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생의 마루 Aug 02. 2022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모두 중요하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지만 손님은 느끼고 있다 


초보시절 일입니다. 

“사장님 계신가요?” 

손님이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제게 한 질문입니다. 

“전데요?” 

제가 대답하면 손님은 뭔가 신뢰가 안 가는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리고는 별 질문도 없이 다음에 오겠다는 분도 있고, 그냥 사무실을 나가는 분도 있었습니다. 초보이기에 조금 소심한 듯한 표정과 말투 그리고, 자유로운 복장이 손님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했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머리 모양을 바꾸고, 의상도 세미 정장 스타일로 바꿨습니다. 저의 작은 변화가 도움이 되었는지 그 후로 저에게 대표를 찾는 손님이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너무 당연하지만 ‘보이는 모습도 손님에게 주는 신뢰에 큰 영향을 미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일이었습니다. 


정장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30대에 시작한 중개업자로서 저에겐 첫 이미지가 무척 중요했습니다. 아무래도 정장을 입고 있으면 점잖게 보이고 편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을 때와는 달리 저자신의 행동도 조심스러워지고 손님의 말투나 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조금은 딱딱하게 보일 수 있지만, 정장 스타일이 주는 신뢰감은 의외로 큽니다. 특히 저는 계약하는 날이나 중요한 브리핑을 할 때 더욱 복장에 신경을 씁니다. ‘보이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손님 처지에서 생각해 보면 물건의 금액이 클수록 공인중개사가 단정하지 않은 모습으로 브리핑할 때, 브리핑 내용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 것입니다. 


집을 보러 가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같은 평형, 같은 구조의 집이라 하더라도 내부가 잘 정돈되어 있거나 인테리어가 멋진 곳을 본다면 다른 곳보다 더 빠르게 또는 주변 시세보다 높은 금액으로 거래되곤 합니다. 

외관이 오래된 건물이나 정리가 안 된 곳을 임장 할 때 공인중개사는 ‘다른 부분은 제외하고 내부 구조만 보세요.’하고 브리핑하지만, 손님은 벌써 첫인상부터 좋지 않기 때문에  집의 구조에 집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건물도 이러한데 복장을 단정하게 입은 사람에게 느껴지는 첫 이미지의 호감도와 신뢰도 상승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공인중개사로서 기본적 소양은 앞에서 언급한 신뢰 있는 이미지와 더불어 말의 어감과 호감 가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 중개업소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라디오 소재로 만든 콩트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장님 이거 놓치면 안 돼!!”, “다른 손님이 이 물건 계약한다고 전화 온다.”, “지금 안 하면 늦어. 계좌번호 보낼게!” 대략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경상도 사투리 억양에 반말이 일상인 중년 아주머니의 목소리였습니다. 


다소 재밌게 하려고 과장해서 표현했지만, 이 콩트를 들었을 때 저는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사례가 종종 있다 보니 이런 콩트를 만들었을 테고, 결국 안 좋은 이미지를 만든 것도 중개업 종사자 자신이라고 생각하니 씁쓸했기 때문입니다. 


공인중개사에게 필요한 자세는 계약을 위해 갑(甲)의 비유를 맞추는 을(乙)의 처지가 아니라 매도인과 매수인,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조율할 수 있는 진정한 제삼자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으로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목소리 톤과 적당한 단어 선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약간의 톤 연습을 하고, 감정을 절제하고, 순화된 언어를 선택해서 대화를 한다면 손님도 공인중개사에게 쉽게 말을 내뱉기는  힘들 것입니다. 


또한, 손님의 근무시간에는 문자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는 공인중개사에게 언어 구사력뿐만 아니라 문장력도 키워야 할 덕목이 된 것 같습니다. 문자를 보낼 때 이중적인 해석이 가능한 문장은 사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감정선을 건드리지 않는 내용의 문자를 사용해야 좋습니다. 

예를 들어 “언제 이사하실 건가요?” 이 문장을 보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요. 그러나, 임차인 측면에서 보면 ‘언제 이사 나갈 거야?’ 하는 재촉의 문자로 보이기 쉽다는 것입니다. 직접 만나서 표정을 보면서 대화하면 큰 문제가 안 되겠지만, 문자로 전달할 때는 같은 내용이라도 말의 톤이나 표정이 배제된 채 상대방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같은 문장이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문자를 전송할 때는 대면해서 대화할 때보다 신경 써서 부드러운 문장으로 순화해서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안녕하세요. OO 부동산입니다. ”

“ 집주인분이 OO 동 OO로 임대를 의뢰하셨는데요. ”

“ 방문이 가능한 편한 시간을 알려주시면 시간에 맞춰서 연락드리겠습니다.”

“ 답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대략 이 정도의 문구로 문자를 보냅니다. 문자 확인만 하고 답을 주지 않는 일도 있는데, 답변을 부탁하는 문자를 보내면 손님들도 대체로 답장을 잘해줍니다. 그리고 적당한 기호 표시로 감정표현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고 중심 내용만 문자로 보내면 손님은 오해할 수 있습니다. 

말보다 더 많이 사용하는 문자메시지이지만 이로 인한 감정 소모와 스트레스가 늘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인중개사에게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는 않지만 요구되는 자질과 능력, 사후 서비스 등 중개의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전 16화 계약에서 깨달은 약속의 의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