가 내리는 쪽을 오랫동안 쳐다보신 건지 늘 같은 곳을 바라보며 서계신다.

러다 아버지가 나를 발견하면, 우리 부자는 너무 반가워 손부터 맞잡는다.

"멀지?"

"괜찮아. 뭐 먹고 싶어?"

"한번 주변 둘러보지 뭐."

우리 부자는 저녁 메뉴를 고를 때마다 둘러본다고 하지만, 메뉴를 선택하면 고기 아니면 참치이다. 이번에는 좀 더 고급적인 참치집을 골라 들어갔다. 우리는 룸에 자리를 했다.

"아빠랑 많이 먹으러 다녔는데, 이렇게 룸에서 먹는 건 또 처음이네. 나 고객사 담당자분들이랑 점심 식사할 때 이런 곳 왔는데 아빠랑 오니까 또 새롭다."

"아빠도 아들이랑 이런 곳 처음 오는 것 같네. 아빠는 오늘 아들이 갑자기 와서 기분이 좋은데, 아들 술 많이 마셔도 되지?"

"아니, 아빠 혼자 많이 마시지...왜 매일 나도 같이 많이 마시게 하는 거야."

"아들이 같이 많이 마셔야 아빠가 안 심심하지."

"진짜 내가 아빠 때문에 살찐다니까..."

그렇게 우리는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술을 마셨다.

"아빠가 아들이 갑자기 오니 기분이 좋다..."


아버지와 함께 하는 것들이 많아지니 사소한 부분에서도 할 얘기가 많아지고 있다.

"아빠, 우리 갔던 거기 짜장면집보다 여기가 더 괜찮더라."

"아들, 휴가 때 동해 가면 그때 그 이마트에서 먹었던 초밥 또 먹자."

별 것 아닌 사소한 얘기들이지만, 추억을 공유하며 현재를 살고, 미래의 할 것들을 얘기하며 더 힘을 내본다. 소중한 시간들이 많을수록 아버지와 함께 하는 지금을 아끼고, 삶을 더 겸손하게 살려고 애쓴다.

최근에는 아버지와 문자나 전화를 하는 횟수도 늘어났다.

"아빠, 내 시집 군부대에도 들어간대. 군장병분들도 이제 내 시집 읽나 봐. 아빠 나 때문에 유명 인사되는 거 아니야? 나보다 아빠가 먼저 유명해지면 어떡하지?"

"그럼 우리 아들이 아빠 매니저 하면 되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매니저는 아빠가 해야지."

"그래. 아빠가 우리 아들 매니저 해야지"

"응. 내가 지금보다 더 잘 돼서 맛있는 것 많이 사줄게."

한 번 습관이 되니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사소한 거라도 아버지와 공유한다. 아주 사소한 얘기라도 아버지가 들으면 부자처럼 행복해하니 아버지의 반응을 보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대박. 삼성이 NC에 역전승했어. 어쩐지 이길 것 같더라."

"아빠도 지금까지 야구 봤는데, 삼성이 역전하니 기분이 좋구나."

아버지와 나는 스포츠를 직접 하는 것도,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야구, 축구, 농구 모두 다 삼성팬이다. 최근에는 야구 시즌이라 TV를 보며 삼성을 응원하는데, 이번에 질 것 같은 경기를 삼성이 이겨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아버지에게 문자를 하니, 아버지가 저렇게 답장을 보냈다.


예전에는 내가 생각할 때 중요한 걸 주로 아버지와 공유했던 것 같다. 성적이나 일 얘기를 주로 했는데, 요즘은 내가 보고 느끼고 듣는 모든 일상을 공유한다. 그랬더니 아버지도 본인이 이번 주에 만난 사람들 얘기를 하거나, 술자리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등을 얘기하신다. 나는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인데, 이제는 본 것처럼 아버지가 얘기하는 분들이 궁금해진다. 실제로 가끔은 아버지가 얘기했던 분들과 만나 "우리 아버지 잘 부탁합니다."라며 술도 사드리곤 한다.

삶에서 크고 작은 건 없는 것 같다. 오늘 아버지와 함께 먹었던 맛있는 짜장면을 다음에 또 먹겠다는 다짐은 아주 작은 부분일 수도 있으나 그 작은 다짐 하나로 한 주를 더 열심히 살아가게 된다. 무엇보다 크고 작은 것과 관계없이 나와 함께 하는 순간을 많이 행복해하는 아버지 덕에 나는 작은 것들도 아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었다.

"아빠, 여기 참치집 사장님도 친절하고 스끼다시도 일품이다. 다음에 또 오자. 내가 또 사줄게"

"아빠는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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