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이야기하고 있던 그때는
내가 어떤 일로 많이 힘들었던 시기였다.
마음이 아파서 매일같이 울었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무너져 있던 시간이었다.
남자친구는 그 모습을
옆에서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서 늘 걱정을 많이 했다.
어떻게 하면
소은이가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을까.
그 무렵 우리 아빠가
하수관에서 구조해서
잠시 돌보고 있던 고양이가 있었다.
나는 울다가도
그 고양이와 영상통화를 하면 웃었고
그 고양이 이야기를 할 때면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그걸 본 남자친구가
어느 날 말했다.
“강아지 데려오면 어때?”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오랫동안 바라왔던 꿈이
이루어질지도 모르는 순간이라
순간 웃음이 새어 나올 뻔했지만
강아지와의 이별이 두려워
키우지 않기로 결심했던 나는
키우고 싶지만
못 키운다고 말했다.
남자친구도 내가
다른 강아지가 떠나는 영상을 보며
많이 울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 결정을
존중해주고 있었는데
매일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생각이 조금 바뀐 모양이었다.
나는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선뜻 키우자는 말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포기하지 않았다.
강아지 사진도 보여주고
영상도 보여주면서
계속 나를 유혹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나는 너무 힘들었고
남자친구는 그런 나를 보면서
뭐라도 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내가 갈팡질팡
결정을 미루고 있던 어느 날
크리스마스이브가
가까워질 즈음
남자친구가 말했다.
“드라이브도 할 겸
강아지 구경만 하러 갈래?”
이미 괜찮은 곳도 알아보고
예약까지 해둔 상태였다.
나는 계속 말했다.
“나 강아지 못 키워.
안 데려올 거야.”
남자친구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안 데려와도 돼.
보기만 하자는 거야.”
그렇게 우리는
남자친구가 알아본 곳으로
함께 이동했다.
강아지 보기만 할 거라고
몇 번이나 말하면서도
이상하게 마음 한쪽에서
작은 설렘이 올라왔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스쳤다.
만약 정말
내 마음에 쏙 드는 강아지가 있어서
도저히 두고 올 수 없다면.
정말 만약에
데려오게 된다면
이름은 뭐라고 지어야 할까.
강아지와의 이별이 두려워
절대 키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던 마음 한편에서
이런 상상도 조용히 피어나고 있었다.
정말 강아지를 키우게 되면
내 인생이 조금 달라질까.
그때는 몰랐다.
그날의 드라이브가
내 인생을 조금 바꿔 놓을 거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