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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의 마루 Aug 24. 2022

중개도 중매하는 것과 같다

임대인도 임차인도 사람이다

  

“안녕하세요. 넓은 원룸이 있을까요.”

어느 날 젊은 청년이 사무소에 들어와서 원룸을 찾았습니다. 그 청년에게 알맞은 집을 권하기 위해 질문을 해보니 월세 절감 차원에서 여럿이 거주할 목적으로 넓은 원룸을 찾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먼저 그런 내용을 말하지 않은 것은  여러 사람이 거주 예정이라면 임대인이 꺼릴 것 같은 걱정스런 마음에 부러 알리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사회초년생들에게 주거비로 지출되는 월세는 큰 부담이었을 것입니다. 그 마음을 알기에 같은 금액이라면 넓고 좋은 조건의 집을 구해주고 싶은 마음에 역에서 거리가 있어도 넓고 쾌적한 곳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알맞은 집이 떠올랐고 그 집을 브리핑했습니다.


 “손님! 조금 올라가긴 하지만 정말 괜찮은 집이 있습니다. 방 두 개에 넓은 테라스 공간이 따로 있어요. 한 번 보시죠.” 역을 기준으로 10분 정도 걸어가야 했지만 손님은 제가 안내한 집을 보고 만족스러워했습니다.


젊은 장정이 여럿이 쓸 집이니 좁으면 답답할 것인데 이 집은 방도 넓고, 현관을 중심으로 좌우로 긴 복도형 구조라서 공간 분리가 자연스럽게 되어 있어서 안성맞춤일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채광이 좋아서 기분까지 좋게 만드는 집이었습니다. “어떠세요? 좋죠? 방만큼 넓은 테라스 공간에서 쉬는 날엔 고기 구워 먹기에도 좋을 거예요.” 저는 손님에게 자신 있게 말을 건넸습니다.


청년도 만족한 눈빛으로 여기저기 둘러보고 같이 살기로 한 사람들과 문자를 주고받더니 모두 맘에 들어 한다고 계약 의사를 밝혔습니다. 임대인도 좋은 분이어서 여럿이 거주한다고 말씀드렸어도 흔쾌히 좋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계약을 했습니다.      


입주한 지 몇 달이 지나 다른 호를 임대의뢰 하러 임대인이 사무소에 찾아왔습니다. 제가 그 총각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자,

“총각들이 아주 좋아해요. 잘 살고 있어!” 임대인의 그 말씀에 저도 왠지 좋은 일을 한 것 같은 뿌듯함에 기분 좋은 계약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기분 좋은 얘기를 하다 보니 또 한 가지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개업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입니다. 연세 지긋하신 여자 어르신이 사무소에 방문했습니다. 얼굴은 귀티가 나는데 무슨 이유인지 보증금과 월세가 아주 적은 집을 찾았습니다.      

사정은 잘 몰라도 왠지 꼭 구해 드려야 할 것 같아 집을 보여드렸고, 그 집을 보자마자 계약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생각해보니 그 금액이라면 다른 집을 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집 상태는 별로였지만 손님이 계약하겠다고 하니, 금액조정이 필요해서 임대인에게 전화했는데 연락이 안 되었습니다.


일단 그 손님은 돌려보내고, 다시 임대인에게 전화했습니다. 그런데, 종일 전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임대인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되고 임차 손님도 계속 기다리게 할 수도 없어서 다음 날 직접 임대인에게 찾아갔습니다.


방문했더니 임대인분이 지친 모습으로 거실에 앉아 계셨습니다. 머리에 두건을 쓰고 계신 모습이 병자의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임대인의 얘기를 들어보니, 큰 병이 발병해서 한동안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했고, 그 이유로 전화를 받을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날은 마침 임대인이 퇴원한 날이었답니다.

저는 자초지종을 얘기하며 금액이 조정되면 계약을 원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내심 쉽지 않은 협상이라 생각했지만,  임대인의 반응은 의외였습니다.


“젊은 사장이 이렇게 우리 집까지 와서 얘기하는데 조정해 줘야지. 젊어서 좋다!” 하시면서 본인 몸도 편찮으신데 화통하게 조정해 주셨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임대인, 임차인, 공인중개사 각자 서로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무엇인가가 있어서 계약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계약했던 그 임차 손님은 계약 후 고마웠는지 잔금을 치르고 난 후, 저에게 지인 여러분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중개를 하다 보면 가끔은 집보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좋아서 계약하는 분도 있습니다. 매매를 진행할 때도 유사한 일이 벌어집니다. 처음에는 매도인이 고자세를 유지하다가도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우연히 고향 선후배나, 같은 학교 선후배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선뜻 안되던 협상이 자연스럽게 되기도 하고, 호의적인 계약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집을 보여드릴 때 여러 번 계약했던 곳은 임대인 성향을 파악했기 때문에 임차인과 임대인의 성향이 맞을지 생각해보고 계약하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정말 중매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경험이 적은 초보 공인중개사나, 계약만 하고 보자는 마음으로 고려할 사항을 간과하고 중개에 임하는 공인중개사는 당장은 계약으로 이득이 될지 몰라도 점차 거래 손님은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중개업도 단기투자가 아닌 장기투자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입니다.     


프롭테크 [(Prop Tech)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용어로, 정보 기술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 산업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와 같은 진보된 기술서비스와의 경쟁에서 사람인 공인중개사로서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양 당사자 사이에서 손님이 무엇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 문제 해결은 어떻게 할 것인지, 선배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경험자로서 미리 마음을 헤아려주는 어머니같은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을 잃지 않는 이 기술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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