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밤에 글을 썼다. 그러면 남편의 지탄을 받았다. 내 딴에는 같이 들어가서 재우기만 하면 되도록 모든 일을 끝마치고는 가장 쉬운 '같이 자기' 단계를 일임한 것인데, 그것이 남편 눈에는 엄마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일이었나 보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밤에 글 쓰는 것을 관두자 아예 글을 쓸 시간이 없었다. 일어나서는 출근하기 바쁘고, 퇴근해서는 가정을 돌보기 바빴다. 내 글은 언제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노트북에 뽀얗게 먼지가 쌓여가는 시간들이었다.
돌이켜보면 글을 써야 할 이유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저 내가 좋아서 썼기 때문이다. 그런 얕은 이유로는 글쓰기가 내 삶에 뿌리내리기 어려웠다. 모종삽으로 툭 파내서 쏙 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러나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가장 잘하고 싶은 일이 글쓰기였다. 나만 놓아버리면 끝나는 이 관계를 도저히 놓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체질을 바꿨다. 어두운 밤을 즐기는 올빼미에서 일찍 일어나는 새로 신분을 바꾸고 벌레를 잡기 시작했다.
새벽에 벌레를 잡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일찍 일어나는 것이 쉽지 않을뿐더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의 첫 시간에는 글감을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고요한 새벽을 지나 하루의 문을 열면글감이 쏟아졌다.
왁자지껄한 시간을 겪으면 써 내려가고 싶은 말들이 움찔거리며 솟아났다. 애석하게도 그러한 일들은 잡아채 써 내려가기 전에 날아가버렸다. 쓰고 싶을 때마다 대놓고 백지에다가 생각을 써 내려가면 좋으련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회사원 신분의 한계였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새벽루틴에 글쓰기를 추가하였다.새벽은 덤으로 주어진 시간이다. 글쓰기를 맘껏 짝사랑하기에 딱 알맞다. 안 써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고, 쓴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그래서나에겐 이 시간이 딱이다.
글감이 손에 잡히지 않더라도뭐라도 끄적이다 보면 글이 완성된다. 밤새 이불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말들을 풀어낼 때는 일필휘지로써 내려가기도 한다. 출근 시간이 곧 마감 시간이라 장황하게 쓸 겨를이 없어마무리도 담백하다.무엇보다 오늘처럼 글 좀 써보겠다고 늦게까지 끙끙댈 일이 없어 하루가 홀가분하다.
그래서 나는 새벽에 글을 쓴다. 아무도 내게 그러라고 한 적은 없지만,굳이 새벽에 글을 쓴다.